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영화 드라마 얘기나 하고 정보성 질문이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글을 쓰니 황당하실 수도 있는데 진정성있는 답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속전속결형임에도 장기계획이고 어려운 일이지만 제가 극복해야죠.


어두운 얘기고 내 개인사는 게시판에 쓰지말자는 생각을 깨고

오늘은 쓰고 싶네요. 너무 고민이 되서요. 

한마디로 아버지를 두고 저랑 엄마만 몰래 이사를 가고 주소는 안가르쳐줄 생각입니다.

당장은 못해요. 돈이 없거든요.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성장기 내내~~~~ 엄마에게 자주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육체적 폭력 + 언어적 폭력.


그러면서 동시에 저와 엄마에 대한 집착은 굉장히 강한 사람이죠.


60대가 넘어서면서 전에 비해서 많~이 나아진거다라고 생각했지만

최근들어 다시 옛날의 못된 버릇들이 나오더군요.

지금은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지는 않지만 언어폭력은 심해요.


아버지는 언어폭력이 일상화된 사람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미친듯이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데

이건 어디서 화를 낼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밖에서는 그럴 수 없이 젠틀하지만

어머니한테는 수틀리면 아주 사소한 일로도 쌍욕을 날리며

발작적으로 화를 내는 사람입니다.


"병신같은 년"을 입에 달고 살죠.


그래도 지금까지는 그냥저냥 참고 살자, 참을만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어제로 그 생각이 확 바뀌더군요.


엄마는 늦게 일을 하고 오고, 엄마가 오기전에는 친구와 즐겁게 통화를 해서

오늘 컨디션 좋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나랑 드라마를 보다가 잠깐 치킨을 데워먹으려고 가스 레인지를 켰는데

"이런 미친 X이. 더워죽겠는데, 숨막히게 맨날 뭘 데워먹고 XX이야"라고

거의 펄쩍 뛸듯이 발작을 하더군요. 


국을 꼭 먹어야 하는데 국을 끓이는건 자기가 없을 때 하라더군요.

더운 음식 여름에 만들면 열기가 퍼진다고 미친듯이 화낸 적이 전에도 있어요.

정말 "미친 XX"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아무 일도 아니잖아요. 얼마든지 좋게좋게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아무리 여름이라도 5분도 안되는 시간에 치킨데운다고 집이 더워지는 것도 아닌데

죽일 듯이 화를 내는건 정말 미친것 같더군요.


밤에 잘 때 아버지가 에어컨 리모컨을 쥐고 자는데 에어컨은 늘 틀어둡니다.

문제는 엄마는 춥다는거죠. 냉방병이 올 지경이라서 잠이 들면 끄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이 에어컨 내가 산겁니다.)


아버지한테 아빠가 자고 나서 끄겠다고 리모컨을 우리를 달라고 했더니

더워죽겠는데-그 방이 제일 시원함- 계속 틀어둬야 한다고 미친듯이 화를 내더군요.

"아빠는 덥지만 엄마는 추워서 감기에 걸리는데 괜찮아요?"

아무말 없음. "내가 더워죽겠으니 니네 엄마가 병에 걸리든 말든 내 알바 아님"인거죠.


이런 사건 몇개를 얘기해주면 사람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또 시간이 지나면 꽤나 잠잠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것도 한 달만의 발작이죠.

다시는 욕을 안하겠다고 한 적이 있지만 얼마 못가요.



지금까지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잦은 실직으로 모아둔 돈이 얼마 안되지만 돈을 바짝 모으면 엄마랑 나랑 살 수 있는

월세방은 잘 찾아보면 분명히 있을 거 같아서, 정말 둘이서 나가야겠구나 싶었어요.


집안 가전제품(세탁기 빼고 다 내가 샀음), 장롱(외할머니 유품임) 다들고 아버지 없는 날

이사를 가버리고 싶습니다. 사실 마음은 당장 그렇게 하고 싶은데,,,, 상황이 당장은 여의치 않네요.


가정폭력 상담전화에 전화를 했을 때 물리적으로 때리거나 물건을 부순 것도 아닌데

가정폭력에 해당할까 망설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성의있게 상담을 해주더군요.


언어폭력도 가정폭력에 해당한다고 무엇보다 녹취를 하고 112에 신고를 하고

그런 증거를 모은 후에 상담센터에 하루라도 입소를 하라더군요.


이 모든 것은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수집입니다.

112의 경찰관이 와서 무슨 문제를 해결해주는건 아니더라도 신고기록 자체가 중요하다더군요. 


가정폭력 피해자라는 증명이 필요한건 이사를 간 후에 아버지가 쫓아왔을 때 신고하기 위함이에요.

접근 금지 명령까지는 어려워도 "스토킹"으로 신고하고 지속적이면 "스토킹"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군요.

근데,,,, 사실 "스토킹"이 정말 성립될지 얼마나 유효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짐 다실고 떠나버리면 텅텅 빈 방에 혼자 남겠죠. 전화도 다 차단시키고 주민등록번호 열람도

제한할 생각이에요. 그래도 찾아내긴 하겠죠. 어디 지방으로 갈 것도 아니니까요.

미친듯이 날 뛸게 안봐도 뻔하네요.


사실 이렇게 계획을 세워두고 엄마한테도 얘기했지만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남아있으면 결국 남은건 아버지는 병들고 병수발들 날 밖에 없는데 전 이제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엄마는 수십년동안 떠나고 싶어했고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마루에서 자요. 


엄마랑 둘이서 살고 싶어요.간절히. 아버지가 있으면 쉴 수도 없고 늘 불안해요.

언제 화를 낼지 모르니까요. 어제는 정말 집을 뛰쳐나가고 싶더군요. 


그러나 그렇게 이사를 가고나서 쫓아와서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워요.

언제 집으로 찾아올지 불안해하면서 살게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언제까지나 아버지랑 같이 사는 것도 미치게 싫고.


앙심을 품고 도망간 아내 찾아가서 죽이거나 불을 지르는 영화들 보면서

딱하게만 봤는데 어쩌면 내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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