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6 21:07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라고 생각해서 처음엔 없다고 적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지미가 결국 처벌을 받게 되느냐 / 아니냐 라는 OX 퀴즈에 대한 답이 들어 있습니다. 전 이 드라마 분위기상 결말은 대충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스포일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ㅋㅋ 다만 딱 그 사실 외의 다른 디테일한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사울을 입을까 벗을까 고민하는 듯한 느낌이 절묘합니다.)
- 시즌 6은 일단 랄로 vs 프링과 그 틈새에 끼어 버린 마이크, 나초, 지미 & 킴의 개고생으로 시작해서 우다다 달립니다. 그러다 이 양반들 이야기를 조금 일찍 끝맺어서 다 퇴장시킨 후에 지미 이야기에 집중을 해요. 뭐 애초에 지미 & 사울에 대한 이야기이고 제목도 그렇게 달고 있으니 당연하겠죠. 다만 그래서 마지막 두 세 에피소드들엔 강렬하고 자극적인 범죄 이야기 같은 건 없습니다. 거의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휴먼 드라마 느낌.
(그래도 차마 지미까지 대머리로 만들어버리진 못한 우리 대머리 성애자 제작진들. 하지만 거의 해버렸... ㅋㅋㅋ)
- 이 시리즈의 제작진은 가만 보면 '악행=처벌'이라는 개념에 아주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근데 무조건 나쁜 짓 하면 주금!! 이럴 순 없으니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에게도, 이 시리즈의 지미에게도 숱한 기회를 주죠. 어쩌다 들어선 악행의 길에서 훌훌 털고 나올 아주 쉽고 확실한 기회를요. 월터가 자존심 좀 굽히고 갑부 친구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더라면, 지미가 랄로의 '넌 변호사 일 잘 했으니 이만 빠져도 됨'이라는 선심 찬스를 잡았더라면. 하지만 거기에서 굳이 (본인들의 인간적인 한계로 인해) 나쁜 선택을 하고, 그걸로 한동안 쾌속 타락의 길을 달리다가 결국 예정된 단죄의 길로 들어서게 되죠.
근데 또 이 제작진은 어쨌거나 주인공들은 대접을 해 줍니다. ㅋㅋ 월터도 지미도 결국 마지막엔 자신의 죄에 대해 아주 조금이나마 속죄할 기회를 얻고 그제사... 라도 그 기회를 잡아 본인들 존엄성을 챙기며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사실 전 이게 좀 얄밉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주인공 찬스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이런 찬스 하나 없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죽어 나간 조역들을 생각하면 말이죠.
(누가 죽고 누가 살게~요.)
- 그래도 어쨌거나 지미는 월터에 비해 감정 이입할 여지가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베터 콜 사울'이란 시리즈 자체가 '브레이킹 배드'에 비해 많이 인간적이고 따뜻한 구석이 많은 작품이었죠. 그래서 이 시리즈의 중도 퇴장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나름 대접을 받은 편입니다. 크게 세 분 정도가 떠오르는데. 떠나는 순간에든 그 후에든 나름 최소한의 존엄성은 챙기게 해 줬죠. 뭐 그 퇴장들이 제 맘에 많이 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나아요. 최소한 개죽음은 피하거나 아님 사후에 재평가(?)라도 받든가... 해서 제 상한 마음을 달래주더라구요. ㅋㅋㅋ
(이 분들은 그냥 나오면 웃겨서 좋았습니다. ㅋㅋ 사실 이들도 범죄자지만 뭐 이 시리즈 기준 죄가 가벼운 편(?)이라.)
- 결말 자체는 대충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당연해요. 이건 나름 진지한 휴먼 드라마풍의 시리즈였고 마지막에 굳이 '절대 예상할 수 없는 충격 반전!!!' 같은 걸 넣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니까요. 지금까지 끌어 온 이야기 톤에 맞는 결말이었고 괜찮았습니다. 단죄는 받되,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들보단 여러모로 인간적으로 마무리되는 것. 뭐 사실 지미는 사람을 죽인 적도 없고 마약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으로 뭘 한 건 없으니 월터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 악당이었죠. 그리고 그동안 그만큼이나 인간적으로 연민 떡밥을 팍팍 뿌려놨으니 이 정도면 납득 & 공감 가능한 처리였던 듯.
