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31 22:09
한국에서 영화관람할 때 항상 신경 썼던 것 중의 하나가 '애들이 들어올까 안 들어올까 들어온다면 얼마나 들어올까'였던 이유는, 애가 하나라도 들어오면 상당히... 관람에... 방해를 받아서입니다. (경험상) (경험은 주관적인 겁니다) (우리 애는 착한데! 조용한데! 라면, 다시 한 번 경험상... 임을 강조합니다)
바깥에 나와서 산 지 어언 10여년. 영화는 여전히 열심히 보러 다녔고, 어느 날 극장에 들어갔더니 애들이 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무려 갓난아이도 있었습니다! 백일 동안 부정 탄다고 밖으로 애를 안 데리고 나오는 한국과 달리 태어난 지 사흘 된 애도 아무렇지 않게 데리고 나옵니다! 덕분에 그야말로 '핏덩이'를 그야말로 '자주' 보고 있습니다! 주변 한국친구들은 '애가 어려서 영화 좋아하는데도 극장 가본 지가 몇년 째인지 기억도 안 나네'라는데, 유모차 끌고 극장에 오는 현지인들 많습니다!
참 특이한 게, 극장 반을 열살 이하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어도 단 한 번도 관람에 지장 받은 적 없습니다.
아니다; 십년 동안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제 뒤에 앉아있던 다섯 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애였는데, 어찌나 좌석을 차대는지. 조용한 대신 계속해서 좌석을 차댔고, 하필 그 짧은 다리가 제 머리가 닿는 부분이었던지라 10초에 한 번씩 머리가 툭, 툭, 좌석에서 튈 정도... 라고 하면 과장이고 -_- 여튼, 툭, 할 때마다 뒤를 째려봐줬더니 아이 옆에 앉아있던 아버지가 아이에게 눈물로 읍소하더군요. '그만 차라 아들아 한 번만 더 찼다간 니 앞의 젠틀맨이 날 죽일 거다 넌 니 아빠가 죽길 원하니 ㅠ_ㅠ'라고. 옆길로 새자면, 상대적으로 물렁한 아빠들과 달리 엄마들이 애들 야단칠 때는 정말 쥐잡듯이 잡더군요. 그야말로 눈물 쏙 빠지게 야단치는데, 물론 체벌은 없습니다. 닦아세우는 기술이 그만큼 발달... -_-;; 그렇게 닦아세워놓고 "자아 엄마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니가 충분히 니 잘못을 숙지하고 반성했으면 엄마에게 키스하렴"이라고 말하고 아이는 울면서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사랑해요'라며 포풍키스;; 그런 엄마들의 카리스마에 비해 아빠들은 확실히 약해요... -_-
여튼, 삼천포로 샌 얘기를 다시 바로 잡아서.
엘사 누님을 만나러 Frozen을 보러갔습니다. 아, 시간대를 잘못 잡아서 이건 9/10이 아이들입니다 ㅠ_ㅠ
아무리 이제껏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지만, 이 압도적인 숫자를 보건대 어느 정도 방해... 는 있겠지 했건만.
와아. 이제껏 영화보며 이토록 쥐죽었던 극장은 처음입니다;;
이쯤까지 오면, 궁금해집니다.
과연 '애들이 다 그렇지'란 말은 통용 가능한가?
왜 어느 국가에선 그토록 조용하고 말 잘듣는 애들이, 어느 국가에선 통제가 불가한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통제 불가능했던 국가는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합니다;)
애들이 뭘 알겠어, 애들은 원래 그래, 애들은 그러면서 크는 거야 라는 말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애 없는 사람이 하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_-
....................새해복, 다시 한 번 많이 받으십시오;
2014.01.31 22:17
2014.02.08 18:11
못 믿음!
2014.01.31 22:18
아우! 쟤들 엄마의 스킬, 어디서 누가 번역을 잘못했네 했는데 진짜 그렇군요.
