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카드카운터' 봤어요.

2022.06.04 21:25

thoma 조회 수:662

카드카운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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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슈레이더 감독작입니다. 

영화 소개에 나오는 내용 이상의 별 스포일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넷플릭스 통한 신작이고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으시면 읽지 마시길.


오스카 아이작이 연기하는 빌은 카지노 여기저기를 다니며 카드게임으로 생활하는 도박꾼입니다. 카드를 읽고 기억하기 땜에 돈을 따려면 크게 딸 수도 있지만 적절한 선에서 멈추고 자리를 뜨고 이동합니다. 돈이 목적이 아닌 도박꾼인 것이죠. 카지노에서 퇴근(?)하면 허름한 숙소에 들어 자신이 휴대하고 다니는 시트로 꼼꼼하게 숙소 사물을 가리고 재정비한 후 일기를 쓰는 것이 일과입니다. 군인처럼 절도 있고 뭔가 정상을 벗어난 금욕적인 느낌이 들어요. 이게 뭘까요. 카지노에서 밥벌이하는 게이머랑 금욕이 함께할 수 있는 조합일까요. 빌은 전직 수사군인이었고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의 그 유명한 고문 사진들의 주인공입니다. '그 사건'으로 8년 반동안 군형무소에 수감되었고 거기에서 자신의 이면들을 계발합니다. 독서와 카드읽기의 재능을 훈련하게 된 것이죠. 독방에 누워 빌이 읽는 책 제목을 카메라가 비춥니다.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네요. 저는 안 읽었는데 금욕적 삶과 이성주의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책이죠. 그 책을 오래 사색했던가 봅니다.

빌과 우연히 만나게 된 '그 사건'의 또 한 명 가해자이자 피해자의 아들인 서크, 그리고 메니저 비슷한 역할의 라 린다 이 세 사람이 카지노를 함께 다니게 되는 느릿한 여정이 후반까지 전개됩니다. 라 린다가 그나마 명랑한 색채를 뿌려 주지만 대체로 이 영화는 무채색에 저기압입니다. 후반에 이르는 동안 드문드문 빌이 겪고 저지른, 과거의 사건이 악몽의 형태로 나타날 뿐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루했느냐, 그렇진 않았고 저는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거의 전적으로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 때문에요. 전반의 일상을 연기하는 부분도 범상치 않은 느낌이 있고 후반에는 얼굴 근육을 살짝 움직여 불쾌감을 표현하는데도 움찔하게 되며 특히 눈동자를 어떻게 움직이니 무시무시하더군요. 아무리 갈무리해도 몸에 붙은 폭력의 습관이 비집고 나오는 연기랄까요. 자신의 폭력성에 대한 반발로 금욕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욕이란, 욕망에 시달리는 것이 심각한 사람에게 고려 대상이겠죠.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서 놓여날 방법이 있을지, 속죄라는 것이 어떤식으로 가능할지 매일 일기를 쓰면서 생각합니다. 일기 쓰기, 독백, 이런 것은 폴 슈레이더 감독의 '퍼스트 리폼드'에도 나왔었죠. 두 영화가 비슷한 면이 있는데 '카드카운터'가 훨씬 숨통이 트여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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