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1 23:2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011558311&code=960100
일단 링크부터 걸어야겠지요? 링크 건 것은 소설가 서영은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전문 읽으며 먹먹해졌기에 어떤 부분을 굳이 글로 긁어올지 잘 모르겠네요 ... [[]]부분은 인터뷰 중 몇몇 부분입니다.
[[...
소설가 서영은 선생(71)이 1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꽃들은 어디로 갔나>를 읽으면 얼마나 자신의 삶을 처절하리만큼 온전히 받아들였기에 이토록 객관적일 수 있을까 하는 경외심이 든다. 24세에 30세 연상의 문단의 거인 김동리 선생을 만나 20년간 숨겨진 여인으로 지내다 3년간의 결혼생활, 그리고 남편이 병으로 쓰러진 후 5년간 간병을 했던 그는 71세에 47년간의 사랑과 고통을 이 작품으로 토해냈다. 전실아들로부터 들은 “당신은 아버지의 요강이었을 뿐”이란 독설까지 그대로 담은 책을 내놓고도 서영은 선생은 담담하고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
도대체 그토록 혹독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김동리 선생의 어떤 점이 두 분을 끈끈하게 맺어줬나요.
“우린 몸이 잘 맞았어요.”]]
실제로 기사의 헤드라인 역시 자극적일 수 있는 부분인 "우린 몸이 잘 맞았어요"가 언급이 되네요.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겠지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선생의 단편작품이자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먼 그대'를 보았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대한민국 단편소설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국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을 정도의 작품입니다. 말로 묘사가 불가능한 삶을 사는 여자의 이야기가 바로 '먼 그대'에 나오는 주인공 문자입니다. 소재 자체는 진부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불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청춘과, 심지어는 낳은 아이마저 빼앗기는 고루하고 나이 든 말단 여직원의 비루한 삶이에요. 그러나 그 삶의 양상은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초극이 형상화 되어 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끔찍해서 치가 떨릴 정도입니다. 그 여직원은 마치 신의 시련을 견뎌내듯 자신이 사랑에 빠진 유부남 곁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갑니다. 그 남자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파국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마치 그것을 자신의 인생의 당연한 단계라는 것처럼 견뎌냅니다. 보고 있노라면 이해가 가지 않아요. 4,5년 전에 제가 이 단편을 보고 느낀 술회는 지금과도 비슷합니다. 저는 '먼 그대'의 주인공인 문자를 매조키스트라고 봤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구조, 자신의 인생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제 기준에서 그런 남자 곁에서 그렇게 하나 뿐인 인생을 날릴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자는 미련하게도 떠나지도 않고, 더욱 자신의 불행을 부채질하듯 온갖 폭풍우가 몰려드는 그 자리를 정말 우직하게도 버텨냅니다. 마치 자신이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그럴 의무가 있는 사람처럼 구는데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심리입니다. 하지만 정말 소름 끼치는 것은, 그 문자라는 여자가 바로 그러한 온갖 불행들을 자신의 삶의 자양분으로 동시에 신이 내리는 시련으로 받아들여 그것들을 초극해 가는 그 과정에서 그 여자의 강인함을 느끼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현실 속에서 그러한 사람을 친구로 두었다면 저는 그 친구와는 예전에 만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미련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면서 경멸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소설 속의 문자는 경멸만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괴이하고, 비인간적인 인물입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예수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적어도 몇 년 전에는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오늘 페이스북에서 따라보는 경향신문의 이 인터뷰를 보고 다시 한 번 그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품과 작가의 삶을 혼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최악일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서영은 작가의 삶이나 이 인터뷰에서 나오는 말들은 문자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저는 그래서 그 둘을 분리시키지 못하겠어요. 