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3 12:46
초호화 캐스팅은 아니지만 영화팬이라면 여기저기서 얼굴이 눈에 익었을 정도의 인지도에 탄탄한 연기력을 기본으로 탑재한 출연진에 캐리 멀리건을 세상에 알렸던 <언 에듀케이션>을 연출했던 감독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꽤 기대를 했었는데 베를린 영화제 상영 후 매우 실망스럽다는 평이 나오면서 관객들 사이에서도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묻힌 작품입니다.
저도 그냥 그런갑다하고 잊어버렸다가 최근에 갑자기 문득 다시 생각나서 감상했는데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혹평이 많았던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좀 객관적 완성도에 비해서는 가혹하게 까였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아무래도 높았던 기대치가 반영된 평가였는지도 모르죠.
작품은 뉴욕을 배경으로 원래는 그냥 타인인 여러 주인공 캐릭터들이 어쩌다 우연히 서로 엮이게 된다는 겨울시즌용 러브 액츄얼리 아류작 스타일의 외형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로맨스물이 아니고(살짝 그런 요소가 있긴 합니다.) 각자 신체적 또는 심적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제목 그대로 서로 친절을 베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서도 조이 카잔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가장 큰 곤경에 처해있는데 뉴욕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게 되면서 주인공들을 엮는 고리가 됩니다.
각본까지 혼자서 쓴 감독이 의도한만큼 엄청 큰 감동을 자아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주인공들이 겪는 어려움도 이런 드라마 장르에서 흔히 보던 것들이고 특히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하나 나오는데 후반부에 그를 응징하기 위한 전개가 조금 쓸데없이 강도가 과하면서도 편리하게 처리한다고나 할까요. 결말에서 스토리가 맺어지는 것도 그냥 도식적이라고 밖에는 못하겠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각박한 세상이지만 서로 할 수 있는 약간의 친절을 베푸고 살 수만 있다면 목숨도 구할 수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희망, 사랑이 생길 수도 있다는 메시지 자체는 아무리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성격이라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서 뒷맛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앙상블 출연진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제몫을 해내고 있으니 혹시 이 중에서 좋아하는 배우가 있으시다면 살짝 추천해드립니다. 빌 나이는 제작자로도 참여했는데 작중 역할은 약간 비중있는 카메오 정도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노련하면서도 제일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주십니다.
2022.06.13 19:54
2022.06.14 00:59
베를린 같이 위상 높은 국제 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올리기엔 많이 부족했어요. 오히려 그래서 평단에서도 더 엄하게 평가한 것이 아닌가 싶구요.
해외 리뷰들을 보면 너무 나이브하다 비현실적이다 이런 지적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끔 이런 나이브하고 착한 영화도 봐주면 마음의 위안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ㅎㅎ
2022.06.14 18:17
빌 나이는 그냥 이유 없이 좋더라구요. ㅋㅋ 이 분 맡으시는 캐릭터들이 참으로 대단히 높은 확률로 취향 저격들이어서 그런지. 물론 연기도 잘 하십니다만.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멀쩡한 사람 역으로 나오나봐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도 나오고 캐스팅이 참 좋군요. 내용은 별로 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지만 어디선가 누가 제게 무료로 던져주면 한 번... ㅋㅋㅋㅋ
2022.06.14 19:18
캐스팅은 정말 탄탄합니다. 본문에 쓴대로 초호화는 아닌데 알차죠 ㅎ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약간 제 2의 와킨 피닉스 느낌이 들 정도로 쎈 역할 위주로 하는데(작년에 칸 남우주연상 받은 작품은 실제 총기난사범 역할;;) 이 작품에서는 '상대적'으로 멀쩡하게 나옵니다. 늦가을이나 겨울쯤에 그냥 훈훈해지는 착한 영화가 보고싶다면 한 번 감상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언 애듀케이션' 잘 봤던 기억이 있어요. 찾아 보니 이게 2009년 영화군요.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이었네요. 그만큼의 기대치가 있었을 텐데 평이해서 본 사람들의 실망이 컸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