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1 15:47
그건 그것은 바로 책 쟁이기 비용. 사야할 책이 나타났다 싶으면 다른 지출 대비 주저없이 삽니다.
책이 다행하게도 물질의 형태라 돈을 좀 내면 내 손 안에 들어오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sf 영화에서 보듯 지식이나 특히 이야기 체험을 책의 형태가 아니고 머리에 뭔가 연결해서 바로 입력하게 된다면 엄청 슬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설이나 식사의 즐거움과 더불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체 불가의 행위가 아닌가 합니다.
독서를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느껴지는 책이 있잖아요. 음 큰일이네 남은 부분이 점점 줄어드는데.. 원래 속도가 느리지만 더 느려터지게 읽어야겠다, 이런 증상요. 다 경험해 보신 증상일 거 같은데요. 위의 증상이 발현되어 딴 짓을 하다가 인터넷 서점에서 보관했던 책들을 오늘도 일단 들여옵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밸런트레이 귀공자'
형제 복수극으로, 방종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형과 선하지만 따분한 동생의 대비로 형제간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라네요. 어릴 때 읽은 '보물섬' 어른이 되어 읽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모두 흥미진진한 소설이지만 '아메리카행 이민선'이라는 미국 기행문인 에세이를 읽고 무척 호감을 가지게 된 작가입니다. 그래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나온 이 책도 보관했었어요. 이 시리즈 좀 독특합니다. 기존에 안 나온 작품도 많아서 좋고요. <여성과 공포>, <이국의 사랑>, <질투와 복수>, <결정적 한순간> 이런 식으로 기획을 해서 내용에 묶일 수 있는 책을 5권씩 내서 지금까지 20권의 시리즈가 나왔어요. 저는 여기 책은 이번에 처음 삽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나이츠 갬빗'
포크너가 쓴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궁금해져서 들여옵니다. 6편의 이야기에서 포크너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 공간 요크나파토파 시의 검사 개빈 스티븐스가 주인공으로 활약한다고 합니다. 포크너의 추리소설에 대해서 다른 들은 이야기가 없는데 무겁고 어두운 이분 소설의 분위기가 더욱 주특기를 살리며 전개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책 디자인이 위와 아래 부분이 잘린 듯 된 것이 특이하네요. 이 책의 출판사는 '미행'이라고. 검색해 보니 책이 많이 나온 곳은 아닌데 광고가 많이 안 되었으나 좋은 책을 내고 있다 싶어요. 아직 구매는 않았지만 보관하고 있는 책들도 두어 권 있습니다. 존 스타인벡과 로버트 카파가 함께 작업한 '러시아 저널 - 러시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여행'이 그것입니다. 1947년 종전 후 두 사람이 이 지역에 가서 취재하여 쓰고 찍은 기록물이라고 합니다. 그 시기 그 지역의 경우 서방에 알려진 자료가 많지 않아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책은 품절되기 십상이라 빨리 사야할 거 같습니다. 비슷한 책인데 스티그 다게르만의 '독일의 가을 - 1946년 전후 독일의 현장 취재기' 도 여기 책으로 보관 중입니다. 스웨덴 일간지 기자로서 취재했던 기록물이라고 합니다. 이 작가는 아주 젊은 나이에 소설과 르포물로 인정받은 분인데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우리한테 소개된 글이 이 취재기 뿐이네요.
비엣 타인 응우옌 '동조자'
2018년에 두 권으로 나왔던 책을 이번에 통합해서 다시 낸 모양입니다. 왜냐. 책 하단에 이유가 있네요. 저도 그래서 알게 된 책이고요. 퓰리처상을 비롯 많은 상을 받았다고 하고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고. 1971년 생인 작가는 다섯 살 때 사이공 함락과 동시에 전가족이 미국에 이주했고 지금은 영문학, 소수 민족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판사는 민음사.
