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에 시작해서 2015년에 끝난 영국 시트콤입니다. 시즌은 3개이고 에피소드는 각각 6개씩. 편당 25분 언저리구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피소드 두 개를 더해서 완결됐어요. 스포일러랄 게 없는 작품이지만 미란다 연애지사의 결말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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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가디언의 코멘트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기둥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일상 시트콤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이자 거의 모든 것인 우리의 미란다님에 대해 대충 설명해 보자면... 나이 30대 중반, 키 185에 빈말로라도 날씬하다고는 못할 몸매. 유치한 장난을 좋아하는데 장난 충동이 들 때마다 그걸 절대로 참지 못하는 성격 장애(?)에다가 비자발적 싱글이에요. 

 당연히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이 상황을 부모가 차려준 선물 가게로 먹고 사는 걸로 극복하고 있구요. 당연히 정상적인 가게 운영 따위 절대 불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과 대조적으로 아주 자그마한 체구의 유일한 일생 절친 '스티비'가 가게 운영을 도맡고 있어요. 그리고 미란다 본인급으로 장난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딸래미를 결혼시키는 게 일생의 목표인 막무가내 엄마, 미란다와 상극으로 허영 쩔고 속물적인 캐릭터인데도 왠지 모르게 미란다 곁을 계속해서 맴도는 친구 아닌 친구 '틸리', 그리고 잘 생기고 유능하고 모자랄 게 없어 보이는데 역시 영문을 알 수 없게 미란다에게 호감을 갖고 그 곁을 맴도는 대학 동창 '게리'... 등과 함께 특별한 맥락 없이 매일 같이 지지고 볶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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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185의 위엄!!! ㅋㅋㅋ 실제로 극중에서도 미란다보다 키 큰 인물은 게리 한 명 뿐입니다. 탐 엘리스 키는 190이 넘더라구요.)


 - 일단 장르가 시트콤입니다. 그리고 아주 전통적인 시트콤이에요. 별다른 기둥 줄거리 같은 것 없이 매 에피소드마다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상황들로 웃기구요. 현실성 따위 아예 신경 끄고, 개연성 있게 사태 수습할 걱정 따위 고이 접어 날려 버리고 매번 그냥 이야기가 뻗는대로, 캐릭터가 흐르는대로 막 나갑니다. 그리고 오직 '웃겨주겠다!'라는 목표 하나에만 진심으로 달려요. 멀쩡하게 상황의 아이러니를 통해 웃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치한 몸개그, 썰렁한 말장난이 런닝 타임 내내 쉬지 않고 이어지구요. 에피소드마다 무슨 특별한 메시지 같은 게 있지도 않아요. 그냥 웃기자! 웃어라!! 웃기지!!! 로 일관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참... 웃겨요. ㅋㅋㅋㅋ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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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저 엄마 캐릭터는 미란다 하트 본인의 삶에서 가져온 게 분명한 것 같아요. 상류층 사교 생활 얘기가 계속 나오거든요.)


 - 다 보고 나서 이 배우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대충 찾아보니 귀족 집안 분이셨군요. 엄(...) 하지만 다행히도(?) 삶이 그렇게 순탄하진 않으셨구요.
 꿈은 오래 전부터 코미디언이었는데 집안과 주변 환경 분위기상 그걸 감추고 살며 멀쩡한 학교, 학과도 졸업하고 그리 살다가, 이러다 우울증 와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겠다 싶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냅다 질렀다고 하구요. 이 시트콤의 구상과 각본도 대부분 본인이 짜낸 거라고 합니다. 하긴 그럴 것 같아요. 남다른 체구와 특별히 예쁘다고 하긴 어려운 외모의 조합에 대해 내내 자학 개그를 하는데 그게 남이 써 준 이야기면 좀 그렇지 않겠습니... (쿨럭;)

 이런저런 인터뷰나 실제로 진행해 온 사회 활동들, 그리고 자서전격으로 출간된 책에 담긴 작가의 이야기들을 대충 검색해서 찾아보니 뭐랄까. 참 솔직하고 용기 있는, 그리고 따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주인공에게서 묻어 나오는 것 같은 느낌. 아 느낌이 왜 이리 많나요. 그야말로 느낌적인 느낌이 난무하는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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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가까이 하기 힘든 캐릭터인 미란다를 든든히 받쳐주는 친구 스티비. 근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분도 꽤 괴상하구요. ㅋㅋ)


