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6 13:39
보고 나서 역시나 마이클 만의 [히트]를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두 남자가 양복을 입고 차가운 얼굴로 기관총을 갈겨대는 영화니 당연히 그렇겠죠. 그러나 이정재가 감독으로서 이렇게 "이상한" 영화를 찍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스포일러를 경고해두었으니 결론부터 바로 치고 넘어가봅시다. 이정재의 박평호는 북에서 온 간첩, 동림이고 정우성의 김정도는 안기부에 침투한 민주세력 쪽 암살쿠데타 주동자입니다. 안기부의 보안 책임자 투톱이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안기부가 어떤 조직입니까. 군부세력 출신 대통령의 정권 수호를 위해 자국민을 수도 없이 학살하고 고문했던 세력입니다.시민들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짓밟으려면 그것을 정당화할만큼의 충성심이 반드시 깔려있습니다. 그렇지만 [헌트]에서는 공교롭게도 이 현실 속에서 하필 두 사람이 모두 다 대통령 암살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헌트]는 일종의 타임슬립 영화입니다. 군부독재와 경찰독재가 (윤씨 치하에서 다시 살아나려고는 하지만)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바로 현재의 시점을 가진 인물들이 그 시대 가장 삼엄했던 대통령의 핵심세력이 되어 과거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 박평호와 김정도가 안기부 내부의 고문 장면들에 진절머리를 내는 장면들은 우리가 어떤 시대를 거쳐왔는지 최소한의 반성을 위한 작업일 것입니다.
이 영화의 주변부에 머물러있다가 불쑥 들어오는 조유정은 영화 밖 현재 시점을 종종 상기시킵니다. 독재자보다 독재자의 하수인이 더 나쁘다는 일침을 박평호에게 날리거나 본인 스스로가 모진 고문에 휘말리는 것은 '지금 이 영화를 보고 있을 20대들이 그 때에는' 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평호가 조유정에게 사살당하는 엔딩은 한편으로는 당연한 귀결입니다. 박평호 역시 안기부의 핵심세력으로서의 과오가 당연히 있고 조유정이 당한 고문의 책임 또한 있으니까요. 박평호는 후세대인 조유정에게 그 심판을 받아야합니다. 감독으로서 이정재는 독재정치에 일조했던, 혹은 그를 방조했던 구세대의 잘못을 자백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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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의 두 주인공이 미래 시점을 가졌다고 한다면 박평호의 공간적 시점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답해야 합니다. 그는 북한에서 온 간첩이기 때문이죠. 이게 이 영화가 지닌 가장 대담하고 이상한 설정입니다. 북측에서 숨어들어온 동림이라는 스파이를 색출해내야하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이 스파이였다는 것은 이 장르 자체를 거의 무효화시키길 정도입니다. 보통의 언더커버 장르는 외부인인 주인공이 내부에 감화되어가는 것을 그리지만 [헌트]는 마지막에 가서야 그 사실을 알리며 이야기 전체를 외부인(북한)의 시점으로 다시 보게 하고 있습니다. 즉 [헌트]는 북한인이 안기부에 들어가서 안기부를 관찰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동안 북한 사람을 여러 종류의 적이자 동지로 써먹었던 한국 영화가 이제 간첩을 안기부에까지 침투시킨 것입니다.
북한인(간첩)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발본수색하는 최정예 집단이, 자기 집단의 수장이 간첩이란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평호는 "너희 남한 사람들은(안기부는) 북한 사람이 보기에도 한심하고 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설정 안에서 가장 멀고 이질적인 외부인은 바로 북한 사람입니다. [헌트]는 독재세력의 공포 정치를 가장 외부인인 북한의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되는 결과를 만듭니다. 이러한 시선은 남한으로 귀순하는 이웅평의 입을 빌려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우리는 어느 한 쪽을 편들거나 배신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무능한 지도자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는 극우보수의 시선을 가진 관객을 철저히 따돌리는 프레임을 갖고 있습니다. [헌트]의 세계로 들어오려면 박평호라는 남파 간첩에 이입하거나, 김정도라는 민주화운동 '폭도'에 이입해야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안기부가 가장 미워했고 거리를 멀리 했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안기부라는 조직을 인정하면서 이 영화를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 모두의 시선에서 안기부가 하는 일은 딱 하나입니다. 그저 누군가를 북한 간첩으로 몰아서 적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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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엔딩은 더 이상해집니다. 대통령 암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간첩 동림이 있고 대통령 암살을 위해 애를 쓰는 정도가 있습니다. 정체를 알게 된 이상, 관객은 이상할 정도로 전쟁을 막기 위해 명령에 불복하는 "간첩"이자 "북한사람"인 평호를 보게 됩니다. 그가 전쟁만큼은 막고자 하는 대의가 있다는 건 대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사무적이고 건조한 태도를 보면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불복종을 이해하기가 어렵죠. 그가 체념하고 차라리 임무에서 떠나버리는 게 훨씬 더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 물론 이부분은 시간에 쫓긴 시나리오의 서두름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적 문제를 의의를 가지고 해석한다면 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훨씬 더 아귀에 맞게 됩니다. 이웅평 귀순자를 비롯해 이 이야기의 가장 주요한 인물들이 국가 혹은 국민을 위해 독단적 지도자에게 반기를 드는 행동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조건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지배자와 국가의 분리라는 더 관념적인 이야기로 승화됩니다.
