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7 19:35
2020년에 내가 뭘했을까? 2개월 일하고 거의 일년내내 실직 상태의 백수였고,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거의 못하고 사람들도 못만나고 완전 감금 생활이었다는 것 외에는,
2020년에 대한 기억이 완전 기억상실증처럼 지워졌거든요.
진짜 답답하고 재미없는 감금 생활이었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득, 2020년 일기장을 봤어요. -항상 적는건 아니지만, 인상적인 일은 쓰니까요-
그리고 깨달았죠.
“정말 원도 한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일, 즐거워하는 일만 하고 살았구나!!!!”
매일 오늘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즐거울까?
아침에 깨어나면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 어떤 책을 읽을까?
요즘 제일 흥미로운 미드가 뭐지???? 팟캐스트 들으면서 깔깔거리고.
그
리고 전시회도 좋아하는건 기어이 찾아서 갔고 1917같은 영화도 그렇고, 다크 워터스 등
좋아하는 영화는 영화관에 세 번씩 가서 보고.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책, 팟캐스트,,,, 전시회.
그러다가 감동적이면 감상문도 적어서 올리고.
그게 2020년이더군요. 기억에서 완전히 망각된 세월은 아주 한량같은 세월이더군요.
2020년만은 아니에요. 실직한 기간과 일한 기간이 대략 최근 몇 년간은 반반이거든요.
2018년 하반기 내내 놀면서 지냈고, 2019년 상반기도 놀았고.
2020년은 거의 1년 놀았고.
그러면서도 신기하게 중간중간 몇 달씩 일해서 월급받고 실업급여받고. 그러고도 생계 걱정안하고 내 취미생활하면서 랄랄라하면서 산거에요. 먹고 살 걱정 별로 안했어요.
사실 저는 진짜 아무런~~~~ 살 대책이 없는 가난뱅이인데도 말이죠.
2020년 말에는 물론 실직에 대해서 심하게 우울해 했지만 운좋게도 2021년에 일자리를 얻었죠.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흐름대로 가는게 인생인가 보다싶어요.
2018년에는 직장을 박차고 나온건대(?) 통영 여행부터 갔었고, 그리고 정말 가고 싶은 전시회란 전시회는 다~~~갔어요. 아드만 스튜디오, 빨강머리 앤, 인상파 화가들, 도자기 전시회보러 경기도까지 가고,,, 동화책.... 다양하고 특별하게 감동적이고 환상적이었던 전시회들이 지금도 기억이 나고 동영상들도 가끔 봐요.
2019년까지도 전시회의 날들은 계속 이어졌고 마침 유럽의 중세 유리도자기 전시회까지(전시회 중에 면접 연락;;)
2019년은 무엇보다 스페인 여행!!!!
2018년 12월에 갑자기 ~~~ 지금이 아니면 언제 유럽여행을 가겠어.
시간 많을 때 가자.(생계비로 쓸 돈임에도.... 돈을 왕창~~~ 몇 백만원 쓰더라도????)
평생의 소원인 유럽여행을 위해 스페인에 꽂혀서 2019년 1월, 지금도 잊지 못하는
2주간의 스페인 여행을 갔죠.
구제불능일 정도로 철이 없어서겠죠.
놀고 있는 기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았어요.
남들만큼 성공하지 못해서 한이 된다 했는데 한될거 없구나 싶어요.
요즘은 굉장히 힘들게 나자신을 오랜만에 혹사시키고 있어서
오늘도 다리도 퉁퉁 붓고 손목도 나가고, 그래도 붙들고 있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너무 힘들었는데 장기간~~~~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한가하게 살았던걸 읽고 나니
“나 참 즐겁게 살았다. 그렇게 많이 놀았으면 지금 몇 개월 더 고생하는거
그렇게 억울할 건 없네” 싶어져서 뜻하지 않은 위로가 되네요.
2022.06.07 20:10
2022.06.08 16:39
네, 그럼요. 전 하고 싶은건 사실 다 해봤어요. 해외여행을 자주 못다닌거 빼고 돈없어서 못한 것도 별로 없는거 같아요.
도자기를 배우고 싶다하면 공방에 가서 도자기 만들고, 다도도 배우고, 공예도 하고, 앞뒤없이 스쿠버 다이빙도 배워보고(잠깐)
각종 모임에도 혼자서 잘 돌아다니고, 연애하고는 인연이 없지만 소개팅도 하루에 두탕을 뛰기도 하고.
지금도 제일 하고 싶은건 여행이긴 한데요. 문득 교토 여행이 너무 가고 싶네요;;;;
아직 코로나에다가, 일본이 한참 안좋은 상태인건 아는데,,, 교토는 오래 전부터 너무 가고 싶어한대다가
주변에 일본어 전공자와 친해지는 바람에 그 사람이랑 같이 교토가면 너무 좋을거 같아요.
근데 올해는 어려움;;;;;
하다가 실패하거나 손해본 일도 후회는 안하거든요. 안하면 계속 미련이 남아서 뭐든 질러야 하는거 같아요.
2022.06.07 22:20
좋은 글입니다.
2022.06.08 16:56
그냥 저한테 좋은 깨달음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보기에는 왜 저러고 사나 싶겠죠.
어디다 투자를 하는게 현명한가, 어떤 커리어를 쌓아가야 하나, 자녀교육은 어떻게?
경제적인 투자 계획 쫙 세우고 보험 몇개씩 들고 집도 어디로 이사갈지 전략적으로 판단하면서
무서울 정도로 철저하게 사는 사람들 많잖아요.
어차피 투자할 돈도 없고 빚없이 이만큼이라도 사는 걸 감사해요.
2022.06.08 04:07
2022.06.08 16:58
사실 여기에 안썼지만 바닥에 등도 못붙일만큼 미친듯이 일하고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커피 한잔도 못하면서 앞만 보고 달린 날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인생이 거의 바뀌다시피 했지만
앞만 보고 달리다가 내가 원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시점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더군요.
2022.06.08 10:37
2022.06.08 20:38
우리나라가 휴식을 죄악시하잖아요. 삶의 여유가 정말 없다시피 하고, 쉬고 있으면 뭔가 항상 생산적인 일
현실적으로 득이 될 일을 해야하고. 생각을 더 깊이하고, 감수성도 깊어지고 책을 읽을 여유도 있으려면 어느 정도
기간의 휴식이 꼭 필요해요. 일에 몰려있을 때는 직장끝나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더군요.
나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더더욱 없죠.
2022.06.08 10:37
2022.06.08 16:59
어떤 전시회든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저도 가고 싶은데,,,, 미니어처랑 투탕카멘, 고흐 영상전시회, 제일 좋은건 다 봐서
지금도 찾고 있어요.
특별히 기억이 안 난다는 건 나쁜 일도 없었다는 뜻도 되니까 위안 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돈이라든지 승진을 우선 목표로 살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좋아하는 것 하면서 잘 노셨다면 잘 지내신 거 아닐까욤? 저는 조금 더 가열차게 좋아하는 걸 좋아해야겠다 결심해 보았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