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하시는 분이 계실런지 모르겠는데, 2005년에 안녕 프란체스카라고 시트콤이 저녁에 했었어요.

신해철도 나오고, 심은진도 나오고, 당시에 잘 주연급이 아니였던 이두일이 주연으로 나오고 그랬거든요.

대충 내용이 뱀파이어들이 어쩌다가 이두일 집에 얹혀서 살면서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는 내용인데,

끝 마무리가 참 좋았어요.


traveling boy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노래 가사하고, 마무리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간간히 그 노래가 들리면 아 옛날에 안녕 프란체스카라는 시트콤이 있었지 하고 생각나요.


그러고 보니 마왕은 이제 이 세상에 없네요. 마왕은 저 세상에서도 마왕이려나요.

어느날 갑자기 무심코 라디오를 새벽에 틀었는데, 그때 하던 방송이 마왕 방송이였어요. 그런데 너무 새벽 시간이여서 도저히 시간에 맞춰 들을 수가 없던거에요.

그래서 녹음기로 예약 녹음을 해가지고 학교 가면서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왕 세상 떠나던 즈음해서 마왕 라디오 파일이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거 몇개 다시 듣다가 도저히 못듣겠는거에요.

뭐랄까. 무섭다고 해야되나. 생으로 들을 때는 몰랐는데, 세상 떠난 사람 목소리를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처럼 들으니까, 뭔가 가슴속에서 울컥하면서 먹먹해지더라고요.


떠난다는 것, 떠나보낸다는 것. 가슴 한편을 비우고 기억 속에서 흐려지게 한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꺼에요.

그리고 기억 속에서 지웠다는 사실을 언제고 다시 떠올리면 그것 역시 소스라치게 충격적일것 같고요. 아니, 내가 그걸, 그 사람을 이렇게 잊고 살았다니 하고요.

기억해도 슬프고 잊어도 슬프고, 살아가는 건 결국 이런 슬픔과 항상 마주해야 된다는 의미겠지요.


인간 관계가 좁아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다가 오는 사람을 막지는 않지만, 어느 선을 그어 놓고 더 이상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죠.

그 이상은 감당이 안되니까. 그런데 나이 들다보니까 그 선을 넘어 오고 싶어하는 사람도 이제는 거의 없더라고요.

다들 자신들의 경계가 있어서 그냥 거기 안에서 가면을 쓰고 사는거에요. 그게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뭐 그런거겠죠.

좋은게 좋은거라고 서로 피곤해하면서 부대끼면서 살 필요가 있나요.


마리텔을 보면서 느끼는게, 사람들은 그러면서 정말 외로워하는 것 같아요. 엮이기는 싫지만 혼자도 싫은거죠.

그래서 무언가 우리를 묶어줄 만한게 필요한거고, 그렇게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적어도 여기에서 이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하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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