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2012.10.22 06:20

LH 조회 수:7560

 

벌써 그제의 일입니다.
일본에 혼자 사시던 지인분이 아프다는 트윗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없고 연락이 안 되어 무슨 일이지 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더라고요.
내일 콘서트 가겠다고 그랬고 불과 얼마전에도 왕성하게 글 올리던 사람이 거짓말처럼 가버렸어요.

 

김소형님이라고, 시바 혹은 yshtar 닉을 쓰신 분입니다.
pc통신 때 부터 활동하시고 우리나라 라이트노벨 1세대 번역 및 소개를 하신 분이라 하면 될까요.
십이국기, 델피니아 전기, 스칼렛 위저드, 악마의 파트너 등등. (그분 약력 간단히. http://bit.ly/RT3npK

 

그거 말고 강철의 연금술사나 스타워즈도 좋아하셔서 많이 번역도 하고 소개도 하고... 그 때는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였기에 접하기도 어려웠고 언어의 장벽도 높았는데, 그 분이 일부를 번역해서 항상 "이렇게 재미있는 게 있어요!" 하고 떡밥을 휙휙 던졌고... 그렇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었었습니다.

 

사실 그 사람을, 이런 글 몇 줄로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걸 가진 분이었습니다.
제가 글 안 써진다고 징징댈 때 엉덩이도 걷어차주고 격려도 해주셨지요. 참 재주가 많은 분이었고 열정도 많았고,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글 막혀서 머리 쥐어 싸매고 있노라면 이런 건 어떠냐, 라고 조언을 주기도 하고 저보다 더 잘 시추에이션을 짜내기도 하고. 글 쓰는 사람에게 그렇게 돌려서 말 안 하고 직언을 해주고 지적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그게 아니더라도 만나서 이야기하면 즐거운 분이었고요.

 

아직 너무도 젊은 분인데... 일본 갔을 때 재워도 주고
제가 힘들어서 끙끙 댈 때 많이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조언도 해준 분인데.
신세 진 것의 100분의 1도 갚지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뭐가 급해서. 그렇게 혼자서 가버렸는지. 이건 좀 너무한 건 아닌지. 잔뜩 걱정시키고 가버리다니 너무 심해요. 이렇게 못된 분인지 미처 몰랐어요.

 

그 분이 너무 보고 싶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거니와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울고 기도하고 위로하고 또 울고... 가라앉지가 않아요. 정말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이렇게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거짓말이다, 농담이다, 착오가 있었다는 말을 간절히 기다리는데. 일본에 직접 가신 친구분이 천도제 이야길 꺼내는 걸 듣고 비로소 이게 거짓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면서도 또 안 믿기고.

 

아, 어째서.
저는 사람을 잃은 뒤에야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좋아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걸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물이 자꾸 나서...

 

울고 울어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이리 글을 씁니다.
하루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성당 가서 기도하다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말에 다시 와락 터져서.

이제 좀 가서 자려고요.
제가 이렇게 징징대고 있으면 그 분이 또 화내며 잔소리 할테니까.

슬픔이 가라앉으면 다시 글을 쓰렵니다. 일 많이 할 거여요. 잔뜩 적을래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비록 소형님을 잘 모르시더라도.
명복을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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