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6 10:37
익무 사태를 보면서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두루뭉실한 사과문, 그리고 사과문을 완전히 뒤집는 듯한 "입장문", 본인들이 어지간하면 강퇴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바로 바른 말 하는 회원들 강퇴... 좋은 글을 쓰던 고렙 회원들은 다 떠나가고 글 리젠율과 조회수는 엄청 떨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쉽게 오르진 않을 겁니다. 자기들도 글이 너무 안올라온다고 한탄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진지하게 영화글을 쓰려고 애쓰던 고렙들이 다 떠나간 건 이 커뮤니티에 엄청난 손해입니다. 시종일관 굿즈랑 관크 글로만 커뮤니티를 채울 순 없으니까요.
근데 그걸 바라보던 제가 좀 현타가 왔습니다. 익무는 망했는데, 그래도 힛게로 간 글들은 1000에서 2000정도 조회수가 나옵니다. 듀게는 300에서 400 정도 조회수가 나옵니다. 익무가 아무리 망했어도 규모로만 치면 듀게랑은 그냥 게임이 안됩니다. 오히려 듀게는 익무의 끄적끄적 게시판이라고, 영화랑 상관없는 잡담 게시판이랑 딱 그 규모가 비슷합니다. 거기의 글들이 대략 300에서 400정도 나오거든요. 글 리젠은 당연히 상대가 안됩니다. 듀게는 하루에 한 여서일곱 글들이 올라오나요...?
평소에 익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던지라 이번 사태를 씁쓸하게 보고 있었는데, 그 망한 익무에 비비지도 못하는 듀게는 도대체 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단 말이죠. 익무가 망한 거면 듀게는 핵,개,쌉, 폭망한 건가? 과거에는 어땠나 찾아보니 2010년도 경에는 듀게의 거의 모든 글들의 조회수가 2000에서 4000정도는 됩니다 ㅋㅋㅋ 규모로만 비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듀게는 게시판이라기엔 민망할 정도로 글이 올라오지도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게시판의 퀄리티가 압도적이냐면 그것도 아니고. 그나마 유일한 차별점이라면 정치적 스탠스가 다른 커뮤니티들에 비해 조금 더 진보적이라는 건데 그것도 딱히 통일되진 않았죠. PC가 싫다, PC 강요하는 너네들이 싫다고 게시판에 대놓고 글과 댓글이 올라옵니다 ㅋ 여자들은 남자 꼬셔서 부려먹고 싶으니까 결혼하려고 한다는 글을 써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곳이 듀게죠. 듀게의 변별점이 무엇인지...
어찌됐든 듀게의 가장 대표적인 정체성은 영화 커뮤니티일 것입니다. 운영자가 한국에서 익명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 리뷰어이고, 커뮤니티의 상호명(...)도 영화낙서판이고, 영화 리뷰 게시판도 따로 나눠져있습니다. 심지어 이곳은 회원가입할 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설문조사같은 것도 하니까요. 그런데 커뮤니티에서는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냥 영화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느낌이에요. 특히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집계를 해본 건 아니니 알 수 없지만 극장개봉영화보다 미드나 예전 개봉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느낌.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겠죠? 요새 유행하는 누칼협도 떠오르고. 좀 방식을 바꿔서라도 듀게에 글을 쓸 의지를 북돋아보긴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뭔가를 끄적거리는 게 즐거운 사람이라 그런 취향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 분들이 많은 곳을 기웃거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익스트림 무비 마이너 갤에서 대체 사이트들을 이야기하는데 듀게는 이야기도 안나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끄적거려보는 글입니다. 이런 글을 썼으니 오늘 다른 글도 또 올려봐야죠. ㅋ
2022.08.26 11:19
2022.08.26 11:34
2022.08.26 11:20
누벨바그 칼럼니스트 협회 같은 멋있는 이름의 영화 동호회로 순간 상상했어요.
2022.08.26 11:47
2022.08.26 12:03
아, 저는 [지난해 5시부터는 히로시마 7시까지는 마리앙바드에서 클레오가 내 사랑]의 아녜스 레네의 말인 줄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2022.08.26 12:21
2022.08.26 11:21
다 맞말... 저도 누칼협이 협회인줄...