핏덩이도 데리고 극장에
2014.01.31 22:19
엑스파일에서 스컬리가 조카인지 누군지 생일파티를 보고 있다가 인간은 원래 야만적인 존재인데 그걸 억누르고 있을뿐이라고 하던게 기억나는군요
2014.01.31 22:21
20세기 초 배경 영화인데 독일 집에서 6-7살쯤 되었을까 식탁에서 팔이 일정 구간만 움직일 수 있게 끈으로 묶어서 교육시키면서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던 장면도 생각납니다. 어쨌든 아이는 손님 앞에서 풀코스 먹으며 음식 부스러기 하나 흘리지 않고 잘 먹더군요
2014.01.31 22:33
흐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로군요. 최소한 제가 봤던 '애를 쥐잡듯이 잡던 엄마들'은 다섯살짜리 애를 대상으로 논리적으로 따졌습니다만 (다섯살 눈높이에 맞춰 그렇게 따졌다는 점에서 저는 그 엄마들을 존경합니다. 무려 옆에서 듣고 있던 저마저 고개 끄덕끄덕 '그럼 안되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 예로 드신 독일아빠처럼 그렇게 육체적인 제제를 가하면서까지 애를 교육시켜야만 할까/말로도 교육이 가능한데 애를 일단 묶고 본 걸까/역시 (어떤) 애들은 강제적인 육체적 제재를 가해야만 말을 들어먹나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네요. 사실, 말 안 듣는 애들 있습니다. 그럼 그애들은 그냥 천성이 그런대로 내버려둬야 할까요 아님 인간의 존엄을 방해하는 '육체적인 제재'를 가해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만 할까요. 흐음.
2014.02.08 18:12
부작용 우려!
2014.01.31 22:34
외국 영화관이나 쇼핑몰에서 아이들이 조용해서 깜짝 놀랐던 경험 저도 있어요. 그리고 안전 차원에서도 아이와 부모가 잘 붙어 있어서 훨씬 좋아 보였구요. 아이는 원래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존재라지만, 그럴수록 부모가 붙들고 단도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특정 국가에서는 전자는 강조되고 후자는 무시되는 듯한 우려가.
2014.01.31 22:51
'애들은 원래 시끄러운 법이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들이 시끄럽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애들 관리하는 부모라는 작자들 행태를 볼 때면 아이 낳는 것도 면허증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2014.01.31 22:57
2014.01.31 23:07
저는 성인임에도 -_-; 취향이 아닌 영화에 억지로 끌려갔을 때 칭얼;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나오는 실소나 비웃음;은 제어가 안되더군요) 물론 '보고싶다!! (+_+)"는 강렬한 열망에 핏덩이(;)를 끌고 온 부모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말을 해서 통하는 세 살 넘는 아이를 그런 성인취향 영화에 데리고 온 부모는 최소 제가 참석했던 영화에는 없었으나 (물론 제가 사는 나라도 이상한 사람 비율 상당히 높기에 없을 거라곤 말씀 못드리나) 만약 부모가 자신의 취향을 우선하여 애를 데리고 왔을 경우, 애가 칭얼거리면 즉시 데리고 나갑니다. 이건 제 바로 앞줄에 앉아있던 애엄마가 애가 징징거리자 한 번 경고를 주고 두 번째에는 불문곡직 데리고 나갔기에 알 수 있었지요. 아이에게도 규칙을 지킬 걸 요구하거니와 부모도 주변에 방해가 갈 것다면 (훈육과정이 시끄러울 것 같으면) 데리고 나가 한적한 곳에서 행한 후 돌아옵니다. 덕분에 영화 내내 애가 칭얼거린 적은 없습니다. 칭얼거림이 10분을 넘길 경우 바로 애를 데리고 퇴장... 이었기에. (물론 같은 국가 같은 세대라 하더라도 개인적 경험이기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2014.01.31 23:00
2014.01.31 23:04
요즘 정말 신기한건데 아이패드 한 개면 4명의 6-10세 아이들을 몇 시간 동안 조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면요
2014.01.31 23:09
2014.01.31 23:14
음; 부모동반일 경우 애가 입장이 가능한 영화의 경우 바로 옆/뒤/앞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모두 조용했던 경험에 근거해 쓴 글입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무려 법적으로도 한 소리 가능하게 육체적인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지들 입맛에 맞아서 알아서'하는 조용한 얌전한 관람이라 보기에는 너무 많은 애들이, 상당한 오랜시간 조용히 얌전히 하는 관람이 아니라요. (다시 한 번 밝히자면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실은 저랑 같은 극장에 들었던 애들의 입을 부모가 틀어막았던가, 내용이 미친듯이 흥미로워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_-)
아, 그러고보니 제가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만 썼군요. 십대는 다릅니다 -_- 제가 사는 나라 십대는 깡패입니다 -_-;;
2014.01.31 23:22
댓글 내용이 튀길래 부연설명 -_-;하자면, '내용이 흥미로우니 애들이 조용했던 거겠지'라는 댓글에 대해(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면 죄송): 그렇다고 보기엔 내용이 참으로 다양했더랬습니다.
