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10.06.22 18:26

milk & Honey 조회 수:1857

 

 

마음 놓고 울어본 경험이라... 아이가 태어난 전후 일년은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어느 밤 아이 업고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그 집'에서 도망 나왔을 땐 앞으로 내 삶은 엄청 억척스러워지리라 생각하며 절대로 절대로 울지 않겠다 다짐했지요. 시간이 흘러 정말로 난 울지 않았습니다. 억척스러워지진 못했지만 게으르고 낭창하게 시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후의 시간은 남들이 보기엔 초라해도 제겐 과거와 비교가 되어 뭐든 더 낫고 행복했기 때문이지요. 진짜. 울 일이. 없었습니다. 작년 겨울 종교행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엉엉 울어본 적은 있네요.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로 인함이지 현재는 아니었으니까요.

일요일은 죽음의 트레킹입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논스톱으로 일이 있어요. 그것이 정말 오랜만에 저녁 이후의 일정이 모두 취소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갈까 하다가 어쩐지 백만년만에 성당엘 가보고 싶어졌어요. 미사시간 한 시간 전이라 어디 커피라도 마시러 갈까 하는데 돈이 없네요. 그래서 걸어서 현금지급기를 찾아 산책 겸해서 천천히 걸어 필요한 만큼의 돈을 찾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니 20분 남았더만...-_-; 그래서 성전으로 들어가 묵상의 시간을 가져보려 했습니다. 묵상... 이미 세속에 절은 썩은 영혼이라 오 분도 안 되어 심심해지기 시작해서 폰을 꺼내 습관처럼 트위터로 들어갔습니다. 어라 이런 일이, 애구 저런 일이... 그러다 한 맞팔로워 분이 전날 남긴 멘션을 보게 됩니다. 이 멘션은 그날에도 미리 확인을 한 것이라 굳이 복습할 필요는 없었는데.

종종 늦은 시간까지 안주무시는것 같은데, 안피곤하세요?? 더워서 잠을 청하는게 어려우신지요??

그래서

일이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라 집에 오면 한두 시, 그리고 시장이라도 보면 두세시. 집일 좀 하고 놀면 아침. 아이 학교보내고 잠..낮밤이 바뀌었어요 내일은 아침일찍 나가야 하구요^^ 일어나는 게 더 힘들다는...

이렇게 리플하니

커피와 관련된 트윗이 많은 이유가 말씀하신 하루와 무관하게 느껴지지 않네요. 몸은 마음이 지탱한다지만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도 약해질 수 밖에 없어요. 건강을 지금보다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시기를 소망해봅니다..^ㅇ^b

라고. 이렇게 나눈 짧은 대화. 와 마음씀씀이 이쁜 분이네. 하고 그땐 그렇게 지나갔다는 거지요. 그런데 성당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지더군요. 갑자기 나란 별것 아닌 존재도 세상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러고보니, 아직, 아무도, 내가, 밤낮이 바뀐 것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길, 해주지, 않았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 거죠. 지금은 행복하다는 자기 최면으로, 비루하고 결핍된, 아무렇게나 방치된 자신을 문득 알게 되었다는 거죠.

그렇게 울고 나니, 학교 때 배운 카타르시스 뭐 그런 거. 이어지는 미사 드립. 그리고 이른 귀가로 아이와 간만에 주말을 마무리. 그런 평범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자기애 충만한 징징이 아줌마 한 명의 주말은 그렇게 저물어 갔어요.

힘들 때도
행복할 때도
가끔씩은 울어봅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4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79
125643 유튜브 재생목록 1000곡 만들기 catgotmy 2024.03.05 119
125642 [왓챠바낭] 아주 스페인스럽게 재밌습니다. '줄리아의 눈' 잡담 [4] 로이배티 2024.03.05 296
125641 "김어준 여론조사서도 민주당 패배" "진짜냐"…깜짝 놀란 野 지도부 [5] 분홍돼지 2024.03.05 741
125640 에피소드 #79 [2] Lunagazer 2024.03.04 103
125639 프레임드 #724 [4] Lunagazer 2024.03.04 62
125638 [OTT 바낭] 1. KT 티빙 광고형으로 교체... 2. 영화 던전앤드래곤.. [6] 폴라포 2024.03.04 282
125637 3.1절 연설의 뒷배경,,자위대, 하얼빈에서 시작된 3.1운동 왜냐하면 2024.03.04 251
125636 [핵바낭] 정말로 그냥 핵바낭입니다. [17] 로이배티 2024.03.04 671
125635 프레임드 #723 [3] Lunagazer 2024.03.03 82
125634 한국 출산률이 이런 이유 catgotmy 2024.03.03 448
125633 손흥민 손 부러뜨린 영상? '이강인 가짜뉴스'로 2주새 7억 챙긴 그들 daviddain 2024.03.03 277
125632 요즘 인공지능 작곡 근황입니다. [1] 표정연습 2024.03.03 312
125631 [왓챠바낭] 유통 기한 다 한 상상력을 구경하는 재미, '13층'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3.03 372
125630 재벌×형사 존잼 라인하르트012 2024.03.02 257
125629 [웨이브바낭] 잘 만들었고 재밌기도 한데... '보이 비하인드 도어'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3.02 252
125628 아이돌, 오타쿠 애니, 스포츠 catgotmy 2024.03.02 152
125627 프레임드 #722 [4] Lunagazer 2024.03.02 79
125626 Paolo Taviani 1931-2024 R.I.P. [2] 조성용 2024.03.02 123
125625 "건국전쟁" 감독의 실소 유발하는 "파묘" 비하.. [6] 으랏차 2024.03.02 717
125624 파묘 흥행 장난아니네요. [9] LadyBird 2024.03.02 8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