 - 이 미란다라는 캐릭터는 사실 어딜 가도 환영받기 어려운 캐릭터에요. 딱 잘라 말해서 그냥 진상입니다. ㅋㅋㅋ
 게다가 이 시트콤이 주인공을 그다지 미화하지 않아요. 주인공의 식탐 쩔고 자제력 없고 잘생긴 남자만 보면 환장하고 심지어 대부분의 상황에서 멍청하고 이기적으로 구는 모습을 통해 웃기는 게 이 시트콤 웃음의 최소 절반인 걸요. 시트콤 신의 가호를 받아 대충대충 넘어가긴 하지만 진짜로 무례하고 못된 짓도 자주 하구요.
 그런데 그게 의외로 금방 납득이 되고 정이 듭니다. 아마도 미란다 하트 본인이 본인의 피와 살을 갈아 넣어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황당무계한 짓만 저지르며 유치하게 웃기는 캐릭터이지만 그게 사실 현실의 한 인간의 경험과 그런 경험들 속에서 그 양반이 평생 해 온 상상들을 엮어서 만든 캐릭터이다 보니 묘하게 설득력이 생기고 이입도 되는 거죠. 보다보면 그 후안무치함과 한심함에도 불구하고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고, 자꾸만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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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탐 엘리스님도 귀엽습니다. 라아~브리~)

 
 - 그리고 제가 계속 극렬하게 디스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란다라는 캐릭터에게는 분명히 좋은 점이 있어요. 
 일단 정말로 악의가 없어요. ㅋㅋ 미란다의 진상짓을 거의 대부분 자기 인생 좀 어떻게 수습하고 발전시켜 보겠다고 머리 굴리다가 벌어지는 일들이니 핑계도 되구요.
 또 (대부분 본인이 자초하긴 해도) 수많은 망신살과 폭망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방 회복하고 다시 일어나서 껄껄 웃으며 삽질을... (쿨럭;)
 또 이게 생각해보면 엄청난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정상적으로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면 꿈도 꾸지 않을 어린애 같은 행동들을 당당하게 마구 저지르는 것도 그렇고. 또 이러네 저러네 해도 결국 자신의 그 과한 괴상함을 다 받아주는 절친이 하나 있고. 또 영문을 알 수 없게 자길 사랑해주는 훈남도 하나 곁을 맴돌고 말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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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분 반가웠어요. 도미닉 콜먼. 은근 여기저기 되게 자주 얼굴 비추는 분인데 여기서 너무 웃기고 귀엽게 나오셨네요.)


 - 아니 이게 적다 보니 영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횡설수설을 하고 있네요. 원래 이렇게 길게 쓸 생각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또 급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제가 위에 적어 놓은 횡설수설 다 신경 안 쓰셔도 되구요. 그냥 영국식으로 적당히 독하고 못된 유머가 많이 나오는, 그리고 웃기려고 작정하고 몸부림치는 시트콤입니다.
 그런데 캐릭터들도 귀엽고 이야기도 잘 짜여져서 그게 진짜로 웃겨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웃을 수 있습니다. 이게 핵심이구요.
 거기에 이제 사회에 적응 못 하는 애어른, 외모 때문에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타의적 싱글, 그냥 인생 재밌게 살고 싶은 어른들... 등등의 서사가 얹히며 은근히 다양한 측면에서 이입하고 대리만족하게 해줘요.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 중에 맘에 드는 걸 찾기가 힘들고, 본인 인생도 피곤하고. 뭐 이렇게 모든 게 피곤하고 지칠 때 즐거운 현실 도피용으로 꽤 좋은 시트콤이었습니다. 왓챠나 시즌 쓰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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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긴단 말입니다!!!!)


 + 아. 사실 살짝 아쉬움이 하나 있었습니다. 
 뭐냐면 막판에 러브 라인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좀 덜 웃겨져요. 그리고 이 시트콤의 러브라인이란 게 애시당초 그렇게 단단한 베이스를 갖추고 전개된 게 아니다 보니 별 이입도 안 되는 것 땜에 이야기가 우중충해진단 생각이 들어서 살짝 별로였네요.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 분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안 된다는 거? 3시즌 마지막화 한 편 정도 + 스페셜 두 편에서 몰아서 달리고 끝납니다.


 ++ 시즌에도 있고 왓챠에도 있는데요. 왓챠에는 매우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야기가 완결되는 스페셜 두 편이 없어요. 그리고 시즌에는 그것까지 전부 다 있는데, 왓챠보다 화질이 구리고 자막도 좀 별로입니다. 왜들 이러는지. ㅋㅋㅋ 특히 시즌에 올라와 있는 첫 시즌은 아예 고해상도 옵션이 없어요. 비디오 테잎 가져다가 디지털로 옮긴 듯한 시대 착오적 화면을 봐야 한다는 거. 다행히도 시즌 2, 3은 고해상도 옵션이 있어서 좀 낫고 스페셜 두 편은 말끔합니다.


 +++ 다들 아시다시피 여기 나오는 훈남 게리군은 미국으로 건너가 루시퍼 모닝스타님이 되시죠. '러블리~' 라는 루시퍼의 시그니쳐 대사가 이 드라마에도 종종 나와서 나올 때마다 웃었습니다. ㅋㅋ 시기상으로 보면 '미란다'가 완전히 끝난 후에 '루시퍼'를 시작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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