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 11:43
'아미 오브 데드'에 이어 "잭 스나이더는 스튜디오의 부당한 개입 때문에 희생당한 감독이다, 자유롭게 등급, 상영시간 제한없이 본인의 비젼을 펼치게 해줘야 진가가 나오는 감독이다."라는 열성팬들의 주장을 깨부숴주는 작품을 또 내놓았네요. 솔직히 저런 조건이면 어떤 감독이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번에 나온 레벨 문은 구로사와의 '7인의 사무라이'를 스타워즈풍의 스페이스 오페라로 만든 작품인데요. 원래 루카스 필름에 스타워즈 스핀오프 영화로 피치했다가 거부당했는데 넷플에서 투자 받아서 만들었습니다만 시퀄 이후로 욕 많이 먹는 루카스 필름의 몇 안되는 훌륭한 결정이자 이제 무모한 투자는 자제하겠다던 넷플이 아직 정신 못차렸구나 싶네요.
'7인의 사무라이'처럼 농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먹고사는 마을이 악당들의 협박을 당하고 주인공은 유능한 동료들을 모아서 팀업으로 이들과 상대하게 된다는 구조인데요. 이런 류의 영화들은 다른 건 몰라도 팀원 리쿠르팅 과정에서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은 가까워지고 마지막엔 팀웍을 발휘하며 함께 빌런을 해치우는 요소를 잘 살리는게 중요하잖습니까?
그런데 이 캐릭터들이 주인공 포함해서 설정만 있고 실제 작중에서의 케미스트리는 0에 가깝습니다. 그 설정도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누군가 새 멤버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프로구단이 유망주 트라이아웃 하듯이 뭔가 개별 액션씬 같은 게 나오는데 기존 멤버들은 다 팔짱끼고 구경만 하고있고 그렇게 새로 합류하면 서로 상호작용 같은 건 1도 없이 또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런 식이에요. 캐스팅은 잘해놓고 연기해줄 거리를 던져주질 못합니다. 그냥 다 겉모습만 그럴싸한 아바타들 같아요. 배두나도 안타깝게 낭비됩니다.
잭 스나이더 영화가 그래도 지지하는 팬들을 열광시키는 장점은 비주얼과 액션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놀랍게도 이번엔 이런 부분들에서도 전혀 힘을 쓰지 못합니다. 스타워즈 영화로 기획했다는 티가 팍팍나는 각종 캐릭터 디자인과 세계관 때깔은 겉보기에만 그럴듯하지만 독창성도 너무 떨어지고 아미 오브 데드에 이어 촬영도 너무 구립니다. 2회 연속으로 스나이더 본인이 촬영감독까지 맡았는데 당신은 PTA가 아니라구요. 게다가 이번엔 액션 안무까지 어쩜 그렇게 심심하게 짜놨는지 보다가 충격 먹었습니다. 평소에 스나이더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뱃대슈에서 배트맨 창고액션 같은 건 감탄하면서 봤고 인정해주는 부분인데 어휴... 쓸데없이 남발하는 그놈의 슬로우 모션은 이번에 극에 달하구요.
스나이더 영화치고 그렇게 길지 않은 크레딧 포함해서 2시간 10분 정도되는 러닝타임이 3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전작 아미 오브 데드도 별로였지만 최소한 그건 지루하진 않았거든요.
2023.12.25 13:08
2023.12.25 13:11
티격태격이라도 하면 다행이죠. 안합니다;;; 뻔해 빠진 '고향은 어디야? 가족은 있어?' 뭐 이런 거 예의상 물어보지도 않고 새 멤버 영입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이렇게 팀원간의 케미에 신경 안쓰는 팀업영화는 또 처음 봐서 신선하네요.
2023.12.25 13:13
왓치맨이나 스나이더스 저스티스 리그는 원작 덕인걸까요. 하긴, 당시 열광했던 300도 저는 그냥 그랬고, 맨 오브 스틸이나 배대슈도 서사가 엉성하긴 했죠. 놀란이 직접 총지휘할 수는 없었으니 그렇다치고, DC에 케빈 파이기급 인재가 있었더라면... 지금쯤 잭 스나이더는 배트맨의 꿈에서 본 플래시가 말해준 다크사이드가 지배하는 미래를 진행중이었을텐데 말이죠. 자식 중 딸 한 분도 그리되었고... 의욕은 넘치는데 결과는 안따라준다는게 여러모로 착잡합니다.
2023.12.25 22:07
탄탄한 원작이나 정말 좋은 각본이 중심을 잡아줘야... 아니면 써커펀치, 뱃대슈, 아미 오브 데드, 이번 레벨 문 같은 결과물이 나오는 감독이죠.
