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따끈따끈! 런닝타임은 두 시간에서 3분 빠지구요. 장르는 호러/스릴러. 결말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 주인공 노아는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고 절친 몰리 하나만 믿고 사는 외로운 청춘입니다. 연애도 하고 싶은데 '디즈니 영화만 보며 자란 탓'에 사람과 관계 맺는 게 서툴기도 하고, 또 그래서 한다는 짓이 데이트앱으로 반짝 만남이나 반복하는 거라 영 가망이 없어요. 도입부에서도 각본가님께서 완벽하게 차려 내놓은 똥차를 만나서 시간과 돈, 기분까지 버리고 자괴감에 빠지죠.

 그러다 장보러 간 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윈터솔저 비주얼에 캡틴 아메리카의 이름을 가진 남자를 만나 얼떨결에 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데이트까지 하게 되는데... 그동안 늘 머뭇거렸던 자신을 반성하며 'Fuck it!' 하고 용감하게 뛰어들기로 결심한 덕에 참 잘 풀려요. 거기에 삘 받아서 만난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외딴 곳으로 단 둘이 여행가자는 남자의 제안까지 'Fuck it!!' 하고 받아들여 버리고. 쏟아지는 위험 표지들을 과감하게 물리치며 굳이 힘차게 지옥문을 열어 제낍니다. 애도를...



 - 포스터 이미지와 영화 제목만 봐도, 그리고 디즈니 서비스에서 보여주는 시놉시스만 봐도 새 남자 친구의 정체는 뻔히 알 수 있으니 스포일러가 아닌 셈 치겠습니다. 식인을 취미이자 업으로 하는 양반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육류 제공 동물들이 그러하듯 젊은 여성이 가장 맛이 좋은 관계로 젊은 여자들을 전문으로 콜렉팅하는 놈이구요. 


 그래서 여기에서 경고 아닌 경고를 한 마디 드리자면. 초반의 살짝 코믹한 분위기에 맘 놓고 영활 보다가 당황하실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고어가 강해요. 그리고 그런 고어 장면들은 웃음기 한 점 없이 정색하고 진지하게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좀 센 소재를 다루는 코믹 호러물 같은 걸 기대하고 보시면 후회하실 수 있다는 거.



 - 그런 고어 표현들엔 그나마 다행으로 나름 의미가 있고 메시지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상황 자체가 노골적이잖아요. 여성을 착취하는 남성들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죠. 그리고 감독님은 거기에 매우 진심이시기 때문에 이 영화 속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다 궁서체로 진지하게 나와요. 다행히도 필요 이상의 직접적인 폭력 묘사는 피해갑니다만, 그래도 우리 스티브 윈터솔저님께서 식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모습 같은 게 꽤 디테일하게 자주 나오기 때문에 부담스러움은 어쩔 수 없다는 거.


 그리하여 결국 이 영화도 요즘 트렌드에 따르는 여성주의 호러 영화가 됩니다. 여성 작가가 쓴 이야기를 여성 감독이 만들었고. 시작부터 끝까지 남자는 악당 아님 찌질이 밖에 안 나오는 이야기니까 이런 거 싫으신 분들은 피하시구요.



 - 암튼 영화는 그런 여성주의적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합니다. 보면 분명히 성실한 각본이에요. 단순하게 '남자가 여자를 가둬놓고 고기를 뜯어 먹는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각각 캐릭터들이 다 포지션 하나씩 잡고서 다양한 상황들을 만들어가며 남성에 의한 여성 착취를 비롯한 여성들 삶의 위험을 다채롭게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덕택에 호러 영화치곤 살짝 긴 편인 두 시간에 가까운 런닝타임이 여백 없이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들구요.


 위에서 '이거 코믹 호러 아님!'이라고 못 박는 얘길 했지만 유머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장르가 코미디는 아니라는 거죠. 나름 적재적소에 유머를 살짝 넣어서 지루함이나 갑갑함을 덜어주는 센스는 있어요. 특히 끝장면을 장식하는 문자 메시지 도착 장면은 꽤 웃겼네요. 거기에서 그 인간에게서 그런 문자라니. ㅋㅋㅋㅋ



 - 배우 연기 측면에서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을 맡은 데이지 에드가-존스보다 오히려 빌런 역의 세바스찬 스탠의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는 영화입니다.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이자 참 듣기 싫은 장광설을 장착한, 게다가 자뻑 기질까지 넘치는 짜증나기 그지 없는 빌런이지만 영화의 메시지상 갸는 그런 성격인 게 맞구요. 가끔 좀 오버한다 싶은 감이 아예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적절하게 잘 표현해줍니다. 제가 이 양반 연기를 본 게 단순하기 그지 없는 윈터솔저 연기 하나 뿐이어서 그런지 더 좋게 봤어요.