서영은 작가는 문단의 거목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동리 선생과 30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둔, 이른바 '결혼한 남성과의 떳떳하지 못한 관계'를 가지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인터뷰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서영은 작가는 단순한 불륜관계 뿐 아니라 김동리 선생의 세번째 아내로 지내기도 했고, 김동리 선생이 이루었던 다른 가족들과 나중에 발생된 여러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불륜이라는 것은 제3자가 나서서 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내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깼다는 가장 인간적인 틈을 파고드는 격렬한 문젯거리기도 하지요. 그러나 저는 그 분의 선택, 그 분의 김동리 선생과의 관계에 대해 뭐라 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수모가 느껴져서 이 인터뷰를 읽으며 심지어는 고통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먼 그대'를 읽었을 때의 그 기억이 차곡차곡 펼쳐지더군요. 그리고 이 분의 인생의 시련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그 태도 역시 너무나 버겁고, 자기희생적이고, 소비적이란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먼그대'의 주인공 '문자'가 자꾸 눈 앞에 아른거려요. 보는 이의 일차적인 의견으로선, 대체 왜 이렇게 이분은 살아 오시면서 전면적으로 모든 비난과 모든 고생을 감내하려고 드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이고, 혼미하기도 해요, 이 분의 삶 자체가.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분이야말로 삶과 문학의 경계에서 자기 자신을 지운 채 살아버린 느낌이 듭니다. 그렇기에 제가 느낀 그 서릿하고 날카로운 기억들이 가장 극렬하게 형상화 되는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이런 분들의 글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런 색깔을 가진 사람은 제 느낌엔 박완서 선생님도 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제가 실제로 그 분을 가장 좋아하긴 합니다, 그 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서영은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해요. 그 분들은 자신의 삶과 문학의 경계를 지운 채 그 모호한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글을 보면 그 분들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죠. 그러나 그건 짐작에 불과하지 온전히 그 사람이 가진 옛날 그 자체로서는 아닙니다. 단지 그 분들이 느낀 감정을 그 분들이 설정한 다른 시공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 감정들에는 숨막히는 진실성이 내포되지요. 제 개인적으로 읽기 더 편하고 (이 편하다는 표현은 가독성이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말 그대로 정서적으로 더욱 받아들이기 쉽다는 뜻입니다) 더 문학적 성취가 높았던 분은 박완서 선생 같지만, 미칠 듯이 강렬하고 그래서 읽기 불편할 정도로 괴로운 바늘 같은 부분은 서영은 선생이 더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할 겁니다. 서영은 선생은 삶과 문학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자취가 너무나도 강한 사람입니다. 그 분이 느낀 감정, 정서들은 격렬하고 고통스러워요. 저 분은 그것을 객관화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표현합니다만, 그것을 객관화 시킨 작업이 글쓰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글에서 느껴지는 그 분의 핏자국들이 너무 선선해서 '먼 그대'의 어떤 부분은 숨을 고르며 읽기도 했었지요.
어찌 되었거나 이 분이 이번에 내신 책을 사서 볼 작정입니다. 박완서 선생이 돌아가신 작금의 상황에서 이 분이 눈 질환을 견뎌내시고 더 많은 글을 써주시기만을 모쪼록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 김동리 선생과의 그러한 '시련 같은' 관계의 이유가 몸이 잘 맞아서였다니. 너무나도 이해가 가는 말 아닙니까? 사실 저 부분의 인터뷰를 읽기 전까지는 아니 대체 왜 저 분은 저렇게 ... 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몸이 잘 맞아서였다"는 말을 들으니 맙소사 ... 정말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이유였네, 이런 생각입니다. 하하
2014.03.01 23:46
2014.03.02 01:53
개인적으론 낮에 이 기사를 포털에서 읽고 짜증이 좀 났는데, 이 분에게서 느끼는 도덕적 감정적 거부감을 얘기하면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이해 못하는 인간 취급 받을 수도 있겠다는 오묘한 느낌 때문이었지요. 예술 계통 종사자들을 꽤 보고 살아왔지만,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예술 핑계 대면서 이상하게 살고 그걸 또 허세스럽게 포장도 잘하는 부류인데.. 암튼 인터뷰 내용 중 가장 압권이라 느낀 부분은, 김동리 선생께서 데이트 폭력을 시전하셔서 맞으면서 무슨 운명을 느꼈다는 대목. 본인의 피학적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 같기도 하고요. 이 분 글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어본 지인이, 사생활 상관 안하고 싶은데 그 사생활을 자주 글로 팔아먹는거는 같다고 하더군요. 이 분도 나름 수모 당하며 살아온 세월이 있겠지만 어쨌든 본인의 선택에 의한거고, 이 분 때문에 다른 형태의 고통을 받은 분들은 글쟁이가 아니기에 글쓰고 인터뷰하는걸 안 할 뿐이겠죠. 서영은 선생 좋아하시는 분께는 좌우지간 좀 송구한 댓글이 됐습니다만. 참, 김동리 선생하고 둘이 이부자리에서나 나눌 얘길 드러내놓고 하는게 처음도 아닌걸로 압니다.
