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영화관람할 때 항상 신경 썼던 것 중의 하나가 '애들이 들어올까 안 들어올까 들어온다면 얼마나 들어올까'였던 이유는, 애가 하나라도 들어오면 상당히... 관람에... 방해를 받아서입니다. (경험상) (경험은 주관적인 겁니다) (우리 애는 착한데! 조용한데! 라면, 다시 한 번 경험상... 임을 강조합니다)


바깥에 나와서 산 지 어언 10여년. 영화는 여전히 열심히 보러 다녔고, 어느 날 극장에 들어갔더니 애들이 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무려 갓난아이도 있었습니다! 백일 동안 부정 탄다고 밖으로 애를 안 데리고 나오는 한국과 달리 태어난 지 사흘 된 애도 아무렇지 않게 데리고 나옵니다! 덕분에 그야말로 '핏덩이'를 그야말로 '자주' 보고 있습니다! 주변 한국친구들은 '애가 어려서 영화 좋아하는데도 극장 가본 지가 몇년 째인지 기억도 안 나네'라는데, 유모차 끌고 극장에 오는 현지인들 많습니다!


참 특이한 게, 극장 반을 열살 이하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어도 단 한 번도 관람에 지장 받은 적 없습니다.

아니다; 십년 동안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제 뒤에 앉아있던 다섯 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애였는데, 어찌나 좌석을 차대는지. 조용한 대신 계속해서 좌석을 차댔고, 하필 그 짧은 다리가 제 머리가 닿는 부분이었던지라 10초에 한 번씩 머리가 툭, 툭, 좌석에서 튈 정도... 라고 하면 과장이고 -_- 여튼, 툭, 할 때마다 뒤를 째려봐줬더니 아이 옆에 앉아있던 아버지가 아이에게 눈물로 읍소하더군요. '그만 차라 아들아 한 번만 더 찼다간 니 앞의 젠틀맨이 날 죽일 거다 넌 니 아빠가 죽길 원하니 ㅠ_ㅠ'라고. 옆길로 새자면, 상대적으로 물렁한 아빠들과 달리 엄마들이 애들 야단칠 때는 정말 쥐잡듯이 잡더군요. 그야말로 눈물 쏙 빠지게 야단치는데, 물론 체벌은 없습니다. 닦아세우는 기술이 그만큼 발달... -_-;; 그렇게 닦아세워놓고 "자아 엄마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니가 충분히 니 잘못을 숙지하고 반성했으면 엄마에게 키스하렴"이라고 말하고 아이는 울면서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사랑해요'라며 포풍키스;; 그런 엄마들의 카리스마에 비해 아빠들은 확실히 약해요... -_-


여튼, 삼천포로 샌 얘기를 다시 바로 잡아서.

엘사 누님을 만나러 Frozen을 보러갔습니다. 아, 시간대를 잘못 잡아서 이건 9/10이 아이들입니다 ㅠ_ㅠ

아무리 이제껏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지만, 이 압도적인 숫자를 보건대 어느 정도 방해... 는 있겠지 했건만.

와아. 이제껏 영화보며 이토록 쥐죽었던 극장은 처음입니다;;


이쯤까지 오면, 궁금해집니다.

과연 '애들이 다 그렇지'란 말은 통용 가능한가?

왜 어느 국가에선 그토록 조용하고 말 잘듣는 애들이, 어느 국가에선 통제가 불가한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통제 불가능했던 국가는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합니다;)


애들이 뭘 알겠어, 애들은 원래 그래, 애들은 그러면서 크는 거야 라는 말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애 없는 사람이 하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_-



....................새해복, 다시 한 번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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