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91분. 스포일러는 없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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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결하게 영화 내용 잘 반영한 포스터라 맘에 들어요.)



 - 한 부부가 상담사와 대화 중입니다. 뭐 이래저래 다 해 봐도 결혼 생활에 가망이 안 보여요. 그러다 상담사가 이상한 제안을 합니다. 정말 끝내주는 솔루션이 있는데, 무조건 함 해 봐라. 근데 그 솔루션이란 게 되게 허접해요. 주말 동안 한적한 곳에 있는 어느 별장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오라는 거죠. 하지만 상담사의 완전 강추, 대박 강추, 무조건 효과 끝내준다!!! 라는 말에 그냥 속는 셈치고 그 곳을 향하는 부부.


 가서 보니 뭐 풍경 좋고 집 예쁘고 일단 나쁘진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요리한 저녁에 술도 한 잔 하고 오랜만에 잠자리도 한 번 하고. 어 이게 뭐라고 정말 효과가 있네? 싶었는데. 다음 날 대화를 나눠보니 둘의 기억이 서로 맞지가 않습니다. 뭐? 우리가 섹스를 했다고? 뭐? 내가 아침에 베이컨을 구워줘? 이상하고 이상하고 이상하다... 싶었는데. 상대적으로 탐구심이 강한 남편이 열심히 알아 본 결과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별장의 별관에 본인들과 똑같이 생긴 부부가 있는 거에요. 심지어 자기들이 본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대체 이게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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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 상당히 강력한 설정입니다만. 덕택에 장르가 뭔지 헷갈립니다. ㅋㅋ 대략 중반까지 계속 이거 호러야 SF야? 라고 생각을 하며 봤어요. 그런데 결국엔 이게 어차피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걸 깨달으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아. 이거 애초에 설명할 생각 없이 짠 이야기구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상황을 즐기면 되는 거구나. 실제로도 그런 영화이니 혹시 나중에 보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마지막에 이게 다 설명되면서 충격의 반전을 선사하고 그딴 거 없습니다. 문득 생각나서 확인해보니 이거 '듀플라스 브라더스' 프러덕션 작품이군요. 갑자기 납득이 돼요. 이 양반들이 이런 식의 소품 잘 만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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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깁니다.)



 - 역시나 듀플라스 브라더스 작품답게 굉장히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장소는 그 별장으로 끝. 등장 인물은 네 명인데 그걸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하니 결국 배우도 둘... 에다가 도입부에만 잠깐 나오는 의사 한 명 정도로 끝이구요. 무슨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수효과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래요. 결국 신선하고 자극적인 아이디어를 즐기며 좋은 배우들 연기 구경으로 흘러가는 영화구요. 거기에다가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거죠. 일단 기본 설정대로 '끝나가는 결혼생활'이 주가 됩니다만. 꼭 결혼으로 한정지을 건 없겠고 뭐 사랑이라든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확장해도 문제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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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모스 하나를 섭외했더니 하나가 따라왔어요! 라는 저렴한 창조 경제 무비!!)



 - 야악간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잎을 바탕에 깔고 흘러가는 이야기에요. 

 갑작스런 저 불가사의 상황에서 남편은 계속해서 '사태 파악 & 해결'을 하려고 합니다. 갑자기 자기 아내랑 똑같이 생겨서 자기가 자기 아내라고 우기는 여자가 툭 튀어나와선 본인의 성격과 취향에 맞춰 완벽한 서비스를 해주는데도 거기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이건 뭐냐. 어떻게 된 거냐. 우리는 어떻게 대처 해야 하냐. 이걸로 일관하구요. 

 반면에 아내는 그딴 건 잘 모르겠고 일단 요 New 남편이 너무나도 자기 마음을 잘 알고 잘 맞춰준다는 데에 집중합니다. 떠나자는 남편을 '일단 해가 될 것도 없는데 조금 더 체험해보면 어떨까?'라고 붙잡고. 또 남편에겐 아닌 척 하면서 New 남편과의 시간을 즐기죠.

 사실 요즘 시국에 환영받을 캐릭터 설정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만. 스토리상 어차피 한 명은 따지고 들고 한 명은 빠져들어야 하니 별 악의(?)는 없는 역할 배분이었던 걸로 생각하고 넘어갔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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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보면 참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지만 오히려 심정적으로 편들게 되는 캐릭터라 괜찮습니다.)