그럼에도 정도가 왜 평호를 굳이 눈감아주고 그 중요한 임무 현장에 동행까지 했는지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상당히 관습적인 처리를 하면서 이 둘의 공조를 로맨틱하게 넘겨버리는 부분은 설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굳이 정치적으로 함의를 찾는다면 (이정재와 정우성의 관계를 빌린) 그 일시적 동맹조차도 각자 가진 대의가 다르고 그 방향성도 크게 갈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수 있겠지만요. 왜 동림은 자신의 모든 정보를 주지 않았는지, 그리고 정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작품 내적으로 온전히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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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반전 같은 부분은 이정재가 [신세계]에서 보였던 장르의 차용같고 주인공들은 종종 감상적입니다. 어쩌면 호적수에 대한 경외와 동질감을 주제로 한 [히트]를 정치적 대립과 화합으로 묶다보니 생긴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 한계에도 저는 이정재가 이런 영화를 만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장르 드라마일 수 있지만 이 영화의 파격적 설정 이끌어내는 아이러니들은 생각보다 강렬합니다. 자기 자신도 독재자의 하수인이라는 책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결말까지 포함해서 저는 이 영화가 꽤나 성숙하게 한국의 근현대사를 돌아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더 봐야 감상이 완성될 것 같군요.
2022.08.16 14:12
2022.08.16 18:22
밑의 분들의 댓글까지 포함해서 대댓을 달자면, 그게 더 말이 되긴 하겠네요. 영화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어서 저는 당연히 북파 간첩을 새끼 때부터 침투시켜 안기부 직원으로 키운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안기부에 잠입하게 된 대통령 예비암살자 김정도와 대칭으로서) 그게 좀 비현실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저는 동시에, 안기부 해외파트 총괄책임자를 도대체 무슨 수로 북한에서 포섭을 했고 그 부분에서의 박평호의 대의는 무엇인지 영화가 설명을 안해서 그것 또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2022.08.16 14:12
'이상한' 영화에 많은 공감하고 갑니다. 같이 본 지인은 빼곡한 액션 길을 정신없이 달리는 것에 몸살 났다고 하더군요. 첫 작품에 이런 이야기를 쓰다니 정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대놓고 하고 싶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하를 왜 지킵니까?"라는 대사는 제게 오래 기억될 겁니다. 엔딩 직전에 둘이 같이 있게 된 이유는 정보 불균형에 시간 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박평호가 알고 있는 정보는 1호가 죽으면 자기도 살해되고 불꽃 작전이 개시된다는 것이고, 김정도가 알고 있는 정보는 애국가가 끝나면 1호가 저격된다는 정도였겠죠.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왜 살려뒀냐고 물어볼 정도로 서로간 정보 공유는 없었고, 폭발 스위치를 가진 북한 스파이가 박평호 속을 더 뒤집어 놔서 감정적으로 행동한게 아닌가 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김정도가 모든걸 망치고 누워서 '박평호'를 11번 정도 부르는데.. 욕지거리를 안 하니까 어색하더군요. 그렇게까지 극도의 상황에서도 평어를 쓰다니.)
그런데 제가 잘 못 봐서 그런데, 박평호가 확실히 남파간첩이었나요? 저는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유된 남한인 정도로 봤어요. 그리고 박평호는 결국 조유정 말고 전기 고문하던 그 사람한테 죽은거죠? 조유정은 총을 쏘질 못 했던 것 같아요.
