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5 21:05
- '그 사건' 때문에 적는 글인 건 맞습니다만 그 사건 얘긴 안 하려구요.
너무 울적한 일이기도 하고, 아직 밝혀질 게 많이 남았으니 알지도 못하면서 뭘 많이 떠들기도 떠나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1.
전 이번 비극들의 근원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꾸만 아무 생각 없는 업무들을 학교에 추가하는, 그리고 그 여파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동안의 정권들과 교육부의 작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무슨 이슈 하나가 터질 때마다 이 양반들 대응 방식이 늘 그래요. 별 보탬 안 되는 듣기 좋은 얘기들 한참 한 다음에 '앞으로 학교에서 그것도 챙기도록 하겠다'라며 일을 만들죠.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교사들 일이 늘어나는데 그 와중엔 '이걸 대체 왜 함' 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뻘한 업무들이 많고. 그래서 매년 '올해는 작년보다 더 빡세네'가 디폴트가 되어 대다수의 교사들은 늘 진이 빠진 상태이고요. 그 와중에 학폭 사안 처리처럼 위험한(?) 업무가 발생하면 아주 본격적으로 피가 마르고... 그렇습니다.
현재의 '현실 학폭 업무'라는 걸 간단히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식이에요.
1) 아무리 하찮고 별 거 아닌 일이라도 학부모&학생이 원하면 일단 학폭 사안이 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무리 하찮은 결론이 나오더라도 거기까지 가는 길은 담임 및 학폭 담당 교사들에겐 짧으면 며칠, 길면 몇 주간 수업 비는 시간은 기본에다가 심지어 수업 시간까지(!) 몽땅 때려박고 퇴근 후 시간까지 바쳐야 하는 험난한 길이구요. 근데 1학년 애들 같으면 이런 일이 같은 반에 한 달에 몇 번씩 벌어지기도 합니다.
2) 중대하고 심대한 사건이 되면 보람이 있을... 리가요. 어차피 교사에게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서랑 법원에서 해야할 일을 괜히 교사가 깔짝거리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이런 심각한 사안이면 학부모가 변호사를 데리고 출동할 확률이 높고. 이 분들의 1차 전략이 '학교와 교사의 조치에서 허점을 찾아 공격하자'에요. 그럼 졸지에 가해 학생보다 훨씬 더 위험한 처지가 되는 게 담당 교사들인데, 이에 대한 보호나 예방 조치 같은 건 그냥 문자 그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웃기는 건 이런 지적과 청원의 목소리가 나온 게 걍 네이버 검색으로 기사만 뒤져봐도 최소 6년 전부터란 말이죠.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1711020951001
(6년 묵었지만 교사들 처지가 잘 드러난 괜찮은 기사라고 생각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그런데 그냥 쭉 냅둔 거죠. 사람 한 명 죽어서 이슈가 될 때까지 말입니다.
애초에 진보고 보수고 간에 학교 현장 얘기하면서 교사들 인권에 관심 가져 주던 진영은 없거든요.
2.
악성 민원... 얘길 하자면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멘탈 위기 상황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이 다 아주 격하게 화가 나 있고 근심 걱정에 쩔어 있고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충전하고 사는 느낌이랄까요. 온라인만 봐도 그렇잖아요.
그 와중에 교사란 게 사회적으로 별 부담될 것 없는 존재이다 보니 뻑하면 화를 마구 발사... 뭐 이런 상황 같구요.
학생 일로 학부모들과 대화를 해 보면 요즘 학부모들이 확실히 까칠 예민하고 상대 난이도가 높습니다. 뭐 한 마디라도 애매한 여지를 남기면 급발진하는 분들이 수두룩 한데.
가만히 보면 특별히 교사를 무시하거나 증오한다기 보단 그냥 늘 그런 상태로 살고 계신 것 같은 분들이 많아요. 다른 데 가서도 늘 그러시다가 학교에 와서도 그러는 거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식 관련해서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진상력이 대폭발할 가능성도 높은 거고.
왜 가끔 사회면 뉴스들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꾸준하게 누군가에게 진상 부리는 사람을 붙잡아다 '너 왜 그랬니?'라고 물어보면 걍 사는 게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그랬다... 이러는 경우들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인생 스트레스를 학교에 푸는 사람들도 정말 꽤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직접 경험한 사례도 몇 번 있고 그래요.
