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훌륭한 일주일이다.

2010.08.22 23:19

걍태공 조회 수:3227

요즘 너무 늘어져서 산다는 생각이 들었죠. 회사에선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집에 돌아와선 잠이 들기 전까지 DVD를 보거나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나 하고 말이죠. 심기일전하기 위해서 먼저 쓰레기장 같던 사무실의 책상 정리부터 했습니다. 사무실이 깨끗해지니까 일단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그리구선 연말까지 해야할 장단기 프로젝트에 관련된 업무와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을 아웃룩에 시기별로 정리해서 진행 상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날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시간이 남을 때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일에 대한 욕심이 돌아오더군요. 그렇게 일주일을 불사르고 나니, 주말도 화끈하게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은 일찌감치 일어나서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먹었습니다. 이 집은 계란 프라이와 스크램블, 소시지, 베이컨, 감자볶음, 프렌치 토스트에 과일 몇 조각을 곁들인 미국식 아침식사도 푸짐하지만 무한 리필되는 커피의 맛이 무엇보다 끝내주지요. 잡지를 보면서 느릿느릿 아침을 먹고 커다란 머그 잔에 담아주는 커피를 석 잔이나 마시면서 이 느낌때문에  사람들이 일요 브런치를 좋아하는구나 새삼 감탄했습니다.  투명하게 맑은 날이라 식당 옆을 지나는 개울에 비치는 햇살이 반짝이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요.


빵빵해진 배를 꺼뜨리기 위해 집까지는 걸어서 돌아왔어요. 도중에 차츰 더워지긴 했지만 해가 중천에 뜨기 전이라 견딜만 하더군요. 물론 중간에 마주치게 되는 가게에 들러 구경하는 것도 잊지는 않았습니다. 젤라또를 파는 가게 앞에 서서 디저트 삼아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인가 고민하긴 했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포기했지요.


집에 돌아와선 잠시 인터넷 서핑을 하며 노닥거리다, 수영장과 짐에 다녀왔습니다. 오랫동안 운동을 삼가해온 몸이라 웨이트와 수영을 병행하고 나니 금새 파김치가 되더군요.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그동안 사다놓고 두어장 읽다가 던져 놓은 책들을 꺼내서 정리했습니다. 꽤 많은 수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먼저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책을 서너권 들고, 평소처럼 소파에 드러누워 보는대신, 진시황의 2000번째 후궁처럼 주인 얼굴 보기 힘들어 하던 책상에 정좌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파에서 읽을 때처럼 잠이 금새 들지 않고 꽤 진도를 많이 나갈 수 있더군요. 책 읽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아니구나 싶어 그 것도 기분이 좋았어요.


그림자가 꽤 길어졌다 싶을 무렵, 베란다에다 그릴을 꺼내놓고 숯불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숯불구이 삼겹살이었거든요. 요리를 거의 못하지만 직접 숯불을 피우고 무언가를 굽는 것은 좋아합니다. 사실은 바베큐 보다는 숯불 피우는 과정을 좋아하는거죠. 준비가 잘 된 야외에서 하는게 아니라서 번잡하고, 조심할 것도 많지만 숯이 빠알갛게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차갑게 식혀놓은 맥주를 홀짝이는 것은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죠. 숯불로 직접 구운 건 뭐든지 엄청나게 맛있다는 것은 그저 보너스일뿐. 많은 양을 조리하는게 아니라서 요리가 끝나고도 멀쩡하게 남아있는 숯불을 보는게 늘 안타까왔는데, 구운고기를 냉동해 두었다 프라이팬으로 데워먹어도 된다는 것을 배워서 오늘은 숯불이 다 꺼져갈 때 까지 마음껏 삼겹살을 구워댔습니다. 이번주 반찬은 내내 삼겹살이 될 듯......


불장난이 끝나고 나니 해가 거의 져가더군요.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습니다. 해가 지고나니 이제 가을의 문턱이라는게 실감나더군요. 낮엔 그렇게 덥더니 밤이 되니 그래도 선선한 바람 자락들이 가끔씩 느껴집니다.


몸은 노골노골하지만 그동안 늘어졌던 바이오리듬은 완전 재충전된 느낌입니다. 월요일인 내일 아침, 아침에 눈을 뜨면 얼른 사무실에 달려가 일을 하고 싶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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