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 촛불시위!

2024.01.01 12:18

Sonny 조회 수:272

20231230-164920.jpg


원래 어제 올렸어야 하는 글인데 하루 지나고 올리게 되네요. 그동안 늘 참여하고 싶었지만 주말마다 놀거나 쉬느라 못나가서 아쉬웠던 촛불시위를 오랜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집회 전체를 참여하는 건 좀 무리같아서 행진만 하고 오고 오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좀 잘못 알아서 행진 시작 뒤에 집회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시위대를 쫓아가서 행진에 간신히 합류했습니다. 오후 3시부터 집회를 하면 한 4시쯤에는 현장에 도착해야 행진을 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분들의 나이가 제 또래들보다 좀 많아서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괜히 한국인 특유의 "순수일반시민"의 자기검열도 하게 됐달까요.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이라고 일반 시민인 것은 아닐텐데, 이른바 "꿘"과 자신을 분명히 경계짓고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괜히 탈색시켜보려는 그런 생각말이죠. 한 10분쯤 걸으면서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치다보니까 그런 의식이 금새 사라졌습니다.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도 또 생각이 나고 그랬네요.


시위를 하면서 무력감을 좀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신문 기사를 링크하거나 댓글로 대통령 및 여당을 욕하는 것에 정말 회의를 많이 느꼈거든요. 제 블로그에 윤석열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하루에도 몇개씩 올리곤 했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에 조잘대는 건 정작 비판의 대상자에게 어떤 부담도 안겨주지 못하겠죠. 조금 더 실질적이고 유물론적인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 몸을 직접 이끌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실제로 모여서, 육성으로 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경험은 꽤나 후련했습니다. 


현장을 걸으면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120 bpm]을 떠올렸습니다. 주인공 캐릭터들이 정치적 시위에 어색하게, 때론 격렬하게 참여하는 이미지를 가장 강렬하게 새겨준 영화라 그런 것 같아요. 되짚어보니 다 프랑스영화입니다. 격하게 논쟁하고 때론 과격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 그런 정신을 제가 좋아해서 그런 거겠죠. 한국의 역사에도 이런 민주시위가 없었던 건 아닌데 한국영화가 그리는 시위들은 어째 수동적이고 피해자의 이미지가 더 강합니다. 군부독재정부가 시위를 진압하거나 참여자들을 괴롭히면, 그 폭력에 피투성이 시체가 되거나 피학적인 공감만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제 한국영화계는 한국의 민주시위 영화를 조금 더 젊고 시민의 시선에서 그릴 필요가 있진 않나 생각해봅니다. 양복입은 중장년 남성들끼리의 느와르 권력 암투나 무협지 스타일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요.


새해에도 조건만 되면 부지런히 촛불시위에 나가야겠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부모님을 따라 시위에 같이 나왔는데 귀여웠습니다.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후세대 시민으로 열심히 누려야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20
125191 잡담들 [5] 메피스토 2010.06.24 2197
125190 맨발의 꿈 봤어요. 괜찮아요. [3] 수수께끼 2010.06.24 2423
125189 [도움요청] '우상의 눈물'과 연결 가능한 영화 [5] 옥수수가 모르잖아 2010.06.24 2158
125188 (펌)문수스님의 소신공양과 수경스님의 잠적 -이상돈 교수 [1] 8월 2010.06.24 2563
125187 A도 괜찮고 B도 괜찮지만 A+B는 좀 [14] art 2010.06.24 3979
125186 다시 본 나이지리아전 [6] 디나 2010.06.24 3043
125185 행복하게 사는 게 예방되는 거 같아요 therefore 2010.06.24 2101
125184 모리 히로시의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2] catgotmy 2010.06.24 2897
125183 과식의 생활화. 많이 먹으면 의외로 좋습니다. [10] 愚公 2010.06.24 5207
125182 [MV] 김윤아 - Going Home [3] 서리* 2010.06.24 3270
125181 아이유 Boo(?) (자동재생) [8] Aem 2010.06.24 3769
125180 덴마크 마을.JPG [21] magnolia 2010.06.24 6770
125179 Up In The Air,... 을 본 뒤 후유증이 아프네요. (강력한 스포 있어요) [7] soboo 2010.06.24 2979
125178 마크 왈버그 + 윌 패럴 The Other Guy [2] Death By Chocolate 2010.06.24 2722
125177 소크라테스가 다른 남자의 급소를 더듬은 역사적인 기록.. [5] S.S.S. 2010.06.24 4939
125176 으으읍 이 영화 당장 보고 싶어요 (틸다 스윈튼 나옵니다!) [7] Q 2010.06.24 3667
125175 아래 soboo님 글보고 별 연관성은 없지만... [4] 동글 2010.06.24 2645
125174 월드컵 공식주제곡을 밀어낸 코카콜라 캠페인송, Waving Flag [9] agota 2010.06.24 4012
125173 16강 진출국 반응이라네요. [7] 푸른새벽 2010.06.24 5362
125172 러브크래프트 괴물중 쇼고스 Shoggoth [5] Q 2010.06.24 53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