2022.08.26 11:51
2022.08.26 11:55
예전에 글 리젠 활발히 되던 시절에 가끔씩, 하지만 주기적으로 꾸준히 올라오던 '이 게시판은 왜 이리 영화글 비중이 적고 다 신변잡기랑 정치, 연예인 얘기냐!!'고 화내던 글들 생각 나네요. ㅋㅋ 사실 듀게의 영화 글 비중(?)은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물론 예전엔 유저가 많았으니 화제작 같은 게 개봉을 하면 우루루 후기 글 올라오고 그랬죠. 근데 별 일 없는 평상시엔 그냥 아무 잡담 게시판이었습니다. 주인장 듀나님도 요 게시판엔 '여러 가지'로 대표되는 잡담글만 올리셨는데요. ㅋㅋ 다만 그땐 하루에 대여섯 페이지씩 글이 올라오고 하니 그 중에 영화 글들도 꽤 있었던 거죠.
그냥 유저수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 원인은 sns가 흥하면서 커뮤니티가 쇠락하고 있는 현상황이 가장 크다고 보구요. 듀게의 레전설급 큰 분란들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그냥 등 떠밀어준 정도라고 생각해요. 다들 sns로 흘러가서 신규 유저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커뮤니티가 흥하려면 뭔가 차별적인 메리트가 있든가, 아님 그냥 해당 분야 넘버 원 정도 이미지가 있든가 해야 하는데 듀게는 둘 다 아니니까요.
이런저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듀게가 살아 있는 동안을 즐기고 있습니다. 뭐 더 큰 거 바랄 게 있나요. 하하.
2022.08.26 12:52
2022.08.26 13:08
2022.08.26 13:32
2022.08.26 13:35
2022.08.26 13:55
상당히 설득력이 있네요.
2022.08.26 14:45
2022.08.26 23:10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익무 같은 경우엔 다들 아시다시피 현실에서 보상으로 돌아올 떡밥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게 점점 흥해서 확장이 됐죠. 듀게엔 그런 게 일절 없으니 유저 이탈을 막을 떡밥이 없음은 물론 신규 유저를 끌어 들일 방법도 없었구요.
그리고 원래 옛날 듀게 유저분들 중에 특히 열심히 좋은 활동 하시던 분들(흔히들 쓰는 표현으로 '네임드' 유저들)이 거의 '대부분'에 가깝도록 이미 트위터 유저셨어요. 그러니 그 분들은 듀게를 떠나도 트위터에서 충분히, 전혀 아쉬움 없이 의사 소통하며 지내실 수 있었죠. 다시 돌아올 필요도 못 느끼시구요. 하하;
2022.08.26 23:40
첫번째 답변에 대해서는, 필요조건이긴 하나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익무가 흥한 이유로는 시사회 당첨이라는 현실의 보상책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듀게에는 시사회당첨이라는 보상책이 없었으니까 망했다"는 것은 인과관계로는 좀 성립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듀게에 왜 더 이상 신규 유저가 오지 않았느냐도 다른 의미에서 더 깊게 이야기해볼 수 있겠죠. 어떤 커뮤니티들은 시사회 당첨 같은 현실적 보상이 없는데도 회원들이 증가하거나 완만한 하락세 가운데 회원들의 수가 유지됩니다.
그리고 두번째 답변은... 이미 트위터 유저인 분들이 왜 떠났는지, 왜 돌아오지 않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가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2022.08.26 14:36
팔로우 하는 소셜미디어 구조상 버블효과가 잘 나타나는 곳이죠 특히 트위터나 페북이 더욱 그러하고요. 버블 효과가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게시판은 그런 효과가 소셜미디어 보단 덜 한 곳 아닐까요? 그리고 한가지 방향으로 갔다면 오히려 그 반대 급부들이 나가게 되서 유저나 글이 줄게 되기도 하겠죠. 말씀하신 불편한 글들은 어느 게시판에나 존재한다고 봅니다. 소셜미디어처럼 자신만의 버블을 만들어 놓으면 그게 덜 보이게 되는 것이고요.
