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4 21:23
이번 영화가 극장에서 보는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 중 세번쩨 작품인데, 오늘도 보다가 졸았습니다. 이 감독은 정말 저랑 안맞는 것인지... 아니면 볼 때마다 컨디션이 안좋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보다보면 꼭 수마가 덮칩니다.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로 나오니까 아까워 죽겠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본 영화들은 하나같이 명작이란 평을 받아요. 이러다가 힙스터 씨네필님들 사이에서 소외당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읍니다 (...) 영화에 대해서는 thoma님이 올려주신 평이 있으니 다들 참고하시면 될 것 같네요. 1부랑 2부는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제일 알짜배기라는 3부를 보다가 그만 기절쓰.
오늘 정성일 평론가의 톡을 듣고 왔는데 무려 3시간 30분이었습니다. 1부와 2부는 건너뛰고 3부 작품만 이모저모 뜯어보는데 무려 3시간 30분을 논스톱으로 해설을 했습니다. 졸다가 몇부분을 놓치기도 한 영화라서 쫓아가기 더 힘들었는데, 이번 해설에는 아죽 작심을 하고 샷 바이 샷으로 뜯어서 해설을 해버리니... 얼마나 열정이 폭발했냐면 관객 두 사람을 세워놓고 '이 분을 캐릭터 a라고 하고, 이 분을 캐릭터 b라고 합시다!' 라면서 영화의 씬을 직접 재구성해서 시연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무려 "나무막대" 역할도 따로 섭외를 해서 세워놓고 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ㅋㅋㅋㅋ 평론가님이 정말 예의바르게 물어보시더라구요. "나무 막대 역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영화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ㅋㅋㅋㅋㅋ 그 분은 얼매나 당황스러웠을지
이 영화는 정말 걸작이라면서 영화의 시네마적인 의미를 설명해주시는데 전 갈 수록 멀게만 느껴지더라구요.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를 볼 때마다 왜째서 저는 이렇게 위대함을 모르겠으며, 왜 어떤 영화들은 이렇게 대사나 상황이 아닌 영화적 문법마저도 파악을 하고 있어야하는 것인지 ㅋ 그렇지만 세상에 숨겨져있는 위대함을 그저 지나치기에는 아까우니 즐거운 배움의 고통을 또 견뎌야지요 ㅋ 사실 저도 보면서 이 영화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는건가 했는데 이런 샷바이샷을 모르면 와닿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좀 하긴 했습니다 ㅠ 하마구치 류스케는 너무 영화천재인가 봅니다 크흐흑
2022.05.14 21:28
2022.05.15 13:31
2022.05.14 22:11
(스포일러) 저도 오늘 명동에서 우연과 상상 봤었는데요. 1부에서 택시에 대화부분을 보면서 이정도의 식상한 얘기를 하려는건가 싶어 실망하려는 참에 여주가 택시를 돌리는 장면에서 자리를 고쳐앉게 만들면서 남자를 찾아간 장면에 이르러서는 '하마구치 센세 제가 편견을 가지고 영화를 봐서 죄송합니다'라고 외치게 만들기도 했구요. 셋의 대화장면에선 여주의 진심과 용기를 보여주는 모습에 잠깐 속을뻔?하기도 했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으로 첫 장면에 이은 전체 내용과 연결시키면서 1편을 잘 마무리한 것 같구요. 그 외에도 뻔하다고 느낄만해질 때마다 뒤통수를 치면서 그 장면들을 특별하게 만들어내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통과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방식이나 감정을 너무 이성적으로 영화 교재처럼 다룬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저의 취향과 좀 다른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영화가 나올 때마다 기대되면서 재능이나 열정은 너무 부러워지는 감독이네요. 어렵게 감정만 쫓아가면서 영화보고 나왔는데 정성일평론가님 해설 들으니 제생각보다 좋은 영화였고 영화적 재능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좋은 영화보고 좋은 해설 들으니 여운이 오래 남네요.
2022.05.15 13:47
2022.05.15 21:47
(스포일러) 이제사 생각해보니 첫장면부터 낯설게 찍으면서 택시장면을 작정하고 재미없게 만든것 같아서요. 괜히 억울하게 당한 기분이라 아무래도 궁금해서 다시봐야겠습니다ㅋ 정성일평론가님은 이제 어나더레벨에 가신것 같아서 참.. 어제 컷분석도 거의 빈틈이 없었던것 같고 매번 생각못해본 문제들로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시네요ㅠ
2022.05.14 22:22
급히 댓글 쓰려고 들어왔어요.