'지들 흥미롭지 않은 내용임에도 조용했다면 부모가 물리적 제재를 가했겠지(애 팔목을 끈으로 묶었던가)': 투명끈...이었을까요 -_-; 아님 집에서 입마개; 같은 걸로 시뮬레이션을 시켰던 걸까요;;
만약 그랬던 거라면 '왜 한국은 안 그래?'라고 했던 제 자신이 막 부끄러워집니다;;
2014.01.31 23:40
아; 한국에선 그랬군요;
그럼 Frozen은 나라를 불문하고 쥐를 죽게 만드는 영화... -_-
주변에 애들이 많아서 (관객의 반을 넘어도) 방해 받았던 적은 없었고, 오히려 성인들이 팝콘 뽀사먹으며; 소음 만들었기에 한국에서 '애=시끄러움'이었던 공식이 산산조각 났었다지요. 그나마 이제껏 애들이 반이 넘어도 조용헸던 건, 그만큼 나머지 반의 어른들이 통제를 해서라고 생각했는데 Frozen의 경우 그야말로 부모 둘이 애 여섯 일곱 여덟은 우습게;; 데리고 와서 애들이 2/3는 훌쩍 넘었길래 입장 때 살짝 기가 질렸다가, 이토록 조용했던 적은 처음이라... 한국도 그랬다니 영화 덕도 있었던 거군요!
2014.01.31 23:43
2014.01.31 23:40
출처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 뒤지고 있는데 역시 못 찾겠군요. 영유아기, 청소년~성년기, 노년기 세 단계로 인생을 나눌 때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이 대하는 방법 차이에 대한 거였어요. 동양인들은 영유아기와 노년기에 무한 인내심으로 받아주고 청소년기에는 엄격한 반면 서양인들은 영유아기에는 엄격하고 청소년기에는 자유분방하게 둔다는 내용으로 기억하는데요.
내용의 일부였을 뿐 주제가 이건 아니었던 것 같고, 결론도 주제도 가물가물합니다만 달려라하니님 댓글에서 십대 이야기가 나오니까 떠오르네요.
2014.01.31 23:44
예로 든 것 중 기억나는 게, 서양 부모는 영유아를 따로 재우고 특별한 경우 (젖 줄 시간, 아픈 경우...)가 아니면 울어도 내버려두는데 동양 부모는 아이와 같이 잔다였던 것 같아요. 이 글 아시는 분 안 계실까요?
2014.01.31 23:49
애 젖문제는 인형작가 김영희씨 책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포대기에 애를 업고 다니다 아무때나 젖을 물리는 한국 여자를 독일인들이 이상하게 바라보더라
2014.01.31 23:49
많습니다;; 우선 주변 아이를 둔 (한국)부모는 거의 대부분 이부분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거든요. 서양부모랑 똑같이 했더니 반응 좋더라! 에서부터 '애를 그리 대하다니 인간도 아니다'까지 반응 다양해요;; 뭐 육아는 부모의 권한이니 저야 그냥 들으면서 '어허 흥미롭구나'가 전부입니다만. 어느 쪽이 맞냐 아니냐로 피가 터지게 팽팽할 때도 있다지요 -_- (수면교육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갈등기간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길게 혹은 괴롭게 겪을 수록 '애를 몇시간이고 울리다니 부모도 아니다!' 뭐 그런;;)
2014.01.31 23:55
아, 애 젖주는 건 잘 때 이야기였어요. 김형희씨가 쓴 것과는 소재는 같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달랐고요. 반대 입장이었다는 게 아니라 그냥 전혀 관심사가 달랐죠.
