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을 보고(스포일러 유)

2022.07.05 18:36

비네트 조회 수:1241


오늘 두시 반에 상영되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왔습니다. 

남편이 이런 예술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보러 가줬네요. 고맙게도.


제가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트위터에서 지나가듯 스포를 몇 가지 본 것 같아요.

특히 남편을 죽였다<<는 스포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이상하게 저는 스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궁금해서 찾아보고 가도, 영화를 보면서는 까맣게 잊는 스타일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서래가 남편을 죽인 것이 맞다라는 사실조차 머릿속에서 지워진채 영화를 끝까지 봤습니다. 


남편하고도 끝나고 얘기한 건데요, 저랑 남편은 서래와 해준이 산에 올라간 장면이 나올 때까지도

계속해서 '과연 서래의 모든 건 진심인가? 가면을 쓴 모습일까?'라는 의심을 했습니다. 

약간 반전 스릴러와 같은 내러티브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봤던 것이죠.

그래서 정말 남편과 눈짓으로 '분명 해준을 죽일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어요. 


하지만 정말 이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래는 자신의 모든 걸 쥐고 있는 증거를 해준에게 건네주었어요.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대사를 하자마자 제 등줄기로 전율이 흐르고 서래의 진심이 쏟아지는 바람에

제 눈물도 줄줄 쏟아져버렸습니다. 그녀의 모든 것이 진심이었더라고요.


서래의 사랑은 자신의 안위조차 버릴 수 있는 무거운 것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의 진실을 다 알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이자 증거인 자신을 바닷속으로 버리면서까지 해준을 지켰습니다. 


너무나도 슬프고 큰 서래의 사랑에,

결국 응답을 받지 못하고 파도 속으로 사라져야 했던 사랑에

눈물이 너무 콸콸 쏟아져서 혼났네요. 


탕웨이 씨에 의한, 탕웨이 씨를 위한, 탕웨이의 영화였다는 것도 절절하게 느껴졌고요.

진지한 영화를 싫어하는 남편조차도 '탕웨이라는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 하는구나'라는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누가 '탕웨이의 다크써클이라도 되고 싶다'라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완벽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싶긴 하더군요.

그동안 제가 탕웨이 씨 나온 영화를 안 봐서 진가를 몰랐어요.


영화 전체적으로 굉장히 슬프고 우울한 면이 있는가 하면

가만 생각해보면 웃기는 장면도 많아서 영화 내내 침울하다 웃다가 침울하다 웃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정말 희한한 영화예요.....


저는 고경표가 해준에게 깔데기로 속삭이며 힐난하는 장면, 김신영이 떨어진 자라를 줏으면서 '성격 좆같으니까 주을 때 손가락 조심해라'라고

소리치는 장면, 해준이 석류 까다가 싸잘때기 없는 얘기해서 쫑코먹는 장면이 너무 웃겼습니다;;ㅋㅋㅋㅋ


근데 이정현씨는 유태오씨랑 왜 집을 나가는 거죠?

이런 질문이 아래에도 있었는데 저도 새롭게 궁금합니다.

저는 결국 이주임이랑 바람이 났다고 생각했어요. 

아참 그리고 유태오 씨 두고 섹스리스인 사람은 또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랍니까! 세상엔 참 불가사의한 일도 많죠.


아무튼 헤어질 결심 꼭 보세요. 재밌습니다. 


그럼 이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05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22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626
120653 <대세는전략>을 기억하며 [4] catgotmy 2010.08.27 3783
120652 [듀나in] 개봉 영화에 대한 신뢰할만한 별점(비평)을 참조할 수 있는 또다른 사이트? [6] abstinent 2010.08.27 2059
120651 내용 펑했습니다. [13] 황재균균 2010.08.27 3173
120650 일본 사극 보면 사투리가 참 신기해요 [20] 白首狂夫 2010.08.27 4958
120649 별로 주제는 없는 글. [7] 이울진달 2010.08.27 2488
120648 충무로 영화제 에일리언 시리즈를 예매했는데요. Aem 2010.08.27 1774
120647 [동영상] 왕년에 스타 좀 해 보신 검사님. [15] nishi 2010.08.27 3691
120646 요근래 쳐묵쳐묵한 음식 사진 몇장 [6] 큰숲 2010.08.27 3493
120645 [기사 링크] 잠깐의 폭우에 잠겨버린 청계천 [7] bunnylee 2010.08.27 3405
120644 일본 소녀시대 인기순위 [8] 사과식초 2010.08.27 5750
120643 [듀나in] 핸드폰은 다른 기계(디카, MP3 등등...)의 기능을 얼마만큼 커버하나요? [5] 백미 2010.08.27 1987
120642 태진아는 반대로 여자 쪽이 공갈협박을 했다 하는군요. [5] 머루다래 2010.08.27 4108
120641 소녀시대 오늘도 라이브 뛰었나보네요.(영상 첨부) [8] jwnfjkenwe 2010.08.27 3841
120640 "유쾌한 100만 민란 프로젝트"라고 들어보셨나요? [20] 내일은권태 2010.08.27 3431
120639 슈퍼스타K에서 조문근씨가 불렀던 '따뜻한노래' 영상 없을까요? [3] 달빛처럼 2010.08.27 2557
120638 뒤늦게 걸작을 보고 숙연해지는 느낌. [15] 아.도.나이 2010.08.27 4339
120637 날씨가 참 황당하군요;;; [7] soboo 2010.08.27 2632
120636 둘이 싸우면서 괜히 아이만 기분 나쁘게 [2] 가끔영화 2010.08.27 2654
120635 네이버 자전거길 캠페인 괜찮게 생각되네요,.. [4] 자연의아이들 2010.08.27 2529
120634 브래드피트&졸리의 아이들 [22] 모메 2010.08.27 60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