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애초에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

영화를 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 한 편을 강력하게 추천하고자 한다. 몇 일이 지났음에도 이 영화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으면 내 스스로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영화는 내일 오후 1시 30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마지막으로 상영되는 마누엘라 세라의 <사물의 움직임>(1985)이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의 한 편이기 때문이다. <사물의 움직임>은 다큐와 픽션의 경계에서 포르투갈 북부의 란헤세스 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주로 여성들)의 노동을 몇 일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별 이야기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작년에 추천했던 마르셀 아눙의 <단순한 이야기>와도 유사하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마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다큐로 보는 듯한 체험을 가능케한다. 일상의 리듬을 영화 속에 완벽에 가깝게 복원한 작가가 오즈라고 본다면 이 영화 속에는 그러한 일상의 리듬들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이 영화에는 수많은 움직임들이 나오는데 그 움직임들이 너무 아름답고 일상의 리듬을 탁월하게 구현해낸다. 그 리듬들이 모여서 이 영화를 한 편의 음악, 시, 그림처럼 만든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존재했으나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의 아름다움을 깨닫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 일상의 질서는 어느 순간 우주적인 원리로까지 확장되는 느낌마저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일종의 종교적인 감흥마저 선사한다. 이 영화는 노동하는 손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를 제외하고 손의 연쇄가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옥수수 축제 장면에서는 마치 존 포드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동체를 실제로 보는 것 같은 감동이 있다. 이 영화에서 시종일관 맨 얼굴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왜 이리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인지에 대해 논리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영화의 말미에 가면 우리는 이 아름다운 삶의 풍경들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감독의 근심과 슬픔을 전달받게 된다. 

<사물의 움직임>은 여성 감독이 만든 진귀한 작품인 만큼 국내에서 열리는 여성영화제들에서 상영되어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누엘라 세라의 말에 따르면 여성에게 불리한 포르투갈 영화 시스템 안에서 1985년에 완성되었으나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 파울루 로샤, 몇몇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개봉하지 못한 채 30년 이상 빛을 보지 못한 불운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마누엘라 세라는 이런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로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이것은 세계영화사의 비극이고 어느 정도의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근원적인 비극이 아닐까 싶다. 올해 연말 결산때 베스트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영화라서 <사물의 움직임>을 추천드린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스크린으로 만나기는 정말 힘든 작품이다.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긴다면 내일 극장으로 가보시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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