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9 03:02
아나 데 아르마스의 외형을 한 마릴린 먼로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실존인물 마릴린 먼로가 일생동안 겪었던 굵직한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하지만 디테일에서 허구가 들어갔기 때문에 원작자와 영화감독은 하여간 픽션이라고 주장하는) 2시간 40분 동안 어린시절부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만 받다가 쓸쓸하게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싶은 분들께 강력추천합니다.
굉장히 아~트하우스스럽게 정성들여서 꾸미고 연출한 영상미와 예술혼을 불태우겠다는 마음으로 한몸 던진 아르마스의 열연은 대단합니다만 강약조절 없이 이 긴 상영시간을 버티면서 보기에는 많이 힘들었네요. 그래서 도대체 감독이 진정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참 의문스럽습니다. 착취당하다가 비극적으로 요절한 배우를 추모하려고 착취영화를 만든 셈이네요.
북미에서 NC-17 상영등급을 받은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사실 일반적인 스튜디오 영화였으면 어떻게든 R등급으로 낮추려고 이리저리 시도했겠지만 넷플릭스 영화라서 아싸리 그냥 두고 오히려 이걸 마케팅으로 써먹었다고 봐야겠네요.
노출수위 자체는 별 것 없습니다. 긴 상영시간 대비로 따지면 비중도 매우 낮은 편이구요. 직접 다 보고나니까 문제가 됐을 장면은 2개로 일단 쓸데없이 자세하고 아~트하우스스럽게 연출한 낙태장면이 있는데 당연히 직접 태아를 어떻게 한다거나 이런 건 나오지 않지만 임산부의 질 안으로 수술도구가 들어가는 모습을 꽤 길게 보여줍니다. 이런 것도 예~술이라고 이해해줘야하는 걸까요. 내가 왜 이런 걸 보고있는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성기가 보이지 않을 뿐이지 사실상 포르노나 다름없는 구강성교 장면입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2022.09.29 05:06
2022.09.29 10:17
네 그래서 원작자도 언급한건데 아무리 "허구의 소설"이라고 주장해봤자 마릴린 먼로라는 실명을 그대로 가져와서 불우한 유년성장기, 배우로서 성공(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7년만의 외출 등의 명장면 그대로 재현),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과 가정폭력 후 이혼, 아서 리 밀러와의 이혼, 케네디 형제와의 관계, 혼자 침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을 다 써먹는데 이걸 실제와 얼마나 분리해서 봐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022.09.29 08:22
아... 제가 참으로 견디기 싫어하는 스타일의 영화네요. 차라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웃에서 타란티노가 그 배우님을 추모하는 방식이 낫겠단 생각이 듭니다. ㅋㅋ 배우 때문에 볼까 했었는데 그냥 안 보는 걸로!!
2022.09.29 10:18
감독 인터뷰를 보니 추모하고 싶었던 것도 아닌 느낌이네요. 어지간하면 직접 보고 본인이 평가할 것을 권해드립니다만 이건 자신있게 패스를 권합니다. 워낙 궁금한 작품이라 늦은 시간까지 봤는데 후회스럽네요;
2022.09.29 09:10
2022.09.29 09:21
2022.09.29 10:20
감독이 애초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었는지 조차도 의심스럽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표현하는 방식이 이따위라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쪽에게도 반대하는 무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네요.
2022.09.29 20:28
페미니즘이요? 마릴린 먼로라는 한 사람에 대한 연민, 이 사람의 트라우마를 그려내는게
이 영화의 주제죠. 배우도 제가 "실종수사대"라고 몇 시즌을 봤던 드라마에서 봤는데
왜 페미니즘이라 했을까요. 갸우뚱하네요.
2022.09.29 09:47
보고 싶지 않아졌어요. 아나 데 아르마스가 마릴린 몬로를?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어떻게 나왔을꼬 하는 궁금증은 있었는데 굉장히 피곤한 영화일 것 같네요.
2022.09.29 10:21
실제 먼로와는 닮지 않았지만 나름 자기만의 버젼으로 그 매력을 재현해내긴 합니다. 문제는 캐릭터 싱크로율과 연기력이 아니고 다른 쪽에...
2022.09.29 09:56
배우는 무척 좋아합니다만 영화의 모습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기대치가 감소하더라고요. 저도 패스해야겠습니다.
2022.09.29 10:33
2022.09.29 12:53
아~~~트하우스라서 안그래도 지루해서 중도하차 고민하다가 어차피 이미 잘 시간은 늦은 거 끝장을 보자고 눈을 부릅뜨고 완주했습니다. 그냥 잘 걸 ㅠㅠ
2022.09.29 10:43
이 영화 보느니 예전에 봤던 [노마 진 앤 마릴린]이나 다시 보는 게 낫겠군요.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사진 생각이 나서 찾아봤는데... 그 사진 한 장이 저런 영화 보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2022.09.29 13:06
이 작품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여 허구적 상상력을 더했다고 하는데 그 상상력을 안그래도 실제로 비극적이었던 먼로의 인생사에 펩사이신을 팍팍 뿌려서 그 비극을 자극적이고 불쾌하게 2배, 3배 부풀리는 부분에만 쓰였다는 것이 가장 화가나는 부분입니다. 이미 실제 이야기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동정심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데 여기서 더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불쾌감만을 더할 뿐입니다.
이 작품의 소위 "상상력"에 의하면 먼로는 스튜디오 회장에게 성폭행/강제 성상납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는 유산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낙태수술을 했고 그 수술과정을 매우 열심히 공들여서 길게 묘사합니다. JFK에게 오랄을 해주는 씬도 아주 길게 이어집니다. 초반에 쓰리썸을 하며 문란한 성생활을 했다는 묘사도 나오는데 그것보다 이 씬이 훨씬 더 분량도 길고 임팩트도 큽니다. 그냥 동인지 야설이랑 거의 같은 의도로 쓰여지고 찍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1년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콜린 클락의 회고록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작가 본인과 먼로의 실제관계를 다소 낭만적으로 과장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만하지만 최소한 마릴린 먼로라는 사람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존중, 당시 힘들어하던 모습에 대한 연민과 걱정으로 채워져있었죠. 이번 블론드는 완전히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22.09.29 13:13
2022.09.29 20:33
펩사이신을 뿌려서 비극적인 인물로 만드는데 주력한 것에 동의해요.
그리고 비극적인 인물이긴 했는데 여기서 나오는 무기력한 피해자는 아니에요.
끝없이 인생과 싸우고 자기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마릴린 먼로의 강인함과 비극성을
동시에 담는건 불가능한가 봐요. 수많은 마릴린 먼로 영화가 나왔지만 늘 피상적이고
오히려 헐리우드 여배우들이 마릴린 먼로에 대한 다큐가 그런 면에서는 휠씬 존중의 의미가 있죠.
2022.09.30 01:03
그게 불가능까지는 아닌 것 같고 여기서는 감독이 일부러 외면했다고 봅니다. 그냥 일부러 트라우마와 비극적인 사건에만 집중했고 심지어 부풀렸으니까요.
원래 소설이 원작이니까요.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기억에 오래 남을만큼 감정이입을 했지만
마릴린 먼로를 너무 연약한 피해자의 면모만 강조해서 아쉬웠어요. 다층적인 사람이고 강인한 면모도
꽤 있는 사람인데, 물론 영화에서 그린 모습에는 현실도 많이 반영되어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