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2 23:08
1. 인사이드(2007, 85분, 장르는 고어 가득 슬래셔. '시즌'으로 봤구요)
(베아트리체 달은 다들 아실 거고, 알리슨 빠라디는 그 유명 빠라디의 여동생이라네요.)
- 교통사고 현장. 자동차들 상태를 봐선 큰 사고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할 정도로 피칠갑이 된 부부가 보입니다. 남편은 죽었고 살아남은 게 주인공 사라. 임산부에요. 다행히 크게 안 다쳐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출산 전야이자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갈 생각이라 얼른 자 보려는데 누군가, 어떤 여자가 벨을 누르고 들여보내달래요. 아무래도 겁도 나고 또 수상하기도 해서 거절을 하니까 갑자기 버럭 화를 내다 사라져버리는 여자. 겁이난 사라는 경찰을 불러 보지만 여자는 이미 사라졌다며, 대신 밤새 순찰을 해주겠다며 떠나구요. 안심하고 다시 잠에 드는 순간 그 여자가 홀연히 집안에 나타나선 커다란 가위를 들고...!!!
(그러니 우리는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와서 자라니깐 말을 안 듣고!!!)
- 어제 제가 '메이저 리그'를 보게 만든 문제의 그 영화입니다. ㅋㅋㅋ
저 부분 이후의 스토리는 그냥 무의미해요. 그저 계속해서 저 미친 여자가 사라를 공격하고, 사라를 방문한 사람을 공격하고, 도와주러 온 경찰을 공격하고. 그러면서 수 많은 사람들의 살점이 찢기고 잘리고 사방은 피바다가 되고... 그냥 그게 핵심이자 전부인 영화입니다.
이거 제작진이 얼마나 고어에 진심이냐면, 스토리를 그냥 완전히 내다 버려요. 앞뒤가 안 맞고 말이 안 돼서 황당, 망연자실해지다가 나중엔 걍 무감각해지죠. 예를 들어 막판에, 경찰이 진입해서 상황 파악을 하거든요. 집 안에 굴러다니는 시체들도 봤구요. 피투성이로 심한 부상을 입은 사라 상태도 봤구요. 그런데 이 양반이 하는 일이 뭔지 아십니까? 사라에게 총을 주고서 끊어진 전기 고치러 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사라는 어떡하게요? 침대에 누워서 잡니다. 우하하하하. 더욱 멋진 건 결국 나중에 '그 여자'가 돌아왔을 때, 사라가 들고 있어야할 그 총은 어딘가로 사라져있고 사라는 그걸 찾지도 않습니다. 할렐루야.
이게 감독이 생각을 못 해서 그런 게 아닐 거라는 메시지가 막판에 있습니다. 마지막에 '그 여자'가 본인의 정체와 동기를 밝힐 때 사라가 벙 쪄서는 개연성 지적(...) 질문을 하거든요.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칼질이죠. 의도적으로 넣은 거라고 봤습니다. "내가 능력이 모자라서 스토리를 이렇게 짠 게 아니거든! 나도 이거 말도 안 되는 거 다 알아!!!!"
(베티 블루님은 왜 아직도(2007 기준ㅋㅋ) 이리 젊은 겁니까. 21년이 흘렀는데요. ㄷㄷ)
-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음. 뭐 이게 되게 고어에 진심이고 성실하다 보니 나름 참신한 장면들도 나오긴 합니다. 호러 영화로서의 리듬감 같은 것도 나쁘지 않... 음. 솔직히 꽤 괜찮습니다. 영화가 싫다고 해서 맘대로 마구 폄하할 순 없으니. ㅋㅋ 그리고 베아트리체 달이 있어요. '그 여자'를 연기하시는데 이 양반은 '베티블루'가 도대체 언젯적 영환데 아직 쌩쌩한 비주얼로 등장해서 시종일관 다 찹찹찹 해버리는 살벌한 캐릭터를 근사하게 소화해 주십니다. 영화가 이렇게 제가 감당 못할 스타일만 아니었음 참 좋았을 거에요.
(검색해 나오는 게 싹 다 고어 짤이라 어쩔 수 없이 고른 무의미한 짤.)
- 그래서 뭐. 말 그대로 고어 축제, 고어 포르노, 고어 릴레이 영상입니다. 이런 거 좋아하는 분들 보시면 돼요. 아님 저처럼 당하지 마시고 최선을 다 해 피해주시면 되겠구요. 참고로 넷플릭스에 있는 '더 게스트'라는 영화가 이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피할 분은 함께 피해주세요. ㅋㅋ
2. 버수스(2000년, 1시간 59분... 이라는데 제가 본 올레티비 버전은 1시간 42분입니다. 많이 잘렸나봐요.)
