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으로는 딱히 아무 것도 한게 없으니까 힘들다는 말은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뭐랄까 마음이 힘들어요. 아니, 지쳤어요. 머리 아파요. 열심히 날짜별로 작성하고 있던 스케쥴표, 들여다보기도 싫어요.

도서관이나 서점의 여행기/여행 서적 코너에 가서 남들이 써놓은 책과 남들이 찍어놓은 예쁜 사진을 봐도 그냥 심드렁해요.

이건 우리나라 여행기(의 껍질을 쓴 싸이월드 허세글+허세사진집)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매우 구려서 -0- 일수도 있겠지만요.

저번에도 듀게에 글을 올렸어요. 여행 갈거라구요. 그때는 신났었죠. 막 처음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였으니까요.

지금은 D-9 니만큼, 필요한 것들도 다 샀고, 숙소도 마지막 날까지 전부 예약했고, 중간중간 보고 싶은 베를린필 공연이나 빈 오페라 같은 것도 전부 예매했어요.

막눈으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돌아다니며 대충 예쁜 사진이나 찍고 오긴 싫어서 중세/르네상스.. 랄까 옛날 고전 회화 공부도 두꺼운 책 여러 권 읽어가며 열심히 했구요.

가이드 북도 여러 권 사고, 여러권 빌려 읽으면서 정보를 수집했어요. 여행하려는 나라에 대해 공부도 좀 했죠. 아까도 도서관 가서 가이드북 복사하고 왔어요.

듀게분들이 추천해 주신 유랑은, 맨날 맨날 새로 올라온 글 체크하고 바닥까지 싹싹 핥아서, 이젠 사람들이 QnA에 글 올리는 거 보면 짜증날 정도.

(사람들이 너무 공부-.-;;를 안하고 무턱대고 질문만 해서 짜증이 나요... 전 적어도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한 다음에 그러고도 답 안나오는 것만 물어봤다구요...

엄청 간단한거, 쉬운거,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검색 한번이면 해결 될 것을 왜 그렇게 세 살배기 아이처럼 하나하나 물어보는지! 쿠뤄뤄뤄뤄)

 

근데 제가 준비를 너무 많이 한걸까요? 심드렁하고. 머리가 아프고. 그리고 조금 가기가 싫다고 할까... 진짜로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예전만큼 아악ㅠㅠㅠㅠㅠ 유럽ㅠㅠㅠㅠㅠㅠ내가 베를린필을 ㅠㅠㅠㅠㅠㅠㅠ 아놕ㅠㅠ반고흐ㅠㅠㅠㅠ오또케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시 그 말로만듣던 애비로드ㅠㅠㅠㅠ

... 같은 흥분의 도가니-_-;;;;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실제로 거기 가서 기차 갈아 타고, 물어물어 길 찾고, 이런 과정에 대한 스트레스-.-;; 도 좀 느껴지구요.

말 통하는 한국땅에서도 어리버리하기로 다보탑을 쌓는 수준인데 거기 가면 오죽 할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이 모든게 또 부질 없는 걱정이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라면 미리부터 사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는 것도 알곤 있죠.

아무리 자세하게 계획을 짜도 막상 닥치면 미끄러지기 마련이니 힘을 좀 빼고 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구요.

 

ㅋㅋ 결국 너무 많이 아는 게 제 스트레스의 원인인 것 같아요. '여행고시' 라는 표현 유랑에서 읽었는데 딱 그짝인듯.

D-9일인데, 어떻게 해야 즐겁게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 여행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ㅋ

아 난 너무 진지병자야..... 매사에 진지하고 스트레스를 받아....OTL

자금 제일 부러운 건 마드리드에 있는 제 친구에요. 그제 비행기를 탔죠. 지금은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친절한 스페인 자매 집에서 아침을 먹고 있겠죠.

아, 신기한게 트위터에 콕 찍어서 위치 정보도 나오더군요! 난 안되던데. 걘 갤럭시고 난 아이폰이라서 그런가 -0-

 

그냥 떠나고 싶네요. 가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고 오히려 오기 싫어진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헤헤.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

도착해서 딱 런던 히드로 공항의 악명 높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나면, 무슨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출지 생각중입니다.

펫샵 보이즈의 London이 좋을까 (근데 가사가 ㅋㅋㅋ) 무사도착을 뜻하는 Home and dry가 좋을까 아니면 신나게 Westend girl? 아니면 blur의 London loves? 흐흐.

혹시 9월 6일에 런던으로 출국 예정이신 분들 웬 이상한 여자애가 공항에서 혼자 이어폰 꼽고 춤을 추-_-면 저인가 보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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