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잠' 보고 잡담입니다.

2022.10.05 12:28

thoma 조회 수:301

나비잠 Butterfly Sle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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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감독, 나카야마 미호(료코), 김재욱(찬해)

왓챠에 골라 둔 영화 중 손가는대로 보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의식 않고 씁니다.

영화 포스터에서 받은 이미지나 광고에선 당기지 않았는데 듀나 님 비롯 평이 괜찮아서 골랐네요. 

배경은 일본입니다. 소설가 료코는 유전성 알츠하이머가 진행 중에 있고 일본에 와서 부박하게 살고 있던 한국인 찬해는 우연히 만난 료코를 도와 마지막 소설의 완성을 돕는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료코는 작업 중인 소설을 통해 짐이 되었던 영향과 억압을 확인하고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는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만남인 찬해와의 관계도 최선의 매듭을 지으려고 하고요. 엄마가 앓았던 병이라 그런지 무서운 병임에도 비교적 잘 적응하는 거 같아요. 왜 고통스럽지 않겠습니까만 한국식의 혼란과 방황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찬해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관계는 이국땅에서 우리가 막연히 기대하는, 우연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경험이랄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픽션들에 등장했던 낯선 땅에서의 감정상의 모험. 그 결과는? 사랑의 상처로인한 성장 같은 것 말입니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이야기입니다. 

그 깔끔한 정돈의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중반에 료코가 문단속 없이 외출하는 바람에 기르던 개를 잃어버리고 결국 찾지 못하고 뒷 이야기가 없다는 점은 수용이 안 되었습니다. 다른 없어진 물건이 없는 걸 보면 도둑이 든 건 아니고 개가 나갔다가 못 돌아온 거 같아요. 한국처럼 집 잃은 개가 극단의 험악한 일을 당하지는 않으리라 여기긴 하지만 그래도 집을 못 찾고 가족을 잃은 개의 심정을 생각하니 자신의 신병으로인해 료코가 너무 쉽게 개를 정리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 부분은 저에게 이 영화의 큰 흠으로 다가왔습니다.

다 보고 첫 느낌은 우리 감독의 영화이지만 일본 영화 같다는 것이었어요. 짐작되시지요. 모든 것이 깔끔깔끔 예쁩니다. 집도 외모도 태도도 그렇습니다. 포스터 좀 보세요.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도 그렇고요. 마지막 부분에 료코는 더 나이들어 보이고 좀 현실적으로 멍해 보일만도 한데 포기를 안 하네요. 

개 때문에 영화를 보는 시선이 안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감상은 좋게 말하면 평범한 수준이며 내심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엉뚱하게도 이 영화를 보고 한국인에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찬해는 일본 문학에 반해 일본에 왔고 그 중에서도 '인간실격'을 언급한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이 책은 해마다 여러 출판사에서 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기파괴적 내용과 작가의 전기가 젊은 작가 지망생에게 아직도 그렇게 호소력이 있는가 저에게는 의아한 것입니다. 전쟁전후 패전직후 일본 사회에서 술과 자신의 병을 파먹으며 쓴 글이지 않은가요. 좋은 소설이고 어떤 이는 아주 좋아하는 소설이 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인기는 좀 지나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안전하게 가지 말고 새로운 작가들이나 기존 작가들의 미번역 작품들 소개를 더 많이 해 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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