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사들이 참 불쌍하네요 ...

2010.12.23 15:33

여은성 조회 수:4991

 

 중고등학교 마치고 대학교에 와서 놀란 건 교수가 거의 신이라는 거였습니다. 전 대학교 와서 졸업할 때까지도 과제를 숙제라고 부르고 교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만.

 

 중학교 선생님이랑 고등학교 선생님은 다를 것도 없는데 고등학교 선생님과 대학교 선생님의 차이는 천국과 지옥 사이더군요. 중, 고등학교 때는 '저 사람들은 왜 교사따위를 했을까? 교사란 직업이 이렇게 근무환경이 막장인 걸 보면 공부 못 한 사람들이 선생 하는 건가보군.'하고 생각하곤 했었죠. 뭐 좀 생각해보니...정말 공부를 못했다면 수학이나 과학을 가르칠 수 있을리가 없지만요. 그리고 대학교를 가니...

 

대학교 교수님은 수업하다 짜증나면 '커피 한 잔 할까'라고 중얼거리곤 나가서 두 시간쯤 놀다 들어오셔도 되고 '오늘은 수업 할 맛 안나니 대낮부터 술이나 빨자'며 술집에 데려가시더군요. 뭐 이런 자유로운 근무태도는 접어 두더라도 가장 부러웠던 건 아무도 교수를 얕잡아 보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총장만 빼고요.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즉 지금보다 덜 막장이었던 시절에 고등학교 선생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냐면, 어떤 미술선생님이 들어오니까 거의 들리게끔 '야 XXX(선생님 이름)시간엔 마음대로 떠들어도 돼'라고 아이들이 떠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연약해 보이고 폭력의 폭자도 모를 것 같은 여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분들은 더더욱 조심스럽게 대하고 존중해야 하는데 그 선생님은 수업중에 '저년 유방 빨고싶다'란 소리 듣고도 아무 소리도 못하셨습니다. 여선생님만 그런 게 아니라 남선생님도 한번 만만히 보이면 괴롭힘당하는 건 마찬가지죠. 남선생님이 뒷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앞으로 나와 봐라'라고 하면 돌아오는 말은 '선생님이 여기로 와 보시죠?'였으니까요.  참고로 제가 다닌 학교는 서울 강남에 있는 꽤 괜찮'다는' 학교였습니다.

 

 전 학생 체벌을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학생 체벌을 허가해 봐야 여전히 육체적으로 약한 선생님은 아이들 못 패죠. 여선생이 회초리로 한 대 때리면 학생은 좌우 훅을 날리겠죠. 애초에 선생님이 된 사람들은 철밥통 직장을 메리트로 잡고 애들 가르치는 걸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인데 누군가를 때리고 통제해야 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을 필요는 없는 거죠. 학생 체벌을 만약 허가한다면 그건 교사에게 권한을 주는 게 아니라 각 반에 힘좀 쓰는 어깨들 한 명씩 배치해 두고 때리는 일은 그들에게 맡겨야죠. 학생 체벌이 다시 허용돼어 봤자 그건 교사에게 스트레스일 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학생 체벌을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폭력을 신봉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교사에게 대드는 걸 잘 보면 좀 무서운 선생님에겐 찍소리도 못하고 약한 여선생님 정도에게나 대놓고 그러죠. 육체적으로 우위에 있고 상대가 자신에게 물리적 체벌을 가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무례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인데 논리적인 말과 규칙으로 어떻게 이해시키겠습니까.

 

 알고보니 임용 고시라는, 저와는 먼 세상에 있는 시험이 있더군요. 그런데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저는 죽었다 깨나도 합격할 수 없을 시험 같았습니다. 기껏 그런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놓고 제발로 중고등학교에 교사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이세상에 이렇게 많다니..잘 이해가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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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마칠까 하다가 제 얘기를 해보면..저는 국민학교에 들어갈 때 모든 일이 규칙대로 흘러가고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규칙을 어긴 사람은 그에 맞게 처벌받는 거라고 알고 있었죠. 하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그냥 으스대고 나대고 거짓말을 해대고 쉽고 빠른 방법으로 이익을 얻어도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런 처벌도 없더군요. 문제는 아직 어린 아이들은 확고하지가 않다는 겁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규칙을 지키는 게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올바른 길로 가는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없죠.(전 헤세의 소설을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에 흔들림없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정에서 그것을 가르쳐 놔도 아직 인격체가 아닌 어린 아이들은 집단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규칙을 지키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는 겁니다. 선생님을 단체로 괴롭히는 걸 보면, 얌전한 학생들도 괴롭힐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약한 선생님 괴롭히기에 즐겁게 동참하고 있으니까요. 뭐 저한테 해결책도 없는 데 뭐하러 이런 얘기까지 왔는진 모르겠네요. 그저 제 주위의 사람이 임용 고시 준비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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