근데 이런 건 정말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교사 노조 사람 인터뷰 기사를 보니 교사 개인 연락처는 철저히 감추고 학교의 모든 전화는 콜센터처럼 '당신의 귀한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전화를 받고 있...' 같은 메시지를 넣으면서 모든 통화를 자동 녹음하게 해달라. 는 얘길 하던데 뭐... 좀 웃기는 기분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좀 나아질 수도 있긴 하겠네요.
3.
요즘들어 이런저런 정치인들, 관료들이 내놓는 '해법'이란 것들도 참 웃깁니다.
일단 교육부장관님께선 '교권 침해 사안을 생기부에 적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네요.
이게 무슨 해결책입니까? 대체 무엇을 해결하려는 건데요?? ㅋㅋㅋㅋㅋ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데요. 초등학교 1학년이 생기부에 뭐 적히는 게 무서워서 말을 듣겠습니까.
게다가 학부모가 괴롭히면 어쩔 건데요. 자식 생기부에 '얘 아빠가 전화해서 폭언을 하는 등 교권 침해 행동을 저지름'이라고 적습니까.
당신 담당 업무에 대해 생각이란 게 있습니까 휴먼? 이런 인간이 교육부 수장으로 2회차를 하고 있다는 게 참 비극이죠.
그리고 리준석씨도 한 마디 하셨던데요. '담임과 학부모를 철저히 분리'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일갈하셨습니다.
오오 역시 제갈공명 호소인답게 교육부 장관 따위보단 좀 그럴싸한 발언을 하네요. 그런데...
한국 학교 안 다녀보셨습니까 휴먼?? ㅋㅋㅋ
저런 게 가능하려면 말이죠, 그냥 담임 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담임이란 게 존재하는데 학부모와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다... 라니 이게 무슨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까.
현실의 담임 업무를 잘 모르니 쏘쿨하게 저런 소리도 할 수 있는 거죠. 물론 말을 짧게 했을 뿐 그 속 깊은 뜻으로 담임 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을 낸 걸 수도 있겠지만,
그건 대한민국 학교 시스템을 근본부터 다 갈아 엎는 대규모 작업을 몇 년간 빡세게 치르기 전엔 불가능하구요.
게다가 매우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와 학부모들 사정을 생각할 때 담임 제도를 없애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안 되겠죠 아마. 그냥 통화 녹음 시스템이라도 갖춰주시죠?
4.
자꾸 '교권' 같은 애매한 표현을 들먹거리면서 논의가 진행되는 게 개인적으론 좀 마음에 안 듭니다. 전 '교권'이 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ㅋㅋ
그러니까 결국 이건 교사라는 사람들의 기본 인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가해자는 학부모들 이전에 정부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보장되지 않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게 그동안의 위정자들 선택이었으니 '교권 침해' 같은 괴상한 표현이나 '학생 인권을 너무 챙겨서 문제'라는 헌법 이념에 어긋나는 드립으로 면피, 도주하려 하지 마시고 제대로 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주면 좋겠죠. 해결 방안 같은 건 이미 수년 전부터 사방에서 나와 있으니 그것들 좀 주워 듣고 검토라도 해보면 아주아주 좋겠습니다만.
뭐 언제나 그렇듯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올해 수원 교육청에선 말이죠, 무려 '학폭 담당 교사들을 위한 힐링 연수'라는 걸 기획했거든요. ㅋㅋ 재미난 마술쇼도 보여줬다는!!!
이런 데 쓸 돈 아끼고, 2025년부터 도입한다는 디지털 교과서 같은 뻘짓 때려치우고 예산 남겨서 그걸로 선생 좀 살려주시면 참 좋겠읍니다만.
역시나,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 저 디지털 교과서 사업... 은 왠지 사안의 거대함에 비해 전혀 화제가 안 되는 느낌인데요.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235069
한 번 읽어 보시면 아마 함박 웃음이... '세금 살살 녹네' 라는 드립은 이런 사업을 위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퍽퍽한 소리만 잔뜩 해대고 나면 왠지 민망해져서 꼭 음악이라도 하나 올리고 싶어진단 말이죠.