이 문제는 서양에서도 이슈가 됐던 걸로 아는데 (동서양 문제가 아닙니다) 졸려서인지 관심이 별로 없던 일이라 그런지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이 글타래에서 다루기엔 너무 멀리 간 이야기기도 하고요.
(요거 김전일님 댓글에 달았는데 달려라 하니님 댓글에 대댓글로 달려서 지우고 다시 써 볼게요.)
2014.02.01 01:29
미국에서 지내면서 쇼핑몰 등에서 현지인 아이들과 한국인들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인들 아이들간에 상당한 차이를 목격하는 일이 많습니다.
현지인 아이들은 대체로 나대지 않고 부모를 잘 따라다니는 편이고 가끔 좀 큰 아이들은 쇼핑카트를 끌고 부모를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반면, 어디선가 우다다다 뛰어다니고 통로 한 복판에서 카트 다니는 길을 방해한다든가 뭘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을 보면 십중팔구 한국말을 씁니다. 중국인들도 꽤 있구요. 일본인은 어차피 마주치기가 쉽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이게 양육방식의 차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 현지인 아이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 눈에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죠. 아이가 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게 행동하면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야단칩니다. 그 표정이나 심각함이 보는 사람도 쫄 정도죠. 작게 이야기하지만 들어보면 계속 그러면 오늘 뭐뭐는 안 사줄거라든가 집에서 뭘뭘 못하게 한다든가 실질적인 처벌을 명시합니다.
한국인들이요? 애들이 뛰면 자기는 물건 고르면서 말로만 "뛰지마" "소리지르지마" 심지어 애들 쳐다보지도 않죠.
2014.02.01 11:46
동남아에서 사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수 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손님들께 폐끼치는 아이들은 다들 한국인/중국인 또는 중국계/현지인 부유층 중 하나에 해당하더군요.
2014.02.01 01:54
예전에는 아이들이 뛰고 소리지르는게 많이 거슬렸지만 (지금도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화가 나지는 않더군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저런 아이들과 사는 부모는, 저런부모와 사는 애들은 오죽하겠냐 라는 심정으로 바라볼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항상 저러니 소음에 대해서 면역이 생겼거니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것만큼 느끼지 못하는 거겠지요.
그래도 제발 아이들 혼낸다고 더 시끄럽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쩔때는 더 시끄러워져요, 애는 울지 부모는 부모대로 소리지르고 있지.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은 정말 짜증나는데 말이죠. 때로는 진짜 공상과학이나 판타지에 나오는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버리고 싶다니까요.
2014.02.01 07:48
2014.02.01 09:51
시끄러운 건 당연하죠. 공공장소에서 그걸 방치하는 부모들이 이기적이고 파렴치하고 무식한 것이죠.
댓글에 프랑스부모 얘기가 나왔는데 3개월만에 조용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당,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다가 제지해도 말을 안 들으면 부모가 바로 따귀 때립니다.
2014.02.01 11:39
식당 문 앞에서 버얼건 뺨을 해가지고는 울며 혼자 서 있는(벌받는 중) 애들도 종종 목격된다죠.
2014.02.01 19:47
애도 애나름이고 가정에서 어떻게 육아를 했느냐의 차이도 있겠지요. 미국 엄마들도 애 키우는데는 한국 못지않게 고민이 많은 모양인데.. 그런 미국 여인중 한명이 프랑스에서 애 낳아 키우며 충격 받아 쓴 육아서가 "프랑스 아이처럼"입니다. 읽어봤더니.. 그야말로 신세계.. 프랑스 애들은 태어난지 3개월만에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긴 잠을 잔다고 합니다.(설마!!! 그럴리가...!!!) 결국엔 육아 문화와 육아법이 아이들을 좌우할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세살만 되도 어른들이랑 풀코스 식사를 한다니... 이런 환타지가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네??? (설마..??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