2022.08.16 17:52
저도 박평호는 포섭된 남한 인사라고 보았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라도 북에서 온 사람이 안기부에서 부장 자리에 오르지는 못할 것 같아서요. 근데 너무 정보가 많아서 못 따라간 부분들이 있어서 좀 헛갈리긴 하네요. 김정도네 집에서 저녁 먹을 때 김정도가 이전에 박평호를 고문해서 손가락 신경이 끊겼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게 어떤 맥락에서 벌어진 일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2022.08.16 18:36
그건 박정희 암살 사건을 뜻합니다. 영화 상으로 보면 [남산의 부장들] 사건 때문에 김정도가 박평호를 조져댔다는 이야기죠 ㅎ
2022.08.16 18:34
박평호 남파간첩썰(...)은 위에서 제가 해명을 했습니다. 아마 저의 억측일듯... 그런데 어떻게 회유를 했고 회유당한 박평호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영화상에서 생략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감을 못잡겠습니다.
- 박평호와 김정도가 둘이 같이 있게 된 아웅산 테러 인용 장면에서 두 사람의 정보가 비대칭이긴 해요. 그런데 그 전 장면에서, 김정도 일당이 북한 간첩 세력을 거의 숙청하는데 성공하고 잡혀있는 박평호를 발견하죠. 그 때 김정도는 불타고 있는 서류통에서 서류를 하나 보고는 그 위의 필체가 박평호 것이라는 것을 눈치챈 다음에 그가 동림이라는 걸 눈치챕니다. 심지어 자신의 죽은 부하를 보면서 "동림이 발견됐군요." 라고 말을 짜맞추기까지 합니다. 대통령 암살이라는 점에서 같은 목적을 공유하니까 그가 살려줬다는 게 암시되죠.
그런데 영화 내부의 현실에서 그게 과연 개연성이 있는지 좀 아리송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박평호조차 그 태국에서 "왜 날 살려두는거지?" 라고 정도에게 묻습니다. 자기가 볼 때도 자기를 이렇게 살려두고 정체를 끝까지 숨겨줄 이유를 모르겠는거죠. 김정도 입장을 생각해봤을 때 박평호를 살려두는 건 영화 내부의 정치적 로맨티시즘 말고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상대편도 자기와 같은 암살대상을 공유한다고 하지만 자기가 모르는, 그리고 자신과 가장 적대하는 세력이 암살을 한다고 하는데 자기 작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어떤 확신도 없잖아요. 그리고 컷이 넘어가긴 했는데 김정도가 박평호(동림)을 구해낸 건 밤 시간이고 그 때 동림으로서 박평호가 정보들을 줬을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일절 안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자연스러운 상황도 아닌데 말이죠.
- 조유정은 총을 못쐈고 그 남파간첩이 총을 쏴서 죽였습니다. 제가 영화를 너무 의미적으로 따라가보니까 디테일을 놓쳤네요. 그런데 전 조유정과 그 남파간첩이 같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결국 조유정이 총을 쏴서 죽여버리고 싶다는 의지가 타인의 사격을 발현시킨 것처럼 보이긴 했어요.
2022.08.17 09:35
몇몇 인터뷰에서 이정재 감독이 이 대본을 4년 동안 고치고 고치면서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여러 감독들에게 가져갔어도 같이 못 한다고 거부 당했다고 하는걸 보면, 이 정도로 아귀를 맞춘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김정도가 박평호(북한)의 힘을 빌어 베드로 사냥을 하고 싶은 마음은 내용상 그럭저럭 잘 묘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김정도 팀이 모여서 아웅산 테러 이야기를 나누는데 "북한 쪽에서 암살한다고? 그건 혁명이 아니잖나"에 대한 답으로 "이건 혁명이 아닙니다"라고 하며 긴 연설을 하죠. 어떻게라도 빨리 독재자를 걷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거기서 5.18 헬기 사격 이야기까지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영화 통틀어서 어색한 대사였습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듣고 놀라기도 했고.) 다른 하나는 발각되지 않기 위해 전기 고문을 최대로 올려버리는 씬인데 이도 마찬가지로 전두환 암살을 가장 하고 싶어하는 급진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각하를 왜 지킵니까?"하고 냅다 상사를 쏴버리는데, 폭탄 테러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뒤를 볼 게 없을 정도로 확실히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즉 베드로 사냥팀에서 가장 매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말하셨듯 이것 저것이 다 정리된 다음인 것 같은데도 정보를 나누지 않았다는 구멍은 크죠.
2022.08.16 14:56
어제 "헌트"봤는데 재미있고 만족, 지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면 "헌트"보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너무 지나친 속도와 정신없는 액션은 절제를 했더라면 좀 더 나을 뻔 했네요.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파악이 안되는데 총격전부터 벌어지니 액션씬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장에서는 피로감은 높았어요.