게다가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미 본연의 캐릭터는 버리지 않잖아요. 태평양 한 가운데 던져 놔도 입에 모터 달고 둥둥 떠다닐 그 강력한 말빨. ㅋㅋㅋ 애잔한 결말 조차도 그 말빨과 기획력으로 본인 의도대로 얻어낸다는 결말이라는 게 좀 재밌었습니다. 본인 인생의 축복이자 저주였던 그 타고난 능력을 마지막엔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성숙한 방향으로 사용한다는 거. 이렇게 마지막까지 캐릭터를 살려주는 센스가 좋았네요.
(이 짤과)
(이 짤을 이어서 랄로와 나초의 사랑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고 싶...)
-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며 반복되는 그 장면(?)이 마지막에도 등장한다는 거. 이것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장면이 주는 감흥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죠. 그만큼 드라마를 잘 쌓아 놨고 캐릭터를 잘 키워 왔으니까. 알면서도 당한다. 뭐 그런 기분으로 봤습니다. ㅋㅋㅋ
(이 장면에서 갑작스레 위화감을 느꼈죠. 생각해보니 여섯 시즌이나 이어오면서 두 캐릭터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이었던 듯.)
- 그리고 다시 한 번. 역시 이 드라마 제작자들은 단죄 매니아(...)라니깐요. 생각해보니 '브레이킹 배드'에서 자의든 타의든 나쁜 짓 하던 놈들 중 마지막 생존자(?)를 소환해다 드라마를 여섯 시즌이나 만드는 공을 들여서 결국 이렇게 만들잖아요. ㅋㅋㅋㅋㅋㅋ 집요한 인간들 같으니.
(암튼 지미는 끝까지 나쁩니다. 왜인지는 생략. ㅋㅋㅋㅋㅋ)
- 폭탄 스포일러 버전의 후기를 따로 남겨볼까... 했는데 당장은 그런 글까지 적긴 좀 귀찮군요. 하하. 일단은 그냥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모태가 되는 '브레이킹 배드'와는 아주 다른 성향의 드라마였습니다. 그래서 '브레이킹 배드' 팬은 물론 팬이 아닌 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작품이었구요.
뭔가 마이크 쪽은 '브레이킹 배드' 팬들을 위한 서비스 느낌이 강했던 반면에 지미 쪽 이야기는 사실상 거의 별개의 드라마로 봐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어요. 결국 마지막에 아주 중요하게 엮이긴 하지만 뭐. 애초에 지미는 마이크보다도 '브레이킹 배드' 월드에서 그렇게 다른 이들과 끈끈하게 엮인 캐릭터는 아니었으니까요.
암튼 정말 진지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잘 엮어낸 캐릭터 드라마였습니다. 뭐라 칭찬해야할지 적절한 말이 딱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이런 드라마 절대 흔치 않아요" 라는 말로 대충 마무리합니다. 끄읕.
2022.09.06 22:49
2022.09.06 23:43
어제 이유미씨 수상 소식 보고 에미상 벌써 했나? 했더니 주요 부문은 다음 주더라구요. ㅋㅋ 주연 배우들 그동안 하나도 못 받았다니 이번엔 뭐 하나라도 챙겨 주겠죠.
이 드라마는 그냥 그 말이 제일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솔직히 뭐 하나 콕 찝어서 이게 최고다! 라고는 못하겠는데, 어쨌거나 이만한 완성도 드라마는 흔치 않더라구요. ㅋㅋ
2022.09.07 02:32
2022.09.07 05:05
2022.09.07 02:03
초반엔 예정된 비극도 있었고 중간에 정말 어마어마한 충격의 사건(진짜 **한테 왜그랬어요 제작진 ㅠㅠ)까지 있어서 대략 멘탈이 너덜너덜해졌었는데 후반부의 마무리는 감동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죄도 받고 아주 냉정한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어떤 휴먼드라마 감동스토리 못지않은 여운이 동시에 느껴지니 정말 대단한 마무리였어요.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로 마지막 에피소드에 아주 적절한 카메오 출연과 후회라는 테마를 그려낸 것도 탁월했죠.
