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011558311&code=960100



  일단 링크부터 걸어야겠지요? 링크 건 것은 소설가 서영은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전문 읽으며 먹먹해졌기에 어떤 부분을 굳이 글로 긁어올지 잘 모르겠네요 ... [[]]부분은 인터뷰 중 몇몇 부분입니다.


[[... 

소설가 서영은 선생(71)이 1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꽃들은 어디로 갔나>를 읽으면 얼마나 자신의 삶을 처절하리만큼 온전히 받아들였기에 이토록 객관적일 수 있을까 하는 경외심이 든다. 24세에 30세 연상의 문단의 거인 김동리 선생을 만나 20년간 숨겨진 여인으로 지내다 3년간의 결혼생활, 그리고 남편이 병으로 쓰러진 후 5년간 간병을 했던 그는 71세에 47년간의 사랑과 고통을 이 작품으로 토해냈다. 전실아들로부터 들은 “당신은 아버지의 요강이었을 뿐”이란 독설까지 그대로 담은 책을 내놓고도 서영은 선생은 담담하고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

도대체 그토록 혹독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김동리 선생의 어떤 점이 두 분을 끈끈하게 맺어줬나요.

“우린 몸이 잘 맞았어요.”]]



  실제로 기사의 헤드라인 역시 자극적일 수 있는 부분인 "우린 몸이 잘 맞았어요"가 언급이 되네요.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겠지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선생의 단편작품이자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먼 그대'를 보았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대한민국 단편소설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국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을 정도의 작품입니다. 말로 묘사가 불가능한 삶을 사는 여자의 이야기가 바로 '먼 그대'에 나오는 주인공 문자입니다. 소재 자체는 진부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불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청춘과, 심지어는 낳은 아이마저 빼앗기는 고루하고 나이 든 말단 여직원의 비루한 삶이에요. 그러나 그 삶의 양상은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는 초극이 형상화 되어 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끔찍해서 치가 떨릴 정도입니다. 그 여직원은 마치 신의 시련을 견뎌내듯 자신이 사랑에 빠진 유부남 곁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갑니다. 그 남자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파국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마치 그것을 자신의 인생의 당연한 단계라는 것처럼 견뎌냅니다. 보고 있노라면 이해가 가지 않아요. 4,5년 전에 제가 이 단편을 보고 느낀 술회는 지금과도 비슷합니다. 저는 '먼 그대'의 주인공인 문자를 매조키스트라고 봤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구조, 자신의 인생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제 기준에서 그런 남자 곁에서 그렇게 하나 뿐인 인생을 날릴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자는 미련하게도 떠나지도 않고, 더욱 자신의 불행을 부채질하듯 온갖 폭풍우가 몰려드는 그 자리를 정말 우직하게도 버텨냅니다. 마치 자신이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그럴 의무가 있는 사람처럼 구는데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심리입니다. 하지만 정말 소름 끼치는 것은, 그 문자라는 여자가 바로 그러한 온갖 불행들을 자신의 삶의 자양분으로 동시에 신이 내리는 시련으로 받아들여 그것들을 초극해 가는 그 과정에서 그 여자의 강인함을 느끼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현실 속에서 그러한 사람을 친구로 두었다면 저는 그 친구와는 예전에 만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미련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면서 경멸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소설 속의 문자는 경멸만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괴이하고, 비인간적인 인물입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예수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적어도 몇 년 전에는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오늘 페이스북에서 따라보는 경향신문의 이 인터뷰를 보고 다시 한 번 그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작품과 작가의 삶을 혼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최악일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서영은 작가의 삶이나 이 인터뷰에서 나오는 말들은 문자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저는 그래서 그 둘을 분리시키지 못하겠어요. 서영은 작가는 문단의 거목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동리 선생과 30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둔, 이른바 '결혼한 남성과의 떳떳하지 못한 관계'를 가지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인터뷰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서영은 작가는 단순한 불륜관계 뿐 아니라 김동리 선생의 세번째 아내로 지내기도 했고, 김동리 선생이 이루었던 다른 가족들과 나중에 발생된 여러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불륜이라는 것은 제3자가 나서서 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내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깼다는 가장 인간적인 틈을 파고드는 격렬한 문젯거리기도 하지요. 그러나 저는 그 분의 선택, 그 분의 김동리 선생과의 관계에 대해 뭐라 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수모가 느껴져서 이 인터뷰를 읽으며 심지어는 고통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먼 그대'를 읽었을 때의 그 기억이 차곡차곡 펼쳐지더군요. 그리고 이 분의 인생의 시련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그 태도 역시 너무나 버겁고, 자기희생적이고, 소비적이란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먼그대'의 주인공 '문자'가 자꾸 눈 앞에 아른거려요. 보는 이의 일차적인 의견으로선, 대체 왜 이렇게 이분은 살아 오시면서 전면적으로 모든 비난과 모든 고생을 감내하려고 드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이고, 혼미하기도 해요, 이 분의 삶 자체가.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분이야말로 삶과 문학의 경계에서 자기 자신을 지운 채 살아버린 느낌이 듭니다. 그렇기에 제가 느낀 그 서릿하고 날카로운 기억들이 가장 극렬하게 형상화 되는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이런 분들의 글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런 색깔을 가진 사람은 제 느낌엔 박완서 선생님도 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제가 실제로 그 분을 가장 좋아하긴 합니다, 그 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서영은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해요. 그 분들은 자신의 삶과 문학의 경계를 지운 채 그 모호한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글을 보면 그 분들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죠. 그러나 그건 짐작에 불과하지 온전히 그 사람이 가진 옛날 그 자체로서는 아닙니다. 단지 그 분들이 느낀 감정을 그 분들이 설정한 다른 시공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 감정들에는 숨막히는 진실성이 내포되지요. 제 개인적으로 읽기 더 편하고 (이 편하다는 표현은 가독성이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말 그대로 정서적으로 더욱 받아들이기 쉽다는 뜻입니다) 더 문학적 성취가 높았던 분은 박완서 선생 같지만, 미칠 듯이 강렬하고 그래서 읽기 불편할 정도로 괴로운 바늘 같은 부분은 서영은 선생이 더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할 겁니다. 서영은 선생은 삶과 문학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자취가 너무나도 강한 사람입니다. 그 분이 느낀 감정, 정서들은 격렬하고 고통스러워요. 저 분은 그것을 객관화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표현합니다만, 그것을 객관화 시킨 작업이 글쓰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글에서 느껴지는 그 분의 핏자국들이 너무 선선해서 '먼 그대'의 어떤 부분은 숨을 고르며 읽기도 했었지요. 

  어찌 되었거나 이 분이 이번에 내신 책을 사서 볼 작정입니다. 박완서 선생이 돌아가신 작금의 상황에서 이 분이 눈 질환을 견뎌내시고 더 많은 글을 써주시기만을 모쪼록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 김동리 선생과의 그러한 '시련 같은' 관계의 이유가 몸이 잘 맞아서였다니. 너무나도 이해가 가는 말 아닙니까? 사실 저 부분의 인터뷰를 읽기 전까지는 아니 대체 왜 저 분은 저렇게 ... 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몸이 잘 맞아서였다"는 말을 들으니 맙소사 ... 정말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이유였네, 이런 생각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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