 그리고 주인공 역의 데이지 에드가-존스님은 뭐... 일단 예쁘십니다. (하하;) 타의적 솔로로 오랜 세월 외롭게 지낸 사람이라고 믿어 주기엔 개연성이 심히 떨어지는 외모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순둥순둥한 인상 덕에 고난에 빠져 몸부림 칠 때 충분히 감정 이입도 되구요. 또 연기도 괜찮았어요. 낯선 남자에게 대책 없이 빠져들고 땅을 치는 관계에 서툰 사람의 모습도, 막판에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악에 받친 모습도 다 잘 표현했다... 는 느낌입니다만. 그냥 예뻐서 그래 보였을 수도 있어요. 네, 솔직하게 전 얼빠입니다(...) 그게 뭐가 나빠요!!!! 



 - 마무리 전에 살짝 아쉬웠던 부분을 말하고 넘어가자면. 영화가 살짝 깁니다. 대략 10여분 정도 줄였으면 훨씬 재밌었을 것 같았어요.

 딱히 어떤 장면이 잉여여서 빼는 게 낫겠다... 싶은 건 없는데요. 중후반에 벌어지는 일들이 대체로 조금씩 길단 느낌이 들더라구요. 뭐 제가 맨날 호러만 보는 주제에 작정하고 불쾌감 유발하는 장면들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성격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ㅋㅋ 그래도 이게 두 시간을 거의 꽉 채울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구요.


 클라이막스에도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뭐랄까... 일단 그동안 쌓인 울분을 그렇게 화끈하게, 충분히 풀어주고도 남는 그런 결전과 그런 엔딩은 좀 아니었구요. 개인적으론 주인공들이 빌런과 맞서 싸우는 와중에 결정적인 승기를 잡고도 확인 사살을 안 하고 우왕~ 하고 도망쳐 버리는 클리셰를 많이 싫어해서요. 특히나 주인공들이 그 놈에게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가 안가서 말이죠. 그 자리에서 바로 오븐 통구이를 해버려도 전혀 놀랍지 않을 상황인데 말입니다. ㅋㅋㅋ



 - 그래서 결론은요.

 참으로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은 여성주의 호러 영화가 되겠습니다. 특별히 참신한 메시지나 표현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호러판에서 흔한 컨셉을 가져다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메시지와 결합시켰다는 면에선 호평을 해줄만 하겠구요.

 식인이라는 센 소재를 상당히 노골적인 비주얼과 사운드(...)로 보여주는 영화이니만큼 이런 쪽으로 내성이 없으신 분들은 그냥 손을 대지 마셔야겠죠. 하지만 그게 극복 가능하시고, 또 호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야... 디즈니 플러스 수록 작품들 성향상 속는 셈치고라도 한 번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예 '호러' 카테고리가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 아니겠습니까. 이런 류의 영화 많지 않아요. ㅋㅋㅋ




 + 한 가지 이 영화의 매우 특이한 부분을 언급 안 했군요. 매우 특이한 것 맞으면서 동시에 참 사소한 부분인데요. 오프닝 크레딧이 런닝타임 30분 경과 시점에서야 뜹니다. ㅋㅋ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도입부가 좀 길다 보니 관객들이 지루해할까봐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게 딱 스티브가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에 뜨거든요. '응, 이제부터 시작이얌' 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서 관객들의 집중력을 되돌리는 효과 같은 걸 노린 것 같았어요.



 ++ 근데 그 도입부를 보면서 이 감독님은 그냥 연애물을 만들어도 잘 만들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갓 만나서 서로 끌리면서도 어색함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되게 자연스럽게 잘 보여주더라구요. 미묘하게 서로 엇나가는 드립들이라든가, 뻘소리 한 번 할 때마다 보이는 표정이나 몸짓들 같은 게 상당히 디테일하고 실감나서 그냥 얘들 이대로 사랑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



 +++ 중요한 장면에서 라디오헤드의 '엑시트 뮤직'을 편곡한 음악이 한참 흘러 나와요. 애초에 영화용으로 만든 곡이라지만 그 영화 말고 다른 영화들에 이렇게 소환되어 쓰이는 걸 보니 좀 재밌더라구요. 근래에 제가 본 것 중엔 '웨스트월드'의 시즌 마무리 장면에도 장중하게 흘러나왔었죠.



 ++++ 역시 또 한국계 배우가 나름 비중 있는 역으로 나옵니다. '김씨네 편의점'에 나왔다는 안드레아 방씨인데, 전 그 드라마를 안 봐서 더 할 말은 없구요. 그냥 신기합니다. 한국계 배우들 왜 이렇게 많이 나오죠. 인구 다 해봐야 얼마나 된다고. 미국의 아시안들을 좀 과대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고 그럽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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