2014.03.02 08:10
얻어맞아 놓고 운명이니 뭐니 하는 부분은 병신미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2014.03.02 16:50
2014.03.02 08:01
그 산티아고를 이 분과 함께 다녀온 분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저 분이 스스로를 묘사한 것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집니다. 굳이 찾아 읽지 않아도, 저 인터뷰상으로만도 이미 자기도취적이기 한이 없지만.
그리고.. 박완서와 서영은의 색깔이 비슷하다는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 제 마음에 스크래치 났어요. 엉엉.
2014.03.02 08:07
몸이 잘 맞았다는 얘기는 발기상태가 그다지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오십대 남성을 이십대 중반에 만나 가임기간을 통채로 보낸 여성이 생애말에 오기에 차서 할 만한 발언으로 들렸습니다. 아님 뭐 SM 마니아라거나.
2014.03.02 08:33
2014.03.02 09:29
2014.03.02 10:10
김전일 / ㅎㅎ 문단의 거목이란 표현을 보통 쓰더라고요, 김동리 선생한테.
보들이, brunette, 보름달, 전익명 /
아 일단 보들이님 전혀 송구한 댓글 아닙니다, 그리고 brunette님 마음에 스크래치 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엉엉 ㅠㅠ 보름달 님, 박완서 선생과 서영은 선생을 같은 선상에 두고 놓은 것은 ... 아 제 느낌이 본문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문학과 삶의 경계가 흐린데 그걸 표현하는 게 날카로운 지점이 비슷하다 느껴져서 그랬습니다. 그냥 제가 무리수적인 생각을 한 것이라면 그 누구도 충격 안 받으시고 넘어가셨으면 좋겠네요 ㅠㅠ 그리고, ㅎㅎㅎㅎ 몸이 잘 맞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제가 또 쓸데없이 너무 낭만적으로 해석해버렸네요.
아 그리고 ... 저도 사실 제가 덧글 달아주신 분들처럼 생각 안 하는게 신기해요. 제가 본문에 쓴 것처럼, 사실 주인공 '문자'나 작가 본인의 삶이나 제가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아득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금 공격적인 표현을 나름 자제하긴 했는데 ... 저 역시 사실 그냥 그 분의 소설 안 주인공이나 저 분 스스로가 매저키스트이면서 동시에 과한 종교적 열망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먼 그대'가 너무나도 강렬하고 수작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밟을 필요 없는 가시밭길을 굳이 꾹꾹 밟으면서 미련하다는 소리 들으며 길을 가는 그 여자의 모습이 하도 강렬했거든요. 문학성을 느껴버린 것 같습니다..
