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야그] 옛날 옛적의 몸보신 메뉴

2010.07.29 18:54

LH 조회 수:3256


복날에 잘 챙겨먹는 것은, 그 날이 가장 더우니까 몸을 보양해서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이겠지요.
학교 다닐 적 집에서 나온 이래 시간도 없고 방법도 없어 식사를 대충 때우기 일쑤였습니다. 학생식당의 밥은 한 달만 먹으면 금방 질려서 맛있게 먹는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먹었지요.
하지만 행여 반계탕이 메뉴에 오르면 반드시 먹으러 갔습니다.
손바닥 만한 닭 반토막 넣고 끓인 간단한 백숙이지만 정말 맛이 났고 보신이 되는 기분이었거든요. 뼈를 하나하나 발라먹고, 맑은 국물에 밥을 말아 끝까지 먹곤 했습니다.
이 메뉴는 여름과 복날에 자주 나오곤 했지요.
...윽, 쓰고 있는 도중 제가 먹고 싶어집니다.

 

요즘 쓰고 있는 게 조선시대 때 성균관인데, 여기 학생식당에서도 복날에는 특식이 나왔습니다. 초복에는 가장(家獐), 중복에는 참외, 말복에는 수박 뭐 이런 식으로 나왔는데...

가장이 뭔지는 대강 감이 오시겠지요. 한자로 썼을 뿐 본래 발음은 개장입니다. 개장국 보신탕 할 때 바로 그거입니다.

여기에는 개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적어도 조선시대 때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었나 봅니다. 학생의 불만은 맛이 없다라는 것 보다는 양이 적다라는 것이었으니까요. 고기 먹을 일이 한 달에 한 번 꼴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그럼 조선시대 때 복날 학생식당에는 보신탕이 한 그릇씩 올리왔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요리 방법은 좀 달랐던 모양입니다.

 

조선 경종 때 쓰여진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을 보면, 가장(개장)누르미가 메뉴로 있습니다.

누르미라고 하면 발음상 웬지 편육일 것만 같은 그런 인상이 드는데, 실상은... 밀가루 입혀 부쳐내는 전 종류의 요리였습니다.
다만 개장 누르미는 좀 달랐죠.

된장하고 생강 넣은 물에 개고기 넣어서 익힌 다음, 간장이랑 무, 참깨 넣어 끓인 육수에 또 삶습니다. 이렇게 잘 삶은 고기에다가 밀가루 참기름 간장 천초 육수 섞어 걸쭉하게 끓인 소스 - 누름즙을 끼얹으면 된댑니다.
뭐, 수육이랄까요?

 

요즘 보신탕이 어떻게 요리하는 줄은 모릅니다만 (실은,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냄새 없애는 조리 과정은 비슷할 것도 같네요.
성균관 역시 개장 요리를 접시에 담아냈으니, 국물 있는 류의 요리는 아닌 듯 합니다.

이 외에도 식용 멍멍이를 활용한 또 다른 요리가 있었는데, 개순대(...)입니다.
그냥 순대입니다. 다만 돼지 창자 대신 개의 것을 쓸 뿐. 하지만 대체 어떤 요리인지 상상도 되질 않습니다.


그럼 대체 삼계탕은 언제부터 먹은 거냐, 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닭은 딱히 때를 잡아 먹는다기 보다는 몸이 허해지거나 잔치를 벌이게 될 때 일단 닭부터 잡고 보더군요.

이거 말고 전복도 꽤 사랑받는 메뉴였던 거 같지만, 비싸죠 역시.

 

쓰다보니 제가 다 배가 고파졌습니다... 

하늘이 노란 게 마지막 교정 끝낸 여파가 오는 건지도. 잠시 부엌으로 가겠습니다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중복 잘 챙겨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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