듀게가 왜 망하느냐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각종 인터넷 카페들이 망한 것과 비슷할 거고, 또 저는 그냥 이곳이 노쇄했다고 봅니다. 주요 유저들도 타 게시판들 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고 주인도 신경 쓰지 않고 관리자가 뭔가 새롭게 할 수 있는 곳이 안된거죠 (관리자 분 오해 없으면 좋겠습니다. 전 이대로도 좋습니다 ㅎㅎ) 익무는 리뷰도 있지만 시사회랑 굿즈로 커진 곳이라 봅니다. 그걸 잘못 활용해서 망해가는 것으로 보이고요 근데 이곳은 그런 이벤트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없다보니.... 튼 저도 이곳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 조건에서 이 정도면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2022.08.26 15:56
2022.08.26 12:58
저는 나름 개봉하는 신작들 꾸준히 극장에서 챙겨보고있기는 한데 관련정보나 감상글은 제가 활동중인 다른 영화 커뮤니티에서 충분히 보기 때문에 여기선 그냥 탑골감성 작품들 얘기하는 편이 더 좋더군요 ㅎㅎ
2022.08.26 13:43
2022.08.26 17:08
트위터는 보기만 하는데 트윗을 쓰기 시작하면 제 인생에 허비하는 시간이 더 커질 것 같아서 안하고, 다른 데서도 피로해서 이젠 굳이 글을 안쓰다보니 그나마 제가 댓글이라도 쓰는 곳이 듀게입니다 ㅎㅎ 이곳이 노쇄하고 활동도 너무 적다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래서 계속 오는 것 같네요. 엄청 활성화된 곳이었으면 또 뭔가를 쓰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계시는 분들도 뭔가 다 한 시대를 공유했던 분들이라는 느낌도 있어서 좋고요.
제가 나우누리 모 동호회의 시삽(!)이었는데 죽어가는 모임을 어떻게든 유지해보려고 별짓을 다했지만 시대를 거스를 순 없더라고요. ㅎㅎㅎ
2022.08.26 19:54
말씀하신 듀게의 장점에 깊이 공감하며...거기에 더해 저는 사실 연예인 사생팬질하는 기분도 가끔 듭니다.
10여년의 세월을 듀게 눈팅을 해왔기때문에(게시물에 답글을 달 수는 없어서 미친애처럼 혼잣말로 막 흥분하기도 하고 동조하기도했던 세월이었지요. 음침해라.)
듀나님은 물론이고 다른 오랜분들 제게는 셀럽같은 존재거든요 ㅋㅋ 실은 머핀탑님도 저한테는 연예인같은 분이에요. 듀게의 인연은 아니지만요. ㅎㅎ
2022.08.26 20:11
2022.08.27 02:57
아하하 연예인이라니 또 저의 부끄러운 과거를 ㅋㅋ
저도 가입 전에 댓글 못달아서 답답하던 시절이 기억나네요. 등업고시를 치룬 계기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뭐였을지..
셀럽 같단 표현이 좋네요 ㅎㅎ 실제 셀럽도 많이 거쳐간 게시판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워낙 오랜 기간 봐오니까 저도 비슷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22.08.29 19:54
일단 흥할때의 듀게도, 듀게만의 아이덴디테가 있긴 했으나, 정확히 구실점은 '듀나'라는 존재였죠.
최소한 게시판을 방문하던 사람들은 싫든 좋든 계속 '듀나'의 '글'을 소비하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여러 이유로 듀나의 입지가 줄고, 글에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구실점'을 잃은점도 크고.
커뮤니티라 하기엔 너무나 허약한 시스템을 지닌 이 곳이 여러 부침을 겪으며, 정전이 되던 나날이 많았는데, 그러면서 떠난 사람들도 많고...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듀게에 유난히 "열성적이고, 집념적인" 존재들이라 적절히 균형을 이루던 논의들이 한쪽으로 치우쳐지며 피로감에 또 떠나고..
그렇게 사람 없는 곳에 이제는 분탕질 종자들의 토악질에도 '관리'가 안되니 또 떠나고..
요새 누칼협이라는 영화 커뮤니티가 떠오르는구나.
찾아봐야지 하고 검색했더니
"누가 칼들고 협박함"? 의 줄임말이네요...
허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