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까마귀들

2022.06.02 12:38

Sonny 조회 수:696

어제 연남동 쪽을 산책하다가 지인과 어떤 새를 발견했습니다. 참새보다는 크고 색은 전체적으로 회색빛인데 꼬리가 훨씬 길어서 어떤 새인가 잠깐 토론을 했죠. 대화 주제가 금새 새로 옮겨갔고 이런 저런 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까마귀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까마귀가 얼마나 똑똑한지 사람을 알아보고 기억해서 선택적으로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죠. 그런데 건너편에 까마귀 두 마리가 보이는 겁니다. 신기하다면서 저희는 그 까마귀를 구경하고 있었죠. 볼 때마다 느끼는데 까마귀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crow와 raven의 차이일려나 하면서 까마귀의 그 위용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까마귀 두마리가 자기들끼리 그냥 노는 게 아니라 아래쪽으로 활강하듯이 곡선을 그리면서 날았다가 나무나 가로등에 착지하는 움직임을 반복하더군요. 딱 사람 키 높이에서 맴돌면서 아래쪽을 보고 까악거리다가 다시 올라오는 패턴으로 움직였습니다. 버스와 큰 차들이 주차되어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까마귀들의 동선으로 어떤 50대 추정 여성분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들이 혹시 저 행인을 괴롭히는건가 싶어서 건너편에서 좀 긴장해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행인분이 차들이 주차된 지역을 벗어나니 분명하게 보이더군요. 까마귀 두마리는 그 행인을 계속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쪼지는 않았는데 그 분 머리위까지 내려왔다가 올라오면서 까악대기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보는 저희는 기겁했습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저 까마귀들을 쫓아낼 수도 없고...


그 행인분이 대체 뭘 잘못했을까 생각해봤지만 답이 나올리는 없었죠. 당하는 분은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하늘에서 그렇게 위협을 해대니 날지 못하는 인간은 도저히 수를 쓸 수가 없더군요. 강한 신체적 접촉은 없었지만 까마귀는 공격하기 용이한 거리를 확보하고 계속 행인을 쫓아다녔습니다. 행인분은 간간히 손을 머리위로 휘젓는 게 다였구요. 그 분은 다행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앉았고, 그 옆에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까마귀들은 더 이상 추적하지 않더군요. 추측하기로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니 자기들이 공격하기 껄끄러웠던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그걸 목격하던 저도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까마귀의 분노를 사지 않을까 좀 고민하게 되더군요. 까마귀들은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던데 장신구를 차고 나갔다가 까마귀에게서 그 장신구를 보호하려고 손짓이라도 하면 그 순간 까마귀가 바로 화가 나지 않을지? 알프레드 히치콕이 왜 [새]를 찍었는지 실감했습니다. 연남동의 어떤 대교 쪽은 까마귀들의 나와바리(?)인듯하니 조심들 하시기 바랍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0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25
120222 68하면 생각나는 음악이 뭐가 있을까요? [8] purpledrugs 2010.08.31 2181
120221 근 몇달만의 출사. [8] 01410 2010.08.31 3609
120220 음악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 추천 부탁드려요. [5] 2B 2010.09.01 2547
120219 진화된 미래 생물을 예측하는 학문 분야가 있나요? [3] 금은 2010.09.01 2189
120218 종로3가, 한일식당 [11] 01410 2010.09.01 5032
120217 오랜만에 식단공개, 도시락 반찬, 간식거리 [67] 벚꽃동산 2010.09.01 6883
120216 로저 에버트의 '영화사 100년의 100가지 위대한 순간들' [5] Wolverine 2010.09.01 3804
120215 오랫만의 사람과의 만남 [6] 말린해삼 2010.09.01 2404
120214 임권택 전작전 '나비 품에서 울었다'. ㅋㅋㅋ 자음남발 하게 하는 귀여운 수작. mithrandir 2010.09.01 2304
120213 또다른 동물학대자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3] r2d2 2010.09.01 2924
120212 [뉴스 링크] 드라마 출연자들 출연료 미지급에 대한 뉴스입니다. [2] 필수요소 2010.09.01 1971
120211 아...내가, 내가 변태로 몰릴 줄이야.... [17] 외팔이 2010.09.01 4643
120210 '오! 당신이 잠든 사이'라는 뮤지컬 ~ [4] 로빙화 2010.09.01 2494
120209 '명예살인’ 가문의 영광 위해 유린되는 이슬람 딸들 - 남성도 명예살인으로 희생되는군요. [12] Bigcat 2010.09.01 3729
120208 아이폰, 겔럭시 어플에 대한 질문. TTS 기능이 있나요? [2] 꿈팝 2010.09.01 5048
120207 [바낭] 후배 결혼식에 못간 어느 선배의 뒤늦은 잔소리랄까... [1] 무도 2010.09.01 2656
120206 타블로 저격하던 왓비컴즈란 네티즌 신상 털렸군요. [22] 01410 2010.09.01 14781
120205 아 방금 러브액츄얼리 꺼내 봤는데.. [6] 사과씨 2010.09.01 2876
120204 몇 가지 장르소설 소식들! [6] 날개 2010.09.01 2692
120203 가가채팅 - 철야하시는 혹은 다른 시간대에 계시는 그대들 세호 2010.09.01 19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