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을지로 데이트 코스 좀 알려줘"

2023.04.29 12:44

Sonny 조회 수:635

오늘 아침에 카톡을 확인하고 벙쪘습니다. 그리고 크게 웃었습니다. 시험 기간이 끝났는지 사촌동생이 저런 카톡을 보냈더라고요. 평소에 남의 이야기에는 관심을 끄고 사는 편인데 이 카톡에는 감정이 확 동하고 말았습니다. 대학교 신입생의 데이트라니 얼마나 또 풋풋하며 싱그러울 것인지! 나름 검색을 해서 보내주니 좋아하더군요. 쪼꼬만 용돈도 계좌로 찔러줬습니다. 하필이면 또 제가 여윳돈이 있어서... 그래도 저랑 을지로 한번 가봤던 경험이 있다고 데이트 코스를 짜는 이 야심이라니요. 


사촌동생의 연애담이 제게 유난히 색다르게 다가오는 건 가족이면서도 괜히 염탐하고 싶어진다는 겁니다. 사촌이라는 약간의 거리감과, 이제 막 스물이라는 그 나이 때문일까요. 연애 리얼리티를 안보는 저로서도 이 연애는 어쩐지 좀 알고 싶어집니다. 상대방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상대방의 출신 지역은 어디이고 아비투스가 나름 맞아떨어지는 것인지 등등... 무려 한살 연상이랍니다. 아니 어떻게 누나를...? 과팅으로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촌동생이 패기와 귀여움을 맘껏 발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식 이렇게 꿀같은 청춘을...


이런 소소한 부분을 의지하는 어린 가족이 있으니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비록 얻어먹으려는 술수에 가까워도 자기 여자친구를 보여주겠다고 한다면 기꺼이 또 맛있는 걸 사드려야죠. 상대적으로 더 나이먹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벌써 이별했을 때 위로해줄 생각까지 하고 있지만서도... 안그래도 홍대생들이니 그렇게 멀지 않은 영상자료원을 데이트 코스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기서는 이런 고전영화들을 꽁짜로 볼 수 있단다...!! 사촌동생이 귀멸의 칼날과 신카이 마코토 작품 외에도 다른 영화들을 보고 저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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