제가 쓴 글들은 대부분 꽂힌 부분 위주로 조금 확장시키는 식으로, 다시말해 개인적인 인상이라 영화 전체의 면모가 전달 안 됩니다. 제대로 참고가 되지 못 합니다. (읽으셨다면 부실한 글임을 아시겠지만요.)
3부의 어디에 '나무막대'가 출연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요? 정성일 씨가 과장해서 재미를 주려는 것이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영화도 그렇고 문학도 그런데 평론가들의 작품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나 나아가 찬양의 글에 호들갑스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물론 감탄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아는 거 많으니까 많이 보이는 건 당연하지만 뭔가 분석을 위한 분석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자기 일이니 그 업계에 있으면서 할 말이 생기는 작품이 나타나면 더욱 말을 많이 부여하여 부가가치를 만들고 싶은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작품 감상에 부담을 느끼고 싶진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생각은 쏘니 님의 위 글과 관련해서, 아마 영화로 국한하고 정성일 평론가로 국한했을 때 예전에 잡지 키노에서 본 정 평론가의 글에 감흥을 못 느낀 이유도 한 몫 하는 거 같습니다.(오래 전인데 글이 너무 어렵고 자아도취적이었다는 희미한 기억이 있어요.) 조금 함부로 얘기하는 걸지도...제가 영화 문외한이라 그런 것 같아요. 김혜리 기자나 듀나 님의 리뷰는 즐겁게 읽곤 합니다만.
2022.05.15 13:50
2022.05.15 00:58
정성일은 평론 칼럼도 읽다가 지치는데 저렇게 길게 썰로 직접 푸는 자리에 참석하시는 분들도 참 대단하십니다.
너무 과도하게 작품의 상징, 기호를 읽어내려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은 부분에서 이해가 안되거나 공감이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저정도 레벨이면 정말 본인이 평생 영화를 사랑하고 그만큼 열정을 다해서 깊게 즐긴다는 생각도 들어요. 리스펙트 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05.15 13:55
2022.05.15 10:06
어떤 영화가 됐든 평론가들의 분석 가운데 많은 부분(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 ㅋㅋ)은 만든 사람도 몰랐던 평론가의 창작일 거라고 굳게 믿고 산지 어언 수십년입니다만. 그런 빡세고 집요한 분석 또한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고, 또 덕택에 텍스트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활동이니까요.
저도 - 아직 하나 밖에 안 봤지만 - 그렇게 하마구치 류스케 양반 스타일의 관객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이 영화는 한 번 보긴 하려구요. 고작(?) 두 시간이니까!! ㅋㅋ
2022.05.15 12:12
고작 1시간59분 밖에 안되는 아사코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하마구치 류스케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게 이 작품 때문이기도 한데(두 주연배우의 실제 불륜 때문에 안좋은 의미로 더 화제가 되기도....)
요것도 도전해보셔도 될 것 같아요. 감독 본인 말에 의하면 자기 나름대로 도전한 "상업"영화라고 합니다 ㅋ
2022.05.15 14:08
2022.05.15 13:21
평론가들의 작품에 대한 사랑과 공부를 레디버드 님과 로이배티 님 말씀처럼 저도 리스펙트합니다. 위에 댓글이 정 평론가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불쾌감을 드린 건 아닌가 싶네요. 작품을 가까이 느끼게 하기 보다는 멀게 느껴지게 했던 부정적 경험만 떠올리며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제 공부 부족은 생각 안 하고 떠 먹여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잘 모르면 용감하다고 다시 보니 댓글이 좀 그렇습니다. 짧은 글에도 사람의 모남이 이렇게 잘 드러나다니.
2022.05.15 14:10
2022.05.15 15:48
아, 저는 전혀 그런 거 아니었는데요. ㅋㅋ 그냥 세 시간이 넘는 열정적 분석 이야기를 보고 떠올린 생각을 아무 생각 없이 적은 거였어요. 하하.
한 때는 영화팬이라면 그런 빡센 분석과 해석을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시절도 있었고, 그래서 듀나님 리뷰 같은 건 리뷰 취급도 안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고. 또 그 반대편에는 평론가들 다 헛소리쟁이라며 인기 유튜버 영화 해설만 보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헤헤거리며 아무 영화나 보며 살 뿐이고... ㅋㅋㅋ 뭐 그렇게 각자 방식대로 즐기면 되는 거죠.
2022.05.15 15:52
전혀 불쾌한 건 아니었습니다. 딱히 정 평론가 좋아하지도 않구요 ㅋㅋㅋ 저도 개인적으로 김혜리 기자님 영화관련 글을 제일 좋아합니다. 필름클럽 매회 애청중이구요.
요즘 영화 입장권 비싸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