월터는 나름 속죄를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자기 성질(?)대로 다 질러버리면서 장렬하게 끝냈다면 지미는 자신의 모든 과실을 인정하고 책임까지 확실히 졌다는 면에서 이건 범죄자 주인공 스토리 중에서도 길이 남을 리뎀션 아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p.s 1 = 방영전부터 제작진이 홍보한답시고 미리 알려서 말이 많았던 월터, 제시 카메오는 처음에 같이 나올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설마 한 번씩 또 써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둘 다 두번째 등장이 더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네요. 특히 월터의 그 특유의 상대 무시하는 말투 너무 제대로 살렸어요. STAY IN YOUR LANE!!!! ㅋㅋㅋㅋㅋㅋ
2- 아 빌 오클리 기껏 직종변경했는데 ㅋㅋㅋ 막상 본인이 잘못한 건 없지만 어쨌든 영원히 경력에 남겠죠. 너무 안습해요.
3- 브레이킹 배드는 역시 누가 뭐래도 월터 화이트의 이야기였는데 지미가 마지막 판사 앞에서 하는 대사들 중에 주먹을 땅땅 쳐가며 확실히 강조하는 한 문장으로 인해 이제 베콜사랑 브배 다 합해서 전체 스토리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가 바로 사울 굿맨이 된 것도 아주 맘에 들었어요. 11화 <브레이킹 배드> 에피소드의 플래시백 파트에서도 사울이 월터를 확실히 이 바닥으로 끌어들이려 학교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여주며 끝냈던 것과 이어지며 더욱 강조가 된 것 같습니다.
2022.09.07 08:25
마지막 몇 화 동안 흑백 화면으로 애상적인 정서를 살린 것도 훌륭했구요. 어찌보면 월터는 나름 반성을 하고도 끝까지 자기 잘난 멋 스타일로 끝내서 시청자들 입장에선 '엄...'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미는 책임을 확실히 지게 해서 시청자들이 아무 거부감 없이 동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미가 월터보다 더 잘 대접받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ㅋㅋ 그 타임머신 드립들은 어찌보면 걍 노골적, 직설적으로 주제를 던져대는 기믹이 될 수 있었는데 그걸 특별 출연님께서 받아 주시니 거부감 없이 잘 살아난 것 같았구요. 여러모로 신경 많이 쓴 엔딩이었습니다.
오클리 아저씨는 진짜... ㅋㅋㅋㅋ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ㅋㅋ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자기가 지미에게 이겼다고 놀려대서 앙심을 품었나?? 라는 의심도 살짝 해봤네요. 아니 물론 스토리상 애초에 오클리를 부를 땐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요.
2022.09.07 02:45
월터가 속죄(...)라는 걸 했었나요? 드라마의 힘에 끝까지 떠밀려 보긴했지만 실상 질질 끌려가듯 본 거라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끝까지 자기연민 쩔고 잘난 척 대마왕이었던 것 같은데... 재수탱이(^^;) 하지만 베터 콜 사울은 봐야겠네요!
2022.09.07 08:57
끝까지 자기연민 쩔고 잘난 척 대마왕이었던 것 맞아요. ㅋㅋㅋ 다만 그 와중에 자기가 뭘 잘못하긴 했다는 걸 깨닫고 자기연민 쩔고 잘난 척하는 방식으로 수습을 시전하긴 하니까요. 그게 월터 인성 수준(...)에서 가능한 맥시멈의 속죄이긴 했다고 봅니다. 하하.
2022.09.07 10:02
2022.09.07 10:03
잘 나가다가 급수습하는 용두사미 드라마도 많은데 이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쫓기는 느낌 없이 느긋하면서 세심하게 앞뒤 연결하고 다듬어 내놓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회를 이렇게 공들여 만든 시리즈는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네요. 13회는 잠깐 본 거 같은데 끝나 있더라고요. 월터 등장해서 지미 무시해가며 대사하는 후회 어쩌고 장면 재밌었고요. 말씀하신 '타임머신' 드립은 캐릭터 정리 다시 복습시키나 싶었어요.
프로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드라마라는 거 자타공인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2022.09.07 11:29
시즌 6은 마지막이라 그런지 울컥하게 되는 장면들이 많더라구요.
특히 마지막 2-3편은 더…
마지막까지 각 캐릭터와 사건을 잘 이끈 집요함의 끝판왕 제작진들 고생했고(다음주 에미상으로 그 보답을 받기를), 앞으로도 이런 시리즈 많이 만들어주기를!!!!
“이런 드라마 절대 흔치 않아요”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