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4 20:44
'교수'는 1846년에 완성한 샬럿 브론테의 첫 소설입니다만 문의한 출판사마다 거절해서 책이 나오진 않습니다. 이 책은 작가 사후에 출판됩니다.
마지막 책인 '빌레트'(1853)에 이 책과 유사한 설정이 많이 들어가 있는가 봅니다. 작가는 '교수'가 결국 출판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빌레트'를 쓰며 내용을 활용하였던 듯해요.
저는 이 작품은 재미없게 읽었습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설명조의 서술이 너무 많았어요. 1800년대 중반의 소설임을 감안하자니 '제인 에어'의 작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나요. '제인 에어'가 가진 인물들의 매력이나 충격을 안겨주는 비밀의 전말을 포함한 굵직한 사건의 전개에 비하면 이 소설은 모든 부분들이 다 약한 것 같습니다. 기둥 사건이 부족하면서 사건의 부족 부분을 설명으로 메우고 있다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다지 다가오지 않는 설명들로요. 너무 박한 감상인가 싶지만 솔직히 그랬습니다.
좋았던 점을 찾자면 첫 작품부터 여성의 경제적, 정신적 자립이라는 작가의 중요한 관심사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남녀 주인공 외에 헌스던이라는 조력자 겸 친구 역할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가 좀 흥미롭고요, 이 인물과 남자 주인공 사이의 내심을 감추고 갈구는 듯한 대화 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번역도 문제가 좀 있지 않나 싶었네요. 그냥 단어들을 나열하듯 직역을 한 것 같고 불친절하여 더 적절한 표현이 있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 소설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소설이 뭐 있었나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30년 앞서 나온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 발자크 소설들을 거쳐서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1845)까지 구경 갔습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민음사가 다섯 권, 동서문화사가 세 권으로 나와 있는데 600페이지 전후의 동서 것이 가격이 더 싸고 비교적 최근 번역입니다. 다 믿을 건 못 되지만 구매자들 후기를 보니 번역도 더 낫다고 하네요. 살 뻔하다가 알라딘의 어떤 회원이 옮긴 국제스릴러작가협회 선정 '반드시 읽어야 하는 스릴러' 목록을 훒었는데 '자칼의 날'이 눈에 확 들어 왔네요. 백작은 잠시 보관함에 모셔두고 다행하게도 오래 전에 읽어서 재밌었다! 외의 세부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 '자칼의 날' 전자책을 구매했어요.
19세기 영국(벨기에)에서 19세기 프랑스로 길게 갈 뻔하다가 20세기 영국 작가의 프랑스로 짧게 갑니다!
2023.05.24 22:38
2023.05.25 09:11
'자칼의 날'이 '자칼'로도 영화가 나왔나 봤더니 관계없는 영화네요. 깜박 속았습니다. ㅎ
2023.05.25 09:25
2023.05.25 12:01
보니깐 원작 표기도 거부당해서 옛날에 나온 '자칼의 날' 영화 버전의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표기했다는군요. 철저하게 버림 받은... ㅋㅋㅋ
2023.05.25 15:16
그렇군요. 저는 프레드 진네만 영화 생각을 했거든요.
2023.05.25 12:00
'자칼의 날'이라고 나온 영화가 있고 평도 좋죠.
다만 한국에선 볼 수 있는 루트가 없어서 웨이브에 있는 건 유사품 '자칼' 밖에... ㅋㅋㅋ
2023.05.25 15:17
네 프레드 진네만의 영화는 오래 전에 tv에선가 본 적이 있거든요. 영화도 멋졌던 거 같아요.
2023.05.25 12:45
헉, [몬테크리스토 백작] 동서문화사 판본이 번역이 더 낫군요! 인터넷 서점 후기 외에 민음사 판본과의 비교 캡처도 확인하고 오는 길이에요. 동서문화사는 오래전에 출간했던 질 나쁜 번역본을 무성의하게 복간한다고 악명이 자자해서 지난 십수 년 간 무슨 책을 냈다고 한들 신경도 쓰지 않았건만, 이런 기특한 일을! 민음사 판을 가지고 있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인지라 동서문화사 판도 사게 되지 싶네요.
2023.05.25 15:29
동서문화사의 동서미스터리는 일본 번역본을 다시 번역한 책이 많고 번역이 이상한 거도 많았었죠. 지금 보는 '자칼의 날'도 일본어 전공자의 중역인 듯해요. 근데 요즘 책을 찾다보면 많은 책들이 절판된 가운데 그나마 여기서 종이책은 끝났어도 전자책을 내놓아서 볼 수 있는 경우가 여러 번 있어서 이건 좀 잘 했는데? 싶은 의외의 경험을 했습니다.(가격도 아주 싸고요)
'몬테크리스토 백작' 언급하신 걸 보니 저도 막 빨리 사 읽고 싶어집니다. 어릴 때 좀 두껍긴 해도 한 권으로 나온 축약본을 읽고 말아서 다시 읽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책입니다. 책 얘기 얹어 주시니 좋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마침 지금 웨이브에 있는 '자칼'을 보고 있어요. ㅋㅋㅋ 밀린 게 많아서 후기는 한참 뒤에나 올리겠습니다만. thoma님의 책 소감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