전익명님, 저도 어떤 의미에서는 저렇게 인터뷰에서 대놓고 말씀하셔도 되는 걸까? 싶었습니다. 전처 소생의 자식들이 이 인터뷰를 본다면, 아마 울분이 솟구칠 일이죠. ... 저도 이분의 소설은 하나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근데 '먼 그대'가 저에겐 정말 충격적인 소설이었어요. 반해버렸었죠. 실화라는 걸 알았을 때는 더 충격 먹은 기억이 나요. 그 충격은 안 좋은 의미로의 충격이긴 했지만. 물론 저도 이 분의 다른 글들을 읽고 생각이 변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그 때의 느낌은 잘 못 지워낼 것 같아요. 그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에 제가 이 분의 글에 호의적인 것일 테지요...
2014.03.02 10:13
남의 이목이나 성에 초탈한 70대작가의 소회 아니겠어요.
2014.03.02 11:17
이분의 글인지 사생활인지는 1g도 알고싶지는 않지만 이분을 정신분석한 책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싶어지긴 합니다. 자칭타칭 문단의 거목씩이나 되는 사람을 자신에게 홀려 찾아온 평범한 범부?로 만들어놓고 무척 기분 좋으셨나봐요. 김동리에 대한 호오는 차지하고라도 말입니다.
2014.03.02 12:04
참...씁쓸하네요. 다른 게 다 맞아도 단 하나 맞지 않으면 살수 없고, 다른 거 다 안 맞아도 단 하나 그게 맞으면 함께 사는 게 부부라고 하던데, "몸이 맞았다"는 거 아마 그런 표현이지 싶네요. 김동리 선생은 별로지만 서영은 선생 이 사람까지 별...로... 결국 교회다니는 (일부) 분들만 좋아하시겠네요. 팬이 늘겠어요. 아주 많이.
2014.03.02 12:45
비밀의 청춘/ 박완서와 서영은 모두 자전 소설을 썼고, 참척이나 불륜처럼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잔인할만치 노출해가며 써내려간 면이 있지요. 다만 박완서는 위선과 자기기만, 허위 등을 읽는 사람이 질려버릴 정도로 꼼꼼하게 폭로하고 낱낱이 까발긴데 반해 서영은은... 굉장히 공들여 자기합리화를 시도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건 비밀의 청춘님께서 수작이라 말씀해주신 [먼 그대]를 읽어본 후 다시 생각해볼게요. 제가 좀 격하게 댓글들을 달았는데 상냥하게 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4.03.02 13:45
김동리는 "첫번째 부인은 자식을, 두번째 부인은 재산을, 세번째 부인은 사랑을 주었다"고 성공적인 인생이라 자평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문단의 거목이신지는 잘 모르겠으나 훌륭한 속물이심은 확실한 듯~ 서영은의 먼 그대는 저도 읽었고 문장 하나하나가 부드럽다는 생각은 했지만 워낙 짜증을 유발하는 서사인지라 읽고 던져버린 기억이 납니다. 뭐 이런 건 개인적 취향이니까요. 좋은 소설이라고 여기신 분도 있을 수 있죠.(제가 그쪽으로는 이해를 잘 못해서일 수도 있고요ㅎㅎ) 박완서가 불혹이 넘은 나이에 등단해서 무수한 작품들을 생산해냈고 대표작을 꼽기 힘들 만큼 수작이 많은 작가였던 반면 서영은은 이십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등단을 했음에도 발표 작품이 적고 대표작이라 할만한 것도 '먼 그대'뿐인 걸로 압니다. 뭐 이런 면으로도 서영은의 꼭지에 박완서가 언급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겠죠.암튼 링크해주신 인터뷰는 잘 읽었어요. 저는 저 책 안 사볼랍니다~
2014.03.02 13:49
2014.03.02 14:09
먼 그대가 인상적인 단편이라는 데 동의해요. 그런데 먼 그대가 좋은 소설로 기억되려면 인간 서영은은 좀 물러설 필요가 있지요.
소설에서 문자가 자아도취적인 망상에 사로잡혔든, 종교적인 구도자의 자세로 소위 '초극'을 이루어내든, 문자의 행위에는 끝까지 바닥까지 가보는 자가 보여주는 섬뜩함이 있어요. 요즘 말로 '병x미'라고 할 만한 것이요. 그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고 일어나서도 안될 상황이지만, 적어도 서영은의 매끄럽게 써낸 서사 내에서는 강력한 힘을 갖지요.