스나이더가 구상했다는 그 어두운 저스티스 리그 속편들도 장기적인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려했던 워너 입장에서 참 당혹스러운 플랜이긴 했을겁니다. 그렇다고 저스티스 리그 제작 때 이랬다가 저랬다가 재촬영 시킨 건 용서가 안되는 결정이지만요.
2023.12.25 14:41
킬링타임용으로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이미 리뷰들 보고 기대는 바닥이어선지..
티나는 CG 떡칠에 때깔도 영 구렸는데 이게 제작비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가, 액션 연출도 구려서 그냥 기량 퇴보인 듯도 싶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태클 걸 부분이 너무 많은데, <7인의 사무라이>를 <듄>과 같은 장대한 SF 서사시로 억지 개작하느라 생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은 팀업무비로서 상당한 성과를 얻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레벨 문>은 정말 모래알 같은 팀업을 보여주는 게 허탈할 정도였습니다.
중반까진 그렇다쳐도 클라이막스에선 서로 협심해서 시너지를 일으켜 강대한 적을 물리치는 구조가 되어야 했을텐데..
배두나는 매력적인 배우이긴 하지만 이 영화엔 꽤 안 어울렸고, 딱 <주피터 어센딩>의 캐릭터 수준이었습니다.
유일한 장점이라면 클라이막스의 소피아 부텔라 액션 장면은 괜찮았다는 거 정도네요.
2023.12.25 15:44
아니... 닉네임의 눈을 업그레이드하신 건가요? ㅋㅋㅋ 크리스마스 특집인가요. 너무 귀여워서 순간 웃어 버렸습니다. 하하. (혹시 다른 분이셨으면 죄송합니다!!;)
2023.12.25 16:08
넵, 초롱초롱 바꿔보았습니다ㅋㅋ
2023.12.25 22:09
배두나는 딱 예전 동양인 쿼터제처럼 넣은 캐릭터 같아서 더욱 그랬어요. 배우 본연의 매력도 크게 살리지 못한 것 같았고 하기야 할리우드 감독이 배두나가 진가를 보여주는 한국 출연작들을 다 챙겨보길 기대할 수는 없지만요...
전 소피아 부텔라도 댄서 출신이라는 특성을 전혀 못살린 것 같아서 불만족이었습니다. 과거설정도 도식적이고 나름 설정은 이것저것 가장 신경 쓴 캐릭터인데 다른 조연들에 비해서도 딱히 매력적이지 못하다는게...
2023.12.25 15:46
넷플릭스야 뭐 작품 가릴 거라고는 해도 유명 감독이라고 하면 크게 안 가리고 화끈하게 투자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완성도가 떨어지면 롱런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공개 순간에는 화제도 되고 조회수도 나오고 그럴 테니까요.
예고편 보고 아 이게 뭔가... 했지만 그래도 배두나 때문에 한 번 볼까 했는데. 그냥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유익한 게시물이군요. ㅋㅋ 잘 읽었습니다!
2023.12.25 22:11
일단 공개 후 챠트 1위는 했네요. 찾아보니 파트 1, 2 도합 1억6천만불 투자를 했답니다. 뭐 두 편 가격에 이정도 규모 SF물이면 다른 대형 스튜디오 극장용에 비해서 그렇게 많이 들진 않은 것 같아요.
총 3부까지 계획하고 있고 게임이나 소설, 코믹스 등으로 뽑아먹으려고 한다는데 넷플이 참 자기만의 대형 IP를 하나 만들고 싶어서 애쓰는 게 보입니다. 아미 오브 데드도 뭐 크게 구상한다더니 쏙 들어갔는지 어떻게 됐는지... 배두나는 그럭저럭 멋지게 나오긴 하는데 분량이 한 10분 되려나요? 대사도 엄청 구린 것만 줘서 그닥 유창하지 못한 영어가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더군요;;;
2023.12.25 18:06
이거 보다가 잠이들어서 지금 일어났어요. ㅋㅋ 두번째 동료를 찾으러가는 장면까지는 기억이 납니다. 평을 보니 그냥 거기까지만 기억하고 마는 것이 낫겠군요. 아주 대단한 야망을 품고 시작한 프랜차이즈라는데....
2023.12.25 22:12
저는 그 '드래곤 길들이기(ㅋㅋㅋ)' 장면에서 위기가 왔는데 기왕 거기까지 시간 투자한 게 아깝고 나중에 이어서 보기도 귀찮은 정도라 억지로 참고 끝까지 봤습니다.
2023.12.25 18:27
2023.12.25 22:14
본문에 썼듯이 다른 건 몰라도 액션 하나는 기대하고 보는 감독인데 충격이었습니다. 뭐 구로사와 아키라 작품들이 워낙 근본으로 전세계 영화광들에게 인정받긴 하니까요. 스콜세지, 스필버그, 루카스 이 패거리들도 이 분이라면 아주 환장을 하는 덕후들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