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검지 하단 안쪽의 단단한 돌기

 

손 안쪽에 따끔거리는 부분이 있길래 만져보았습니다.

단단하고 흰 물집같기도 하고..티눈같기도 하고.. 데인 것 같기도 한 작은 뭔가가 있었어요

 

 ocd증세가 있는 저는 (이거 한국말로 뭔가요)

뜯고, 뜯고, 뜯어 그걸 들어냈습니다.

옴폭 패인 부분이 하나 있어요. 이거 뭐죠. 정말 티눈일까.

 

대체 왜 생겼을까 했는데

점심준비를 하다가 알았어요, 식칼 잡을 때 칼등을 지탱하는 바로 그 지점이란 걸.

요 몇주간 단호박, 큰호박, 수박 따위를 썰 일이 많았더니, 이렇게 손이 베테랑 흉내를 내려 합니다.

하긴, 그놈의 미국산 buttercup 단호박들은 어마어마한 강도이긴 했어요. 미국에서 단호박은 흔히

일본명인 kabocha라고 하는데 이동네 사람들은 그렇게말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건지 buttercup이란

무지 귀여운 이름을 달고 나옵니다. 근데 강도는 전혀 butter같지 않아요. 냉동버터도 이렇진 않아.

 

제 본업은 그게 아닌데..뭔가 생활의 균형이 어긋나고 있다는 게 티가 나는군요.

원래 해야하는 듯 살 때는 연필 끼우는 검지와 중지 사이 (전 연필도 이상하게 잡거든요)에 굳은살이 단단해지고

터널 신드롬마냥 손목이 종종 시큰거렸죠.

 

그럼 손끝이 다 껍질이 벗겨지고 있는 사람은 기타를 자주 치는 사람인가요?

 

............

 

굉장히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좀 재미있으면서도 속을 드러내지 않아 좀 철저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는,

그런 분이 있어요. 나이는 열살 연상에 남자로서도 결혼 적령기를 좀 지났죠. 제가 약간 이르니까..

부드러운 듯, 털털한 듯 하면서도 바로 그 자기영역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 때문에 전 도무지 오빠라고는

나오지 않아 직책명으로 호칭하고 그분도 제게 존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정말로 젊어보이시고 미혼이시니

저보다도 어린 친구들도 오빠오빠해도요. 안지도 꽤 됐는데 점점 우스워져서 결국 그분은 어색하게 말을 놓으시고

저는 ㅅ..!아니 오빠 (아주 건조한 오빠)라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좀 좋아지는 마음이 들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요새 많이 바쁘시잖냐는 제 말에 갑작스레

"아 정말,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삶은 오래전에 내려놓았는데, 이러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은가 싶네"

 

그 후로 갑자기 짧은 간격으로 생각이 나는 것이..

대체 이말의 어디에 전 약간 반해버린 걸까요. 그쪽은 그렇게까지 마음을 연 것도 아니라구요.

삶을 내려놓다니 대부분의 사람이 해봤자 안믿을 말이고.

또 전 이렇게까지 팔방미인에 저보다 예쁜 남자는 취향이 아니라구요.

 

....................

 

새벽에 집을 나서니 온 복도와 계단에 단내가 가득합니다.

겨우 다섯세대가 사는 건물인데, 거의 세시반이 넘도록 시끌시끌하다 싶더니

또 대마초. 그거 꽤 비쌀것 같은데 말이죠. 이 친구들은 밥은 대강 먹어도 파티는 하는 게

어째보면 인도인들같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56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56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857
120833 웹툰 ㅡ 묘생만경(원작 김현중 만화 onesound) [9] 그르니에 2014.05.15 5132
120832 응4 정대만-삼천포-해태 잡담.(8화 스포 있음.)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11.10 5132
120831 고종석씨 알콜중독이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6] 심환 2013.03.23 5132
120830 김연아. 이상황이 진정한 여왕의 귀환이 아니겠습니까. [3] dong 2013.03.17 5132
120829 대선때 박근혜 후보를 뽑겠다는 분식집 아주머니 [23] 런래빗런 2012.12.05 5132
120828 [듀9] 영화나 드라마 속 최고로 멋졌던 여고생은?? [14] fan 2010.09.17 5132
120827 커뮤니티들 보니 심증이 확신으로 굳어가네요 [8] turtlebig 2012.12.12 5131
120826 애국가가 증명하는 한국 양궁이 최강인 이유 [21] Aem 2012.08.03 5131
120825 슈스케 - 버스커 버스커 [18] Shearer 2011.10.03 5131
120824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 망해서 좋은 점 [16] jwnfjkenwe 2011.12.24 5130
» 손이 말해주는 것들/ 열살 연상에게 조금 반했어요. 어이없는 이유로. [13] therefore 2011.10.23 5130
120822 주의: 내용이 불쾌한 성폭력 관련 글) 세상엔 정말 미친 사이코들이 많군요 ㅠㅠ [12] DH 2012.09.25 5130
120821 포화속으로 봤어요..... (호평) [12] 디나 2010.06.13 5130
120820 허허.. NLL 포기 발언이 그거였군요.. [31] DH 2013.06.24 5129
120819 임찬규 선수 관련 관중석에서 찍은 영상.. [13] eque 2013.05.27 5129
120818 승리는 올해 마가 조금 끼지 않았나.. [21] 루아™ 2012.09.18 5129
120817 한예슬 측근 이야기도 들어봐야죠~~한예슬 스타일리스트 "어이없다" [24] coffee香 2011.08.17 5129
120816 의외로 <부당거래> 관객수 사람이 없네요 [16] 한소년 2010.12.11 5129
120815 한겨레가 일부다처제 합법화를 옹호하네요 [50] 오키미키 2011.05.20 5129
120814 전기밥솥으로 수육! 성공 [13] 톰티트토트 2010.08.06 51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