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부는 여자

2013.08.15 14:02

라곱순 조회 수:4959


(...드와이트의 초록 리코더는 아니지만, 저렇게 부는 느낌은 비슷합니다. 일명 청승.)



마음 돌릴 취미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도저히 따로 뭘 배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나지 않아서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영화 보고 책 읽었던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네요... 집에 오면 그냥 정신없이 잠 자기 바빠서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열심히 불었던 리코더가 생각이 났습니다. 


옥션에서 약 만오천원에 구입한 까만색 아울로스 바로크식 리코더가, 제 리코더 입니다. 


자랑을 하자면, 리코더도 단소도 꽤 잘 불었습니다. 실기시험 매번 만점 받았었지요. 


둘 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큰 맘 먹고 새로 리코더 구매를 했습니다. 


한옥타브 위의 고음도, 그 고음의 반음 처리들도 모두 할 줄 압니다. 배송온 것 운지표 보면서 조금 불다보니 예전 감이 살아나더라고요. 


퇴근하고 십여분 정도 차분히 앉아서 피리 불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이 됩니다. 


또 자랑을 하자면, 굳이 악보가 없어도 멜로디를 들으면 머리속에서 도레미파 등으로 바로 변환이 됩니다. 


절대음감...까지는 아니지만, 미취학 때부터 피아노 배운 사람들이 흔히들 이렇다고 하더라고요.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가 피아노의 하얀건반, 까만건반으로 자동적으로 머리속에서 변환되어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즉, 제가 좋아하며 흥얼거리는 노래들을, 악보가 없어도 바로 머리속에서 계이름 헤아려서 리코더로 불 수 있습니다.





나중에 더 잘 불게 되면, 듀게에 리코더 연주 동영상도 올리고 싶습니다. 


최근 연습하며 피리 불었던 노래는... 이 노래입니다. 쉬워요. 이문세의 옛 사랑.




http://youtu.be/Cekj9VMClew

(링크는 jk김동욱 버젼입니다. 이 분 노래가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야말로 마음 한구석을 후벼팝니다.)





이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제가 이걸 못 해서, 그렇게 매번 괴로웠습니다. 











p.s. 


지난번에 올렸던 글, 160여플이 넘어가던 문제의 그 글이요... 어떤 분이 올려주셨던 리플이, 특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예전에 듀게에 글 올리던 저는 지금처럼 무시무시한 자기연민의 늪에 빠지지 않고, 

영화도 잘 보고 공연도 보러가고 운동도 잘 하고 애완견이랑도 잘 놀고 정치에도 관심 많고 

그렇게 자기 취미생활 충분히 잘 하던, 

그냥 보통의 아가씨였다고요. 

처절하게 짝사랑 실패 한 후 모든게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은데, 결국 이번에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그 점이요.


그렇다면, 난 이곳이 좋으니까...


이곳에 올리는 글들을, 의식적으로라도  내 내면의 약한 이야기를, 자기연민에 중독되어버린 우울한 내 모습을 말하지 않는다면...


염치없지만...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차분하게, 혹은 청승맞게 틈틈히 혼자 리코더 불면서, 그렇게 허한 마음 다잡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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