2014.07.18 00:56
전 웬만해선 짜증이나 화를 잘 안 내는 편인데, 미국 와서 새로 발견한(...) 빡침이 뭐냐면 절 처음 본 동양인이 대뜸 자기네 말로 (한국인이라도) 말을 걸거나 하는거에요. 왜 짜증이 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듣자마자 열이 확 뻗치는 수준이에요. 아니 어느 나라 말이든 지껄이기 전에 Where are you from? 한 번 물어보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요? 물론 제가 한국말을 하는 걸 그 전에 듣고 나서 말을 거는 거라면 (혹은 다른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한국어로 말을 건다면) 아무 문제 없죠. 아무튼 지금까지 대학 와서 한 다섯 번 쯤 일어난 거 같은데, 지금 글 쓰면서도 짜증이 나네요 그냥. 차라리 보통 사람들이 기분나빠 한다는 Are you Chinese?는 별로 기분 나쁘지도 않아요. 솔직히 인구비율이나 확률상 그럴 가능성이 높잖아요? Balance of probability, little brother.
제일 답답한 건, 좀 웃긴데, 따끔하게 뭐라 하려고 해도 이 사람이 영어가 구린 건지 외국어를 하는 건지 알아듣기가 어려운 게 문제ㅠㅠ
2014.07.18 01:03
2014.07.18 01:04
몇 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중국인이었습니다.
생김새가 지들과 비슷하다 싶으면 대뜸 중국어로 뭐라 하더군요. 저야 뭐 딱히 짜증까지는 안 나고 그냥 "뭐래냐 나 중국인 아냐, 나 중국인 같냐?" 그럽니다.
그리고 where are you from 은 사실 초면에 물으면 살짝 실례일 수도 있는 질문 같습니다. 그래서 대뜸 묻지는 않고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관련 주제들이 나오고 어느정도 맥락이 갖춰지면 "아 그래? 그럼 넌 어디서 왔냐?" 이러고 있습니다.
2014.07.18 01:06
실례일수도 있죠. 근데 (외국에서)대뜸 자기네 나라 말로 지껄일 바에는 어디서 났냐고 묻는 건 양반으로 보이죠
2014.07.18 01:07
둘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그렇죠. 어느 것이 더 실례다 이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글을 잘 못 쓴 듯...
2014.07.18 01:10
2014.07.18 01:36
2014.07.18 02:04
아래에도 썼지만 그게 정말 이상한 일인지 좀 의아하네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세계 어디에서든 대뜸 영어를 사용하지요. 그 나라 국민이 90퍼센트는 영어를 못한다고 알려져 있어도 말이지요.
2014.07.18 02:15
전 그것도 불만이에요.
2014.07.18 02:19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중국인들은 아시안들만 보면 다짜고짜 중국어로 말하고 못 알아들으면 '얘 어디 모자란 애 아니야?' 같은 표정을 지어요. 중국어로 말하는 게 짜증나는 게 아니라, 그런 '당연히 중국어 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태도가 정말 짜증납니다.
제가 호텔에서 일했었는데, 머리가 노란 캐나다 현지인한테도 (몇몇) 중국인들은 중국어로 물어요. '여기 호텔 1박에 얼마야?' 뭐 이런 걸...
...문제는 제가 중국어를 알아듣는다는 사실... 근데 정말 태도랄까, 그런 게 진짜 기분 나빠요. 같은 중국어라도 '저기, 내가 중국어 밖에 못하는데 중국어 할 줄 알아?' 식으로 말하면 얼마나 좋아요. 어떨 때는 정말 그런 태도가 하도 꼴보기 싫어서 중국어 모르는 척 영어로만 답변했는데, 그들 표정은 '얘 뭐야? 이상하다'.... 아니, 도대체 이상한 게 누군데...
ps. 영어로 길 물어보는 미국인들은 외국에 나가면 그래도 'Do you speak English'로 운을 떼지요. 그게 아니라 다짜고짜 영어로 물어보면 그것도 당연히 기분 나쁜 일이죠. 안 그런가요? 적어도 전 그렇던데요.
2014.07.18 02:23
전 영어 말고 다른 언어를 더 많이 쓰는 곳(영국 제외 유럽국가라던가)에 가면 (본인이 영어를 할 줄 안다면) 일단 그 나라 말로 "영어 할 줄 아세요?" 정도는 배우고 가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2014.07.18 02:26
2014.07.18 02:43
그렇죠. 여행갈 여력이 되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
2014.07.18 02:33
당황하지 말고 스맛폰 구글 번역기 앱으로 '당신네 나라 말 모릅니다' 라고 써서 보여줍시다!
2014.07.18 02:39
밑에 글에는 중년층이 영어를 못해서 그렇다는데, 제 경우엔 유학생들이니 변명의 여지도 없네요
2014.07.18 02:42
약간 다른이야기지만 다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친한 누나가 일본사람이랑 같이 미국 출장을 갔는데, 상대하는 미국사람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중국말로 대화를 시작했답니다. 마치 동아시아의 공용어가 중국어 아니냐는 듯이요.
2014.07.18 03:30
이건 다짜고짜 중국어 하는 중국인 보다 더 최악이네요.
2014.07.18 09:09
우리도 유럽에 출장가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영어로 이야기 하잖나요? 마치 유럽의 공용어가 영어가 아니냐는 듯이. . .
2014.07.18 10:40
음 그런데 최소한 지금 이시점, 최소한 업무처리에 있어서 에스페란토의 역할을 영어가 하는건 맞지 않나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 둘이 업무를 진행할때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모른다면 영어로 대화하는것 말입니다. 아직 동아시아에서 그 역할을 중국어가 차지하지는 않아보이구요. (뭐 요즘 바이두니 하이얼 같은 대기업에서도 외국인 상대할때 그냥 중국어로 말한다고는 하지만...)