박평호와 김정도 모두 그들이 목표를 가지게 된 동기가 좀더 설득력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저는 어찌되었든 지루하지 않고 그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까?하면서 꽤 재미있게 본걸로 만족해요.
저도 두 분처럼 남파간첩이 아니라 어떤 계기로 포섭이 된 사람 정도? 그러나 안기부에 있으니 남파 간첩보다 훨씬 정보가치가
높은 스파이였겠죠.
집에 돌아와서 "꼬꼬무 2시즌" 아웅산편을 다시 자세히 봤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전두환한테는
오히려 정권을 다져준 역할이 되버린 것같아서 씁쓸했어요.
2022.08.16 18:41
남파간첩썰은 저의 억측... 입니다 ㅋ
아마 이 영화는 총격씬 때문에 기획이 되었을 거에요. [쉬리]가 그랬던 것처럼 마이클 만의 총격씬을 한국영화에서 구현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니까. 그런데 놀라운 점은 굳이 정치사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국가적 폭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그런 액션을 찍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서 이정재씨의 깊은 생각이 좀 엿보이긴 해요. 케비에스 파업을 지지한 정우성의 실친다운... ㅋㅋ
- 아웅산 테러로 전두환이 죽었다면 군부 독재의 시절이 역설적으로 더 길었을지도 모르겠으니... 전두환이 군부에서 북한에 복수하려한 걸 막으려고 했던 것도 있고... 영화에서 이런 현실을 좀 적용한 듯 보였습니다. 더 큰 대의를 위해서 전두환은 어쩔 수 없이 살아야만 했던...? 이 부분에 대해 더 써봐야겠어요.
2022.08.17 15:26
아웅산 테러로 전두환이 죽은걸로 한다면 현실과의 갭도 너무 컸겠죠. 이 영화가 픽션은 아니지만
80년대 사건을 그정도로 사실과 다르게 영화로 만드는건 무리수였을거 같아요.
속시원하게 전두환이 죽는걸 영화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면~~~ 영화의 결이랑 안맞을거에요.
2022.08.16 17:58
저는 이 영화가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을 영화 속 이야기에 섞어 넣은 부분들 때문에 무척 헛갈렸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또 얼마나 말도 안되는 영화같은 이야기들인지. 군부 권력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된 독재자가 민주 세력을 억압하려고 군대를 보내 학살한다든지, 북에서 온 폭격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실제 상황이라고 비상사태가 선언된다든지, 남한의 대통령이 참석한 태국 현충원 행사 중 폭탄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든지, 이게 영화에나 나올 이야기이지 진짜로 벌어진 일들이라니 그게 더 이상해요. 남한에서 북을 치려고 특공대를 보냈는데 북에서는 이걸 미리 알고 처단했다는 것도 실화였던가요? 해외 영화 평을 몇개 읽었는데 죄없는 사람들에게 간첩 혐의를 씌운 다음 고문과 회유로 그걸 정당화한 것이 실화라고 생각 못하고 영화적인 과장이라고 보는 눈치인데 사실 그렇게 오해할 만한 장면들이긴 했지요;;;;;;
2022.08.16 18:38
사실 현실이 훨씬 더 엄청난 역사였잖아요. 해외에서는 안기부의 간첩만들기를 영화적인 과장이라고 여기다니
독재정권의 역사같은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요.
2022.08.16 18:44
남한에서 북을 치려고 특공대를 보냈던 건 영화적 허구일거에요. 전두환이 아웅산 테러를 당한 다음에 김일성 목 딸려고 부대를 훈련시킨 것까지는 실화라고 하더군요.
영화에서 보니까 1983년이 정말 수상하던 년도더라고요. 무려 북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귀순을 하질 않나;;; 그런 점에서 저는 이정재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영화의 동시간성을 온전히 느끼지 못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아마 그 세대 사람들이라면 더 실감했을 수도 있겠죠.
2022.08.17 09:36
한국인이 보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외국인이 보면 얼마나 과장이라고 생각할까요. 이해는 됩니다.
저는 박평호는 남파 간첩이라기 보다는 어떤 계기로 포섭된 인사라고 생각했어요. 유출 문건에도 평화통일(?)을 적어 두는 것도, 당성 테스트에서 전쟁은 안된다고 했던 것도(책임자가 누군지 만나고 싶다고 했던 것도), 태국에서 북의 1호제거 후적화통일 계획을 인지하자 마자 바로 암살 작전을 중지시켜려고 하는 것도 이 사람이 자신의 대의를 위해 입장을 바꾸고 그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 이해했죠. 포섭된 인사라고 하면 이해되는 부분이 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설정이 어떤 건지 검색해봤는데 정확히 나오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