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1 11:57
보고 난 다음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오한이 가라앉고 나는 말했습니다. "그 정도면 상당한 해피엔딩 아닐까?"
여자친구가 말했습니다. "언니에겐 해피엔딩일 거라고는 생각했어."
"일단 니나에게 해피엔딩이고, 관객들에게도, 그리고 발레에게도 해피엔딩이잖아.." 라고 나는 말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제가 발레리나라면, 그 이상의 행복한 결말은 생각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완벽한 춤을 추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환한 무대에서 죽는 결말이라니, 그건 거의 꿈과 같은 결말 아닐까요.
물론 거기까지 가는 중에 정신이 바스러지긴 했지만,
정신이 바스러진 댓가로 그런 무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니나가 바란 것일 테고
자신이 갈구하던 것을 손에 쥐고 그 절정에서 끝낼 수 있다면,
와.
+ 니나의 모델은 Gelsey Kirkland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떤 언급도 읽지 못했습니다.
저는 발레에도 대해서도 Gelsey Kirkland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다만 강박신경증으로 '백조의 호수'를 단 한 번만 공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씨네21에서 김지영은 니나가 니진스키처럼 정신병원으로 가지않았겠냐,고 말했지만
그건 너무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니나가 살아남는다면,
전과 다른 멋진 댄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러길 바랍니다.
숨을 거두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결말 역시 축복이지만요.
+ 이건 다른 이야기.
에이프만 발레단의 붉은 지젤이 삼 년 전 한국에서 공연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요즈음 가장 보고 싶은 무대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국에서 볼 일은 거의 없겠지요.
언젠가 제가 러시아에서 보게 되겠지요 :)
'붉은 지젤'의 모델 올가 스페치브체바도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으로 갔다고 하는데
발레의 세계에 그런 일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제가 알고 있는 적은 폭의 지식 안에서 그런 일이 자주 보인 것 뿐인가요..?
이런 질문이 혹 무례한 것이 아닐까 조금 저어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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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8:52
2011.03.01 20:29
했어요. 어느 만화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발레 만화였어요. 주인공이 그야말로 완벽에 완벽을 다한 공연을 끝내고 더 이상 이렇게는
추지 못할거라고 좌절해버린 순간, 코치인지, 단장인지, 하여간 그 비스무리한 사람이 이렇게 말해요.
넌 앞으로 계속 추게 될거야. 어느 때는 이 것보다 못추게 될테지. 어느 순간에는 오늘 춘 어떤 부분이 훨씬 더 잘추어질지도 몰라.
네가 사는 삶은 그래.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니나도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느날은 불완전하기도 했다가 어느날은 어떤 부분은 훨씬 뛰어나게 추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