2014.07.18 02:54
백인이든 중국이건 뭐건 영어로 영어 할줄 아세요 라고 물어도 한국말로 뭐라는거야 하고 웃으며 지나가줍니다. 지하철에서 다짜고짜 영어로 전화기 빌려달라는 외국 여자도 있었습니다만...
2014.07.18 03:43
한국인들은 백인이 영어로 뭐 물으면 많은 경우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당연하다는듯이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고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은 되려 당황하고 쩔쩔 매거든요. 어느쪽도 영어로 물어 본 백인이 손해 볼 일은 없는 상황.
2014.07.18 08:52
물론 상황-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Where are you from?은 무례한 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질문입니다. 더구나 만약 초면에 저런 질문을 가령 백인이 비백인에게 북미대륙에서 한다면 더더욱 무례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백인 또한 따지고보면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이니까요.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은 Excuse me 로 말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하곤 합니다만.
2014.07.18 09:27
바로 위에도 쓰셨지만 where are you from은 이민자에 대한 차별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어 미국에서 잘 안씁니다. 관련된 유명한 얘기가 아시아계 미국인한테 코카시언인 미국인이
어디서 왔니?
보스턴.
아니, 그게 아니고 너 진짜로 어디서 왔냐고 (where are you really from)?
그러니까 보스턴...
이건 이제 클리쉐가 된 개그인데요.
2014.07.18 10:54
흠... 동유럽 국가에서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길을 물어보거나 할 때 다짜고짜 러시아어로 물어본다던데요.
동유럽에서는 러시아어가 영어, 중국어 같은 상황인가봅니다.
2014.07.18 12:48
저는 무난한 성격(?)도 아닌데 이런건 또 전혀 화가 안나네요^^;; 그냥 뭔소린지 모른다하고 지나치면 그뿐이라. 언어의 문제가 아니고 갑자기 말걸어오는 무례함에는 짜증이랄까 당황스럽긴합니다.
2014.07.18 12:54
다짜고짜 중국어 저도 참 많이 당하는 일인데요. 한 번은 기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중국어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중국어 못 한다고 했더니 그 사람도 영어를 못하는 건지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해요. 저도 계속 중국어 모른다고 했죠. (물론 영어로) 그래서 기차 안에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다른 승객들 여러 명이 그 남자에게 응대하며 질문에 답을 해 주었습니다. 쟤는 중국어 못한다잖아..이런 말도 덧붙여 한 것 같고요. 그런데도 이 남자는 저한테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겁니다. 결국 나중에는 객실에 있던 승객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죠?
2014.07.18 13:03
님 그건 그린라이트... (안웃기셨으면 죄송)
관련 댓글을 읽다보니 질문을 하는 방식에는 (우열과는 무관한) 문화차이도 있나 싶습니다. 대학원 다닐 때 중국 출신 클래스메이트들도 길을 가로막고 (나 바쁘니까 다음에 자세하게 얘기하자고 설명했는데도) 계속 자기 얘기를 그치지 않더라고요. 아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 발언이 묻히는 환경에서 긴 시간을 보내서 그런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중국계 미국인 친구들은 그런 거 또 전혀 없었거든요.
또 다른 외국사람들이 보면 한국사람들도 그런 면이 있을 겁니다. (저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얘기할 때 절박하고 감정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도 얼핏 들은 적이 있고요.
2014.07.18 13:22
그 사람은 저랑 대화하기를 간절히 원했을까요?
제가 자주 듣는 얘기 중의 하나가 또 "중국인처럼 생겼다"인데 (이젠 참 지겹지도 않습니다) 이게 또 다짜고짜 중국어의 좋은 구실로 사용이 됩니다. 저는 한중일 얼굴 구분할 수 있다를 믿지 않았고 코카시안 애들이 자기는 구분할 수 있다고 하면 그건 근자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그 압도적인 숫자로 중국어 하면 확률적으로 70%-80%는 먹고 들어가니까요. 여기 일본인들은 거의 없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아니면 '미안, 중국인처럼 생겨서' 를 핑계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중국도 어디도 아닌 제 3국에서 중국인처럼 생겼다를 하도 많이 듣고 나니 내가 정말 그렇게 생겼나 해서 그 '한중일' 얼굴 구분한다는 코카시안에게 물어봤습니다. 처음봤을 때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했냐? 물어보니 '당연히 중국' 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중일' 얼굴 구분한다는 걸 더더욱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기예요. 사기!!!!
2014.07.18 17:10
제 회사 상사께서 아시아계미국인인데, 중국이나 한국 출장가면 사람들이 늘 거기 말로 길을 물어본다고 (으쓱으쓱) 하시더군요. 저도 예전, 그러니까 여성의 경우엔 옷입는 방식, 화장하는 방식이 아주 많이 차이나서 몇 초만에 한/중/일 구별이 가능했던 시대엔 그 구별이 꽤 쉽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요. 의외로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___계 미국인쯤 되면 더더욱 어렵더구만요.
2014.07.18 13:27
하긴 저도 이런 일 겪은 적 있네요. 외국 생활 중인데, 대뜸 중국인이 중국어로 자연스럽게 저한테 말을 걸더군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라 나 중국인 아니야 라고 말하지도 않고 멀뚱멀뚱 쳐다봤더니 그냥 가버리던 ...
그렇긴 하네요.. 한국 사람 아니면 어쩔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