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일베편은 핀트가 많이 빗나갔다. 인터뷰도 많이 하고 조사도 열심히 해서 자료를 많이 긁어모은 티는 나는데, 이걸 종합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났다. 달리 말해 총론이 매우 부실하다."



2. 무엇이든 그렇지만, 일베를 논하려면 일단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는 구별되는 일베만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일베만 갖는 특성이 무엇인지를 분리해 내고 그게 왜 문제인지를 짚어야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그알은 여기서 실패했다"




3. 예컨대 '어렵게 살게 된 세대 중 일부가 공통의 적을 만들어 공격하며 박탈감을 해소한다'던가, '커뮤니티 내에서 인정과 관심을 받기 위해서 배우처럼 행동하며 자극적인 표현의 강도를 높인다'는 건 일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에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4. 멀리 갈 것 없이 트위터를 보라. 20대의 어려운 삶을 호소하며 원인을 제공한 ‘적’을 만들어 공격하고,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쏟아내는 소위 ‘네임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공격하는 방향이 박근혜와 새누리당임이 다를 뿐이다."



5. 기성세대가 정글로 만들어 버린 사회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 중 누구는 여당을 적으로 지목하고 박근혜를 공격하며, 누구는 여성/이주노동자/전라도를 공격한다. 전자는 되는데 후자는 왜 안 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그알은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못한다




 6. 서울대 나와서 대기업을 다니거나, 노무사 재직중인 이용자를 인터뷰 해놓고 일베가 정글같은 사회의 결과물이라는 식으로 묘사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애초부터 일베 문제의 핵심은 일베 이용자의 계급적 위치와는 별 상관이 없다"




7. 일베가 다른 사이트와는 달리 사회악이라고 평가받는 건, 증오 발언(hate speech) 때문이다. 인종주의적 사고방식을 동원해 사회적 마이너리티를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일베 문제의 핵심이다. 이걸 짚지 않고 무슨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까"




8. 민주주의 사회라면 518을 ‘폭동’이라 생각할 자유도, 노무현이 나라를 망쳤다 생각하고 미워할 자유도 보장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여성을 ‘보지’라고 부르는 것을 일상화하고, 호남인을 ‘홍어’라 부르며 전부 솎아내자 말하는 건 다르다."


9. 권력에 대한 비판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공격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며, 언어의 수위가 도를 넘으면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그 표현에 위협(!)을 느끼는 당사자가 존재하며, 사회는 이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10.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영역을 넘어서는, 그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지, 선을 넘어서는 이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를 논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그알에는 그것이 없었다. 이걸 외면하니 ‘결국 사회와 언론이 문제’ 같은 피상적인 결론만 나온다"






11. 일베가 노무현과 민주당을 싫어하더라는 장황한 연결망 분석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hate speech가 왜 문제인지 환기하고, 그것의 해당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논하고, 법으로 규제해야 할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다뤘어야 했다"






12. 특히나 일베 운영진의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자들은 자기가 책임지는 공간에 hate speech가 넘쳐나는데도 방관하는 자들이며, hate speech를 퍼뜨릴 환경을 제공하는 공범이다. 그알은 왜 이들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을까"





13. 오늘자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많이 아쉬운 방송이다. 그렇게 섹시한 아이템으로 어쩜 이리 못생긴 결과물을 내놓을 수가 있는 걸까. 시간이나 때우자고 대충 만든 방송은 분명 아닌데, 들어간 노력이라는 input에 비해output이 안습 수준이구나"




진중권처럼 일베를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자들의 열등감 발현' 정도로 치부하는 건 현실과 맞지도 않거니와 정치적으로도 위험하다. 부자에게 부유세 걷어 복지 하자는 주장에 대해 재벌이 '못사는 자들의 열등감'이라고 폄하하는 거랑 뭐가 다르냔 말이지"





자꾸 열등감을 코드로 일베를 읽으려 하니 이런 에러가 나는데, 일베 게이가 본인을 숨기는 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일밍아웃이 야기하는 현실적 불이익 때문이야. 모순된 현상이 전혀 아니야. 특정 종교 신도/운동권/덕후 등도 자신을 감추면서 자부심 느낀다고"




'열등감'을 고리로 일베를 설명하는 게 이들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켜서 왕따를 만드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현실을 설명하는 데는 별 가치가 없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나름 '학자' 타이틀 달고 있는 사람이면 좀 난감해"


미국 대학에서 모든 과목의 강의계획서에 '성/인종/장애 등에 근거한 차별적 발언을 하면 수업에서 추방'이라고 써 있는 걸 보고 멍해졌더랬다. 일베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런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보수파를 악마화할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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