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돈까스

2022.06.17 15:23

Sonny 조회 수:940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끔씩 식욕이 매우 정확해진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느날은 딱 그 식당이나 까페에서 파는, 특정 메뉴의 음식을 먹어야 허기가 완전히 해소되는 강박이 생기죠. 현실적 여건이 되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시간적, 인적 요소가 필요한 경우라면 이 갈망을 풀기는 어려워집니다. 20대 초반 같이 섬에 여행가서 들렀던 횟집의 다금바리라거나, 친구들과 다투고 돌아온 날 저녁에 엄마가 해준 간장계란밥이라거나...

최근에 돈까스가 매우 정확히 먹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평소에 그런 튀긴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제 식욕이 돈까스를 유난히 고집하더군요. 그래서 지하철 역 근처의 돈까스집을 갔는데... 한입 먹자마자 극대노했습니다. 튀김옷은 두꺼운데 고기가 해도해도 너무 얇은 겁니다. 어차피 분식집 돈까스라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고기가 씹히긴 해야죠. 그런데 이 돈까스는 고기가 얇다못해 아예 옷만 씹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군대 돈까스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핀셋을 가지고 갈 걸 그랬습니다. 고기를 먹으려면 튀김옷을 열어서 거의 헤집어야 하는 수준이니ㅡㅡ

그 다음날 다른 분식집에 가서 돈까스를 한번 더 실패하고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먹고 싶던 건 돈까스가 아니라 돈카츠였다는 걸... 그래도 의문이 떠나지 않습니다. 옛날 경양식 돈까스도 분명 고기가 두툼하고 맛있는 것들이 있던 것 같은데 그건 단순히 과거미화였던 걸까요. 제가 갔던 곳들이 유난히 맛이 없던 것인지 아니면 제가 약간은 유치한 돈까스맛에 질린 것인지... 어쩌면 제가 찾는 건 저 혼자 만들어낸 돈까스의 이데아일지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3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682
120293 노잼 작품에서 스토리의 힘을 느끼다 [5] Sonny 2022.06.29 807
120292 완도 가족 핸드폰기록 '루나,수면제' [3] 버거치즈 2022.06.29 860
120291 테넷과 일본 오타쿠 문화 [3] catgotmy 2022.06.29 605
120290 기다리고 기다린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thoma 2022.06.29 554
120289 (영화바낭) 그래 결심했어~!,,,"패밀리맨" [7] 왜냐하면 2022.06.29 438
120288 弗雷德 [8] catgotmy 2022.06.29 479
120287 책 디자인 잡담 [13] thoma 2022.06.28 665
12028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11] 조성용 2022.06.28 1168
120285 nhl 하키를 보다가 catgotmy 2022.06.28 215
120284 윤석열 정부의 외교 경제 [2] 왜냐하면 2022.06.28 961
120283 프레임드 #109 [10] Lunagazer 2022.06.28 321
120282 좋아하는 건물 롯데잠실슈퍼타워 [1] catgotmy 2022.06.28 444
120281 고구마가 이리 맛있을줄 [9] 가끔영화 2022.06.27 542
120280 <진상> 을 읽고. thoma 2022.06.27 424
120279 빌 풀만 아들이 Salem's lot 리메이크에 나오네요 [3] daviddain 2022.06.27 431
120278 (스포) 탑건: 매버릭 보고 왔습니다 [12] Sonny 2022.06.27 1039
120277 [핵바낭] 낙법을 배웁시다 여러분. [22] 로이배티 2022.06.27 942
120276 프레임드 #108 [12] Lunagazer 2022.06.27 304
120275 스펜서/윔블던/호날두 ㅡ 로마? [9] daviddain 2022.06.27 370
120274 (바낭)여론조사, 진보 보수 비율 왜냐하면 2022.06.27 42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