 - 이 영화의 갈등은 주로 이런 둘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현실만이 중요하고, 현실에서 내 아내는 저 여자고, 이 요상한 것들을 멀리하고 얼른 이 상황을 '해결'해야겠다! 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실망하며 비록 정체불명이지만 New 남편에게 마음이 가는 아내. 현실 남편이 연애 시절에 보여줬던, 하지만 어느샌가 사라져 버린 그 매력을 다시 느끼고 애착을 갖게 되는 거죠.


 딱히 열심히 균형을 잡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무래도 아내 편으로 기울게 됩니다. 진짜 남편은 사태 해결에만 집착한 나머지 정작 아내에게 신경을 안 써요. 아내가 왜 그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끌리는지, 왜 갈등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거든요. 그냥 질투하며 '그래도 내가 니 남편이라고!!!'라고 외칠 뿐이죠. 대충 봐도 이 결혼 생활이 왜 끝장이 났는지 훤히 보이고 그 책임은 남편에게 더 많아 보여요.


 그런데 이게 의외로 남편 입장에서 진행이 됩니다. 남편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그냥 그쪽 행동을 주로 보여준다는 거죠. 그리고 앞서 말 했듯이 이 분이 그리 처신을 잘 하는 게 아니고. 그래서 다 보고 나면 결혼 생활 파탄낸 한 남자의 반성문 같은 느낌도 조금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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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밝은 엘리자베스 모스는 넘나 어색하달까... 근데 보기 좋더라구요. ㅋㅋ)



 - 영화 형식상 결국 배우들의 영화가 됩니다. 마크 듀플라스, 엘리자베스 모스 둘 다 좋은 연기 보여주고요. 개인적으론 엘리자베스 모스의 New 아내 캐릭터를 보는 게 좀 재밌었어요. 이 분이 그렇게 밝고 사랑스럽게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는 기억인데, 그런 것도 잘 하더라구요. ㅋㅋ 물론 본체 캐릭터의 갈등하는 연기도 좋았구요.

 근데 앞서 말 했듯이 결국 이게 주인공이 마크 듀플라스의 남편 캐릭터에요. 좀 깝깝하고 눈치 없는, 살짝 비호감스런 인물로 나오는데 그 연기도 잘 하구요. 의뭉스럽게 뭔가 숨기고 있는 느끼남 New 남편 캐릭터야 뭐 생김새부터 이 배우에게 찰떡이라서 피식피식 웃으며 즐겁게 봤습니다. 역시 본인이 제작자라 그런지 잘 어울리고 또 잘 하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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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 둘이 다 해먹어야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잘 채워준 훌륭한 배우님들.)



 - 당연히(?) 많이 씁쓸한 감흥을 주는 이야깁니다. 다만 그게 냉소 쪽으로 빠진다기 보단 그냥 좀 애상적, 또는 애잔한 느낌이고. 또 보고 나서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나름 던져주는 이야기구요.

 결국 해답이 없는 미스테리지만 해답이 없어도 괜찮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잘 짜놨어요. 마지막까지 몰입도도 상당하고 계속해서 긴장감도 잘 유지해주고 그래요. 그냥 장르물로 봐도 상당히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품들 좋아하는 분들이면 다 보시라... 는 게 결론인데요. 문제는 이게 오늘부터 왓챠에 없습니다. 어제 떠났어요. ㅋㅋ 그래도 네이버 등지에서 유료 vod로 볼 수 있는 영화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함 보시길. 특히 두 배우 팬이시라면 꼭 보셔야죠. 런닝타임 내내 둘만 나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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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귀여우신데 좀 보시죠!!)



 + 뭐 애초에 설명을 포기한 환타지니까 이런 거 따지는 것도 웃기지만, 그래도 전 두 오리지널들이 그 별관의 '공간' 문제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게 좀 거슬렸습니다. 자기들이랑 똑같은(?) 존재가 거기 있을 수 있다고 쳐요. 근데 둘이 번갈아 거기 들어갈 때마다 아예 공간이 리셋되어 버리는 건 그냥 대놓고 초현실인데. 희한하게 거기에 대해선 신경을 안 쓰는 게 신경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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