(데빌 메이 크라이... 와 우연이라기엔 너무 비슷한데, 개봉과 발매 연도를 따져 보면 우연인 것 같습니다. 신기한지고...)
- 탈옥수 둘이 숲 속을 헤매다 자기들을 마중 나온 조폭들을 만나죠. 근데 아무리 봐도 이 놈들이 다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고. 둘은 막 대립하다가 급기야 사람 하나가 죽어요. 그리고 조폭들을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라며 차에서 여자 한 명을 꺼내는데 뭔 사연진인 모르겠지만 암튼 주인공격 탈옥수와 무슨 관련이 있나 본데... 갑자기 방금 죽은 놈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음... 아니 뭐 이것도 스토리 소개가 별 의미가 없네요.
암튼 이 숲은 죽은 사람이 마구 살아나는 곳이고,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마주치자마자 서로 칼질 아님 총질을 해대구요. 그 와중에 뭔가 비밀을 가진 우리의 주인공(탈옥남&납치녀)가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 그 비밀이 슬슬 드러나는, 뭐 그런 얘깁니다.
(얼핏 보면 간지. 잘 보면 동네 야산에서 장난감 칼 든 철 없는 어른이. 이게 영화의 매력(?)입니다. ㅋㅋ)
- 글 제목 보면 아시겠지만 이것도 스토리는 별 의미가 없어요. 사실 영화 중반까지도 '응 스토리 아무 의미 없는 영화구나' 했는데 후반으로 가면 의외로 기승전결 다 갖춘 스토리가 드러나긴 합니다. 근데... 역시 별 의미 없어요. ㅋㅋ 스토리는 그저 주인공들이 두 시간 내내 벌이는 어이 없는 살육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임 룰 같은 거구요. 핵심은 액션입니다. 피칠갑 사지절단 액션!!! 그리고 그게 아주 그럴싸하다는 게 이 영화의 존재 의미였던 거죠.
(진지한 홍콩 느와르 분위기를 훔치다가)
(쌈마이 코믹 무협으로도 갔다가 정신없이 장르를 오갑니다. 다만 '액션' 장르 안에서만요.)
- 일단 액션의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진짜 뭐 존재하는 액션 양식은 다 가져다 등장시켜요. 기본은 칼질인데 그것도 일본식 '찬바라' 칼질에서부터 걍 일본 소년 만화식 환타지 칼질도 나오구요. 총질도 홍콩 느와르스런 서로 얼굴에 들이대고 분위기 잡는 총질부터 서부극 결투스러운 것도 나오고 나중엔 전쟁 영화스런 중화기 액션도 나오구요. 걍 두들겨 패고 싸울 땐 무협물 분위기도 됐다가 일본 만화식 능력자 배틀물도 됐다가... 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장르를 마구 갈아타면서도 그 액션들이 어쨌거나 다 볼만하다는 겁니다. 저예산이라 특수 효과는 조악하고, 배우들도 연기하는 걸 보면 그렇게 잘 나가던 분들은 아니셨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돈이 없지 능력이 없냐 열정이 없냐!!!' 라는 식으로 씩씩하게 잘 뽑아낸 액션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즐겁고 그렇더군요.
(윤계상 생각이 자꾸 나던 빌런님.)
- 일본 영화 & 만화식 똥폼이 아주 스페셜 디럭스 파워 업 버전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화면에 넘쳐나는 영화입니다. 당연히 부담스럽죠. 하지만 그게 또 의외로 그렇게 견디기 힘들지 않은 것이, 계속해서 쌩뚱맞은 개그를 집어 넣기 때문입니다. 은근 개그의 비중이 크고 그게 똥폼과 자주 연결이 됩니다. 아예 대놓고 그냥 웃기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꽤 있구요.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아무리 액션만 보면 되는 영화라지만 이런 개그들이 없었으면 끝까지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사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히로인을 맡은 배우님의 비주얼이었습니다. 영화 시작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예뻐지시던 ㅋㅋ)
- 다 보고 나면 딱 드는 생각이 '세기말'입니다. 영화가 나온 연도도 딱 2000년이기도 하구요. 뭔가 막 나가고, 엽기적이면서 매니악한 스피릿에 오만 장르를 다 때려 박은 끔찍한 혼종류의 의 작품들이 영화든, 음악이든, 애니메이션이든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끌던 시절이죠. 그런 시절에 맞춰 정확하게 딱 튀어 나온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렇다 보니 지금 보기엔 약빨이 많이 떨어진다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타무라 류헤이에게, 혹은 이 영화에 이런 엽기 코드 & 화려한 액션 말고도 뭔가 다른 알멩이가 있었다면 클래식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제가 어제 보면서 느낀 건 '그 정도는 아님' 이었어요. 3년 후에 나올 타란티노의 '킬 빌' 쪽이 오히려 훨씬 제대로이고, 뭔가 건질 게 있는 영화였다는 느낌. 물론 제가 그 시절에 이걸 봤다면 달랐겠지만, 어쨌든 22년 후에 본 감상은 그랬습니다. 그냥 머릿 속 비우고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봐 보자꾸나 껄껄' 이라는 느낌으로 즐겁게 봤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재밌게는 봤구요! ㅋㅋ 쌈마이지만 액션엔 진심인 B급 영화 좋아하시는데 이걸 안 보신 분이라면 보셔도 좋을 거에요.