그런데 인간 서영은은 자꾸 소설 속의 서사를 자신의 삶과 동일시하고, 잊을 만하면 미디어에 나와서 자신이 문자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싶어해요. 문재는 있었는지 모르나, 김동리를 트로피삼아 커리어를 만들어오고, 김동리의 죽은 전처가 일군 재산을 두고 김동리 사후 전실자식들과 재산싸움을 여성지 지면이 모자라게 벌이고, 이후로도 작품이 아니라 김동리의 여자라는 걸 툭하면 훈장삼는(김동리 자식들은 아버지의 과거를 아버지가 관에 들어간 후에도 들먹거리는 이 사람이 정말 짜증날 것 같아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바닥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건 넌센스예요.
서영은이 자꾸 소설이 아닌 본인의 인생역정으로 어필하려고 할수록 본인도 소설도 추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글 속에서나 문자의 삶을 관망하면서 읽어줄 만하지, 난닝구 입고 인물 추레한데 여자 섭렵하고 동거녀 때리는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와의 스토리와 그 떡고물에 평생 사로잡혀 살면서 그 사람에게 간택된 것이 대단히 운명적이며 '몸으로도 잘 맞았다'고 치기어린 자위를 드러내는 아주머니 얘기를 굳이 현실에서 마주치고 싶지는 않거든요. 치명적인 러브스토리라면 차라리 연예인 자서전이나 신정아 후일담 같은 걸 읽는 게 현재성도 있고 재미도 있겠지요.
2014.03.02 16:31
살구/ 저는 이분이 70대라는 사실에 좀 놀랐어요.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확실히 연세와 데뷔한 것에 비해서는 작품이 적긴 했죠.
쇠부엉이 / 네 인터뷰를 보면 확실히 지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당당한 모습이죠.
소나타는바흐/ 아 팬이 늘까요? 저는 교회를 다니진 않습니다만 이 작가가 종교적인 사람인 건 확실해 보여요.
brunette/ 엇 아니에용 ㅎㅎ 어쩌면 저도 그 작품만 보고 이 사람이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것을 잡아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긴 했어요 ... 나중에 혹시라도 읽으시면 감상평 잊지 말아주셔용 :D
숲으로 / '먼 그대' 자체가 구질구질한 이야기이죠. 저 자신도 그 이야기나 주인공을 이해하고 공감했다는 것에 가깝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렇지 못해서 인상적이었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박완서 선생을 비교한 것은 단편적인 지점에서였어요! 색깔이 비슷하다는 표현이 좀 걸렸을까요? 저도 박완서 씨의 문학적 성취가 더 높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잘 헤아려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어요. ㅎㅎ
루이스 ck / 아 그런 중편도 있었군요! 음, 신간보다도 그것부터 볼까 싶네요.
잠시익명할게요 / 음음, 그런 지점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을 못 해 본 것 같아요. 그 여성지 지면의 잡음도 생각보다 엄청 났나 보군요. 하긴 제가 여성지에서 이루어진 화제들을 보진 못했어요. 사실 김동리 씨의 나머지 가족분들에게 서영은 작가 존재 자체가 아마 엄청 싫을 것 같아요. 음. ... 저 같은 경우는 일단 '먼 그대' 자체를 먼저 보고 뒷이야기를 나중에 알게 된 경우인데, 이상하게 저에겐 굉장히 그 이야기 두 개가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졌다 할까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문자와 작가를 헷갈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이런 효과를 그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바닥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건 넌센스"라는 말은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뭐라더라 산티아고 여행기에서 읽었는데 자기에게 김동리는 한국 문단의 거목이 아니라 누가 볼까 두려워 식은땀을 훔치며 자신을 찾아오는 '남자'였다고 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