Forget the future~ Just let it go~ (중략)
Until tomorrow~ Live for today~~
참 좋아하는 가사이고 노래입니다. '크라잉 게임' 영화는 두 번 안 봤지만 이 노랜 수천번은 들은 듯.
그러니 뻘글 읽느라 낭비한 시간의 보상이라 생각하고 노래라도 한 번 들어주세요. 참으로 좋은 곡입니다.
2023.07.25 21:55
2023.07.25 22:59
저도 말씀에 공감합니다만. 문제는 그렇게 전력을 다해 살아도 여유는 커녕 점점 팍팍해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렇다면 사회 제도라도 거기에 맞춰 변화를 해줘야할 텐데 그런 일도 안 생기고. 참 어렵습니다.
2023.07.25 23:09
2023.07.25 23:17
공감합니다. 직접적인 원인까진 아니겠지만 문제의 근원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구요.
하물며 학부모 본인들이 10대 시절 직접 경험했던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기억들이 별로 아름답지가 않을 테니 더더욱 신뢰하기 어렵겠죠.
근데 정작 현직 교사의 주류를 이루는 연령대의 선생들은 그 시절 그 학교에서 요 학부모들과 함께 굴렀던 사람들인데(...)
2023.07.26 16:40
이 글에 댓글을 달기 위해 오랜만에 로그인합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사회적 신뢰의 저하'로 설명되는 부분이 정말 많고, 사회를 이렇게 만든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커집니다.
2023.07.26 00:50
저는 교육자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니고 학부모가 될 계획도 전혀 없어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문제점 뭐 그런건 살면서 별로 생각해본적도 없고
이번 사건도 뉴스로만 피상적으로 접했을 뿐이라
제대로 아는게 없어서 이 글 내용에 대해서는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지만
그대로 굳이 이렇게 댓글을 다는 이유는
새삼 로이배티님 글솜씨에 또 한번 놀라서입니다
정말 글 잘 쓰시네요
내용에 대해선 제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가 없지만
로이배티님이 어떤 주장을 하시는지는 명쾌하게 꽂히네요
한줄 한줄 문장마다 감탄 포인트가 있습니다
제가 만약 교육에 관심이 생겨서 교육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를 해야한다면
이 글을 토대로 살을 붙여가며 공부하면 되겠어요
2023.07.26 11:44
앗 아 아니... 뻘글에 이런 칭찬이라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아무튼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7.26 01:16
그 사건 터진 이후에 트위터나 여기저기서 많은 얘기들을 봤는데 특히 그간 가려져있다가 터져나오는 각종 경험담들이 거의 다 괴담수준이더군요. 학부모가 돈 많은 집안이고 이러면 학교측에서는 더욱더 교사를 보호하기는 커녕 버리고 무조건 학부모측에 굽신굽신하고 아예 법조계에 종사한다거나 그쪽에 인맥이 있는 경우에도 아주 대놓고 교사들을 조진다고 하더라구요. 배티님이 최전선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대로 써주신 글을 보니 더욱더 한숨이 나오네요.
민원은 너무 심하게 악용되서 처음 의도와 달리 이젠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싶은 시스템이 됐고 정치인, 관료들이 내놓는 그 '해법'도 오히려 이걸 빌미로 또 상대편 공격하는 핑계로만 쓰이는 것 같구요. 화도 나고 안타깝고 무기력함이 느껴집니다. 전교조 모인 자리에서 자기 딸도 똑같은 방식으로 죽었다는 분들이 나오고 어떤 교사는 집에서 자살했다고 학교가 업무상의 사건이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일이 있어서 이번에 학교에서... 그랬던 것 아니냐는 말도 많네요...
갑갑합니다. 그냥 억지로 발랄한 노래라도 들어봐요. 최근 감상한 어떤 영화에 나왔던 삽입곡입니다.
