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7 23:04
이것만으로 애플TV를 구독해야 할 분들이 꽤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매우 좋네요. 넷플릭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와 비슷한 노선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어요. 미투운동을 매우 직접적으로, 하지만 세련되게 보여줍니다. 정확하게는 폭로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죠. 초반에는 미투를 배경으로 한 가벼운 분위기의 오피스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시작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밀도가 높아져서 마지막화 까지 텐션을 계속 올려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만큼이나 피해자의 파괴된 내면을 적나라하고 꼼꼼하게 보여주는 점이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에요. 피해자의 내면을 상세히 그려내는 점은 '믿을 수 있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꼼꼼한 편이에요.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간접 외상을 겪을 수도 있겠다 싶구요. 그만큼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선정적으로 다루어 지는 부분도 없어요,
단순히 피해자의 내면을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조직 내 분위기와 다른 구성원의 방관에 의해 벌어지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도 훌륭합니다. 그렇다고 그 방관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보다는 조직이 어떻게 그렇게 돌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줘요.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위계적 성폭력과 그 조직 전반의 심층적인 역동을 치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은 어지간한 다큐멘터리나 사회심리학적 교보재를 보는 것 같은 디테일이 있어요. 행위는 사악했을 지언정 인간 자체를 악마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현실의 복잡성도 담아내고 있구요. 사실 관심있게 들여다 본 사람이 아니라면 ‘미투 운동이라는 게 있었다더라. 저런 나쁜 놈들. 피해자들이 안됐다’ 정도로 넘어가게 되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꼭 필요한 영역에 대한 교육적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교조적이거나 하지도 않고 투박한 분노에 가득차 있지도 않아요. 슬픔과 연민, 애도가 저변에 흐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이고 유머러스합니다. 분노가 없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순 없었겠지만 그걸 표면에 띄우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 분노가 설득력 있게 전달되려면 촘촘하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작진이 잘 알고 있었겠죠. 거센 미투 운동 시기를 거친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잠재적 방관자로서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면이 있고 거기에 대한 반성과 애도의 기회를 드라마가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해자든 피해자든 방관자든 나약한 인간에 대한 긍정과 연민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런 접근이 조금은 가해자에게 핑계 거리를 주는 것 같아 불쾌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듯 해요.
주제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정치 드라마이자 직장 드라마이고 전문직 드라마이며 우정과 사랑, 연대 같은 보편적 정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다층적인 작품이에요. 딱히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고 보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었어요. 이게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면 꽤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시즌1에서 잘 마무리가 되기는 하는데 시즌2에서 이어나갈지 다른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네요.
교육적 의도가 없는 드라마가 아니긴 한데 늘 그렇듯 좀 보는 게 좋은 사람들은 그다지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는 냉소적인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미투도 이제 옛날 일이 되기는 했어요. 요즘은 그게 폭로내지는 저격 같은 방식으로 거의 모든 일에서 보편화 된 것 같죠.
2022.10.07 23:24
2022.10.07 23:32
애플tv 초보라서 최애하시는 작품이 뭔지 궁금하네요.
2022.10.08 19:29
저도 가입하자 마자 달렸던 시리즈 중 하나예요. 저는 태드래소, 세버런스, 슬로 호시스 다음으로 봤습니다. 지금이야 볼 게 다 떨어져서 하염없이 월정액비만 나가고 있지만 가입 초기에는 정말 어쩌면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가득한지 감탄했었어요.
두 리드 배우들이 정말 잘했지요. 스티브 카렐 캐릭터도 좋았어요. "와인스타인은 아닌" 캐릭터를 배치한 것이 많은 레이어들을 담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1시즌 만은 못했지만 저는 2시즌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2022.10.08 20:54
방금 시즌2 끝냈습니다. 아무래도 시즌1이랑은 다르게 캐릭터들 개인사 위주로 이야기가 풀리는 것도 있고, 반쯤 몽롱한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내용이 잘들어오지는 않네요. 그래도 인상 깊은 장면들은 꽤 있었어요. 이번에는 코로나를 터치하는데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따끈한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게 이 시리즈 특징이라면 특징이 될 것 같습니다. 시즌3이 나오면 계속 보기는 할 것 같네요.
태드래소랑 세버런스도 괜찮나보네요. 도전해 봐야겠네요. 많지 않은 만큼 버릴 것도 없나봐요. 유일한 한국산 드라마인 닥터 브레인은 버리고 싶기는 합니다.
2022.10.08 19:58
애플 티비 컨텐츠 얘기는 늘 그냥 메모만 하고 있습니다만. 메모는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이 작품도 기억해 두겠습니다!
2022.10.08 20:55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이배티님도 애플TV 전체를 신나게 보실 것 같기는 한데요.
2022.10.08 21:13
2022.10.08 21:15
애플티비까지 하시면 다 갖게 되시는 거네요. ㅎ
시즌1을 꽤나 재밌게 보고, 시즌2 1번 에피소드만 본 뒤 미뤄둔 상황입니다. 그뒤로는 들려오는 소리가 좋지만은 않아서 걱정입니다. 하지만 시즌1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니 저도 추천합니다. 애플티비 최애 작품을 꼽으라면 순위에서 밀리긴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높게 평가할 작품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