2023.06.21 17:17
2023.06.21 18:54
오호? 뒤에 내용을 미리 봐버린다니 특이하신 걸요. 자체 스포일러 투척인가요 ㅎㅎ
가만 생각해 보면 제 경우에 책의 물성에 집착하는 게 어릴 때의 경험도 영향이 있는 듯합니다. 책 사려면 많이 졸라야 했고 계몽사 책 같은 걸 지인의 집에서 빌려 보기도 했기 땜에 내 소유가 된 책에 흐뭇해 하는 거 같아요. 제일 큰 이유는 내 책이라야 마음 놓고, 제대로 읽기가 되는 습관 탓이겠습니만.
책이 가격대비 효용감, 만족감이 큰 거 맞죠. 대부분 2만원 아래 책정되어 있으니 특히 요즘 다른 물가를 보면 싼 거 같습니다.
2023.06.21 19:58
가뜩이나 게으른데 노안 때문에 책은 더 게을러져 버렸어요.
말씀대로 요즘 물가 생각하면 책은 정말 저렴한 축에 속하는 취미 맞죠. ㅋㅋ
전 책 대신 디비디나 블루레이를 한동안 깨작깨작 모았는데... 사놓고 한 번 보고선 책장에 꽂아 놓기만 하는구나. 라는 걸 깨달은 후로 그마저도 잘 안 사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소싯적에 긁어 모은 만화책 무더기와 조금의 책들은 안 버리고 바둥바둥 버티고 있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집이 좁아요... ㅠㅜ
2023.06.21 21:29
오늘도 듣는 게으름뱅이 기분 나쁩니다.
아직 안 읽고 있는 책이 잔뜩 있으면서 또 사는데, 일단 사놓으면 어이없게 반은 읽은 것 같아요. 저자의 세계를 일부 내 집에 들여놓은 듯한 어림도 없는 해괴한 망상을.
저도 책장이 복잡하긴 한데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책이나 그런 작가의 책은 정리해 가면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요.
2023.06.21 22:26
2023.06.22 08:58
제가 책을 많이 읽고 사고 그러는 건 아니라서 큰 비용은 안 들지만 다른 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 따지는 지출인 듯합니다. 아마도 Sonny 님의 극장 지출이 저보다 더 크지 않을까 어림짐작을. 차츰 꼭 갖고 싶은 책 말고는 전자책 등을 이용하자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포크너의 추리소설은 저도 기대가 되는데 추천이나 소문을 못들어서 소박한 기대만 합니다.ㅎ
2023.06.22 10:31
그쵸 물가가 올라서 모든 것이 비싸지는데 책값은 그리 오르지 않는데다가, 책 한권이 주는 기쁨과 위안을 생각할 때 책값은 아주 싸게 느껴집니다. 저는 아마존 킨들로 영문 전자책도 보는데요. 같은 책인데 페이퍼백이나 하드커버보다 당연히 이북이 싸기 때문에 유혹에 무너진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전자책이라는게 불안해서,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일 경우 이북이 있는데도 종이책으로 다시 산 적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혹시 모르니 장서로 보관해야 해" 이런 느낌이랄까요.
2023.06.22 12:32
책은 사람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물질과 생각(정신? 영혼?)이 결합되어 있는.
더 비싸도 받아들일 것 같고요. 지금 책값에 감사합니다. 보관하고 싶어 다시 산 좋은 책은 소개 종종 해 주시길요.
저는 사실... 줄어들어서 아쉬운 책 경험은 별로 없고 뒤가 너무 궁금해서 안달복달 하다가 몇 쪽 미리 열어서 맥락도 모르고 읽고 나중에 맞춰본다거나, 눈알이 두 장 전체를 막 훑어서 조금 뒷 내용을 미리 알고 잎을 껴맞춰서 재미를 반감시켜 읽는다던가 하는 경험만 있군요. 어차피 읽을 책은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서 머리에 연결해서 넣어도 OK 쪽입니다 ㅋㅋ. 책은 가격 대비로는 상당히 싼 편이라고 생각하고, 요즘 시대에 소유한다는건 더 큰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완독한 책들을 가지고 싶어하는 지인들에게 줘버렸는데 요새 전자책은 그렇게 주거나 빌려줄 수도 없더군요. 여전히 재미있는 책들을 꾸준히 읽고 계시는 thoma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