2023.07.26 11:48
사실 제가 일하는 직장은 학부모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온건한 편인 동네에 있어서 그런 사례들까진 못 겪어 봤습니다만. 그거랑 비슷한(?) 일들은 근래들어 종종 생기더라구요. '우리도 멀지 않았다!'라고 동료들끼리 농담하곤 합니다. ㅋㅋ
그리고 사실 학부모의 재력이나 권력 같은 건 이 건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보구요. 그냥 민원이란 게 발생하면 무조건 학부모, 학생 편에만 서서 교사들 때려 잡는 식으로 돌아가는 교육 기관 & 학교의 현실이 문제인데 이게 정말 웃기죠. 예를 들어 전기세 예산 아낀다고 교사들이 아무리 건의해도 에어컨 안 틀고 버티라고 하다가 학부모 전화 딱 한 통만 오면 등교부터 하교 때까지 애들 냉방병 걸리도록 틀어댄다든가... 그런 식이거든요. (애들만 하교하면 바로 끔! ㅋㅋㅋ)
노래 잘 들었습니다. 곡은 참 좋은데 오늘 아직 집에 에어컨을 안 틀어서 그런지 제목이 괴롭습니다? 하하하.
2023.07.26 09:27
인류가 망하는 여러가지 시나리오 중에 기후변화, 행성충돌. 여러 설들이 있는데 저는 관료주의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2023.07.26 11:49
어느 정도의 관료주의는 피할 수도 없고 또 그 가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격하게 선을 넘으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거겠죠.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안 되겠지만... ㅋㅋㅋ
2023.07.26 09:52
한국 사회는 병들었어요. 교사 인권 문제는 너무 늦게 터진 감이 있고.. 공무원, 서비스업 종사자, 자영업자들도 정신병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많죠. 모든 곳에 갑질이 만연해 있습니다. 산재 사망 사고 기사가 아무리 나와도 바뀌는 것도 없고..
어떤 분들은 학생인권조례, 진보교육감, 전교조가 원인이라고 하고 있죠. 체벌 부활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요.
그 와중에 주 69시간 다시 슬슬 들이밀고 부산시에서는 24시간 돌봄 센터를 만든다나.. 홍콩식 도우미를 도입하자고 하고.. 답이 없네요.
2023.07.26 11:51
맞아요.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회 전반적으로 이렇죠. 그게 이제 교직 쪽에서도 임계점을 넘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을 뿐.
지금 여당이고 야당이고 서로 니네 탓이다!! 라고 우기기 바쁘던데. 본문에도 적었듯이 이 사안에 한정해서 본다면 둘 다 오십보 백보거든요. ㅋㅋ 근데 그렇게 서로 떠넘기려다 보니 양측 다 해법이라고 내놓는 게 현장 목소리와 격하게 상관 없는 것들이라... 그냥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 같습니다. 뭘 기대하겠습니까.
2023.07.26 10:49
여러모로 공무원 분들의 고충을 들으면 국가가 공무원이라는 직군의 사람들을 굉장히 소모적으로 사용하고 버린다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교사 역시도 예외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로이배티님이 말씀하시는 부분들을 트위터에서도 익히 들어왔기에 다시 한번 답답하고 무기력한 마음이 드는군요. 정부와 교육청에서는 언제까지 악성민원에 교사 개개인을 총알받이로 내놓을 건지 모르겠습니다. 악성 민원을 넣는 학부모를 과연 교육청에서 대응을 하고 필요시에 고소까지 할 것인가? 그럴 거라는 생각이 전혀 안듭니다... 교사를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할텐데 그걸 무작장 견디라고만 하니...