2022.08.02 23:26
2022.08.02 23:39
보고 나서야 검색해보니 '인사이드'는 팬도 많고 평가도 엄청 높더라구요. ㅋㅋㅋ 전 그저 제가 고어에 약한 사람이라는 걸 아주 실감나게 온몸으로 체험&확인했습니다. 다 보고 나니 진이 빠지던... ㅠㅜ 역시 '마터스'는 시도도 하지 말아야할까봐요.
2022.08.03 00:12
<버수스>는 영화 만들기 힘들던 시절(일단 필름 값만 해도..) 맨 땅에 헤딩하듯이 뚝딱 만들어내서 화제가 됐던 거지, 영화 자체는 좀 그랬죠. 당시에도 인기 있었고, 영화제에서 특히 환영 받는 류의 영화였는데, 부천에서 볼 당시에도 저는 좀 시큰둥했고요. 같은 해인지는 모르겠는데 역시 부천에서 본 미이케 다카시 영화들은 종종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드는데 이 영화는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근데 미이케 다카시 영화들도 초기작들은 엉성한 것들이 많으니 독립 장편 데뷔작으로 <버수스> 정도면 상당한 성취라고 생각은 합니다.
<마터스>, <익스텐션>, <프론티어>, <인사이드>가 비슷한 시기에 튀어나와서 프랑스 호러계에 대체 뭔 일이 있냐며 화제가 된 때가 있었는데, 이 중에 안 본 작품이네요, <인사이드>는. 원래도 보고 싶지 않았는데 본문글 보니 더 보고 싶지 않군요 ㅋㅋ.
2022.08.03 00:22
이미 일본 만화, 아니메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을 저예산 실사로 그럴싸하게 구현해냈다는 게 포인트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이미 한참 전에 '수병위인풍첩' 같은 작품들이 나오던 게 일본 애니판이었으니까요. 다만 '수병위인풍첩' 같은 작품은 어쨌거나 액션 장면들만 떼어 놓고 보면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었는데 이 영화는 그 정도 수준까진 못 가서 아쉬웠구요.
'프랑스 4대 고어'니 하는 타이틀이 붙어 있더라구요. ㅋㅋ 말씀하신 영화들 중에 저는 본 게 '인사이드' 뿐인데, 이걸 보고 나니 나머지 셋은 안 궁금해졌습니다. 안 볼 거에요. 이제 제게 고어는 안 보는 장르가 아니라 못 보는 장르가 된 느낌. ㅠㅜ
2022.08.03 00:35
근데 모두 수위는 센데, <프론티어>, <익스텐션>은 슬래셔에 가깝고 <마터스>가 고문호러라 좀 보기 힘들죠.
<마터스>도 후반부가 괴롭지 장르적 장치가 적당히 배치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잘 만든 장르 영화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쨋든 <인사이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ㅋㅋ.
2022.08.03 00:40
이거 왠지 '한 번 보라'는 유혹의 댓글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요. ㅋㅋㅋㅋ
네... 참고하겠습니다!!! ㅋㅋㅋ
2022.08.03 16:55
세기말이면 송능한이 만든 우리나라 영화 말인가요? 전 꽤 좋게 봤는데...
2022.08.03 18:15
아, 아뇨 그 부분은 영화 제목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세기 말'을 의미하는 표현이었어요. ㅋㅋ 그 시절에 이런 짬뽕 엽기 st.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니까요.
2022.08.03 22:20
와 임신부는 안건드릴줄 알았는데 은근 임신부를 피해자로 위치한 영화들이 많네요. 하긴 전쟁나면 임신부니 영유아니 얄짤없죠
2022.08.03 23:09
임산부는 호러에서는 오히려 인기템(...)이죠. 그만큼 보는 사람도 함께 더 절박해지니까요. ㅋㅋ
'인사이드'는 걸작, 후자는 그냥 소소(?)였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