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서 몇몇 분들의 후기를 읽고 시험삼아 1편을 보았는데 숨도 못 쉬고 2편까지 달렸네요. 디테일에 대해 미리 써주신 분들이 계셔서 예습하고 보는 기분으로 더 꼼꼼히 볼 수 있었고요. 밀회 공식홈페이지에 올리려고 후기를 간단히 써봤는데 공홈 로그인도 안되고; 듀게에 올려보아요.. 암튼 밀회 보고 나니 한 15회 정도까지 데이터 아껴가며 꾸역꾸역 보고 있던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 도저히 손이 가지 않네요. 그 시간과 데이터면 밀회를 다시 보겠어요. 김수현 작가님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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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비록 최근 한국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주제, 연기, 영상, 연출 모든 면에서 영화를 능가하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드라마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본 순간 다른 모든 드라마들이 시시하게 느껴져 버렸습니다. 

대사 하나, 연기 톤 하나, 초강력 디테일까지 신경 안 쓴 구석이 없을 정도로 제작진의 손길이 느껴져서 감탄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두 사람의 격렬한 피아노 연주 씬의 섬세함에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음악도 너무 아름다워서 어떤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드라마 보다도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 몇가지만 눈에 거슬리는 점만 꼽자면 
- 역시 가난하고 정식으로 못배운 초야의 천재에 대한 너무나 틀에 박힌 해석이랄까. 이 부분은 극 중후반으로 가면서 유아인 캐럭터가 좀 더 생명력을 갖고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고요. 
- 손이 생명인 연주자가 생명을 걸고 언제 다칠지 모를 퀵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 저같음 다른 일을 구했을 텐데 싶은데, 사실 손을 사용하지 않는 노동직이 드물긴 하네요. 
- 혼자서 연주법을 익히는 것은 가능하겠다. 그러나, 그렇듯 진지한 음악에 대한 태도까지 독학이 가능한가? 의문이 듭니다. 이미 이렇게 거의 완결된 존재에게 도대체 스승의 존재란 무엇일까 싶기도 하고요.   
- 김희애 남편 역의 교수의 찌질함이 좀 과장돼 있다는 것. 많이 배우고 있는 집안에서 자란 음악가인 사람인데. 제자 욕심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든지, 학장 찾아가서 말도 안되게 징징거린다던지, 특히 쥐 무서워 피하는 장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주인공 둘 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억지 장치같은 느낌. 물론 동창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거의 공인 찌질이로 표현되고 있긴 하지만요.  
- 김희애 실장의 비서로 나온 분이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 씨 언니로 나왔던 분 맞죠? 그 배우분은 매력있는데 전작 때문에 역할 관계가 좀 어색해요. 
- 선재가 정치싸움에 어느 정도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겠지만 결국엔 그를 지켜 주시겠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장면들은.. 너무 많지만  

- 김희애 포함 동창 친구 셋이 밥 먹으면서 결혼생활에 대해 수다 떠는 장면. 너무나 사실적이면서 흥미롭고, 이들 사이의 관계와 역사, 각 부부들의 관계에 대해 순식간에 정보를 주는 대사들이 놀라웠습니다. 
- 미용실에서 김희애가 대강 인사하는 다미양에게 '안녕, 다미씨'하고 이름을 기억해 주자 다미양이 뒤 돌아서 '안녕하세요!' 하고 허리 숙여 인사하던 장면 
- 다미양이 '아줌마, 나 내일 쉬는데. 빠마 해줄까' 세 사람이 거의 가족같은 관계라는 걸 대사 하나로 보여줬어요. 
- 김희애 남편이 라이벌 교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다 막상 제자/교수를 만나서는 진심인듯 격려해주는 장면. 너무 리얼해요.  
- (말씀하신) 연주를 마치고 돌아온 유아인이 엄마와 다미를 꼭 안아주던 장면.
조교가 잔뜩 얼어서 "어, 내 책상 위에 교수님, 넥타이, 응" 하고 통화하는 장면. 강 교수가 조교를 험하게 다루는 장면들은 거의 홍상수 영화 같아요. 
- 화장실에서 숨어있던 선재가 핸드폰 찾은 후 엉거주춤 조끼 돌려입고 잊지 않고 변기 레버 내리고 나오던 장면.. 

하여간 장면 하나하나가 다 좋습니다. 심지어 교수들이 입시 부정 공모하던 식당 씬 마저도, 열심히 취재하시고 충분히 고민하셔서 만들어낸 작품 같았어요. 필름으로 찍고 후반작업도 공을 들이셨는지 화면 자체도 때깔이 예쁘고요.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김창완 아저씨는 이제 노련하고 적당히 더럽혀진 국장/학장 연기의 달인이 되신 듯.  

이 드라마에서 40대 여성의 사랑이란 음악에 대한 사랑이란 메인 주제의 서브 주제라고 생각되는데요, 시청률 때문에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고, 어련히 잘 요리하시리라 생각되지만 그 부분이 너무 부각되서 필요 이상의 공격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미 두 사람은 베드씬까지 나온 셈이잖아요 ㅎ 

하여간 Jtbc라는 거 하나 빼곤 정말 최고.. 3회를 열심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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