2023.07.26 11:58
사기업은 일반 직원들을, 국가는 일반 공무원급의 사람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죠. 오타쿠스럽게 말하자면 '널 대신할 것은 얼마든지 있어!!' 랄까요. ㅋㅋ
아무리 교사가 뭉쳐도 유권자 표를 세어 보면 학부모가 늘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교사들의 고통을 학부모들이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행동이 필요한데요. 음...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 사건을 몰아가는 방향을 보면 역시 무리겠습니다. 하하;
2023.07.26 11:21
관련 일에 종사하는 애인과 이 이야기를 조금씩 했는데 (많이 하면 로이배티 님 말씀처럼 너무 우울해지니까...) 마찬가지로 교권이란 말을 바꾸고 싶어하더군요. '교권 추락'이라고 했을 때 (저 포함)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권력/권위 이런 것들일 것입니다. 폭력과 억압의 철권 통치를 되돌려야 한다 이런 상상만 하니 체벌 복구 등으로 귀결되겠죠. 기본적인 교사 인권의 문제라는데 동의됩니다. 더 나아가 아동 학대의 반대 선상인 교사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표현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교사의 행동 영위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 방어 영역이 어떤 방식으로든 구성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요건들을 '아동 학대'라는 관점에서 고소/고발 당하는걸 두려워하는데요. 선제적으로 받아쓰기나 아이의 손을 잡는 행위 등은 가능한 일이며, 어떤 행동 N회시 수업 배제 및 '교사와 학생과의 분리' 등으로 이어지는 요건들을 구성하고 책임질 어떤 구성체가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써 놓고 보니 이미 십여년 넘게 누적된 일들이니 더 좋은 요청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냥 묵살되어 왔을 뿐이겠지만요.
여튼 저도 염세적인지라 무엇이 많이 바뀔 거라는 생각은 안 들고, 바뀐다 하더라도 실무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보단 실권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될 거라고 보지만, 뭐라도 조금이나마 진전되었으면 하는 희망적인 마음을 감출수는 없네요.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담론이 다뤄지는 꼴을 보니 얼마 없던 기대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지만요.
2023.07.26 12:09
맞아요. 교권이란 말은 뭐 뜻은 나쁘지 않을지 몰라도 어감이 영 구리죠. ㅋㅋ
여당과 보수 측에서 신나서 학생 인권 조례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진짜 웃긴데. 교사 인권과 학생 인권이 양립이 안 되는 개념처럼 몰아가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싶은데 커뮤니티 반응들을 보면 그게 참 잘 먹히는 것 같아서 썩소가 나오구요.
현장에서, 특히 초등학교 현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정서적 학대'라는 개념이 저엉말 폭 넓게, 그리고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상황 같더라구요. 다른 학생을 위협하는 걸 말리느라 팔이나 몸을 붙잡아도 정서적 학대이고 학생들 다 있는 데서 누구 한 명의 잘못을 지적하면 그것도 정서적 학대고... 말씀대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는 게 좋겠죠. 다르게 생각하면 그렇게 쉬운 일인데 최소 6년 이상 이어져 온 목소리를 씹고 있었던 윗분들도 참 대단하시구요. ㅋㅋㅋ
뭐 결과적으로 또 교사들 귀찮아질 업무나 늘려놓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교권 침해 대응' 관련 연수를 몇 시간 이상 이수하라든가. 교내에 '교권 침해 예방 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매달 회의록을 만들어 올리라든가 등등. ㅋㅋㅋ)
일단 지켜나 봐야죠. 교사들이 이렇게 뭉쳐서 목소리 내는 걸 보는 게 정말로 오랜만이라 그래도 뭐라도 나아지길 기원해 봅니다.
2023.07.26 12:25
기독교계에서는 마침 좋은 떡밥 물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서구에서 차별금지법이 심각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나요? 금시초문인데요.
기독교인들 상당수가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국힘이 지지기반을 버릴 리가 없겠죠?
2023.07.26 12:51
뭐 이것저것 다 해서 국힘당은 애초부터 학생 인권 조례 싫어했고 반대했으니까요.
진보 쪽 업적 같은 이미지라서 이번 기회에 정말 어떻게든 끌어 내리고, 최소한 이미지에 똥칠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ㅋㅋ
다만 이런 상황이 온 것에 진보 진영측 책임이 없지 않아요. 많이들 지적하는대로 인권 조례와 기타 등등으로 학생 쪽만 신경쓰면서 교사들이 현장에서 외치는 소리들을 듣지 않은 건 사실이라서요. 최근 들어서야 좀 신경 쓰기 시작은 했었지만 아직 그 결과물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터진 거죠.
2023.07.26 14:44
2023.07.26 14:53
2023.07.26 14:57
한국에서 생존 하기 위해서 취했던 방식들. 열심히 전력을 다해서 살아야 하고, 무조건 발전해야하고, 이래야만 하고 저래야만 하고,
이런 것들은 이제 조금 쉬어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