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0 22:11
- 1988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4분. 스포일러... 같은 게 이 영화에 가능할까요. ㅋㅋ 그래도 혹시나 아직 안 보신 분은 이 글은 통째로 스킵해주세요.
(이 영화도 포스터 버전이 여럿 있지만 역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거라면 이거겠죠.)
- 일단 현재, 그러니까 1988년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전화로 자기 아들, 로마에 사는 잘 나가는 영화 감독과 통화를 시도하지만 그게 잘 안 돼요. 하지만 할매는 굽히지 않고 결국 그날 밤 늦게 집에 기어들어온 감독님에게 메시지는 전달이 됩니다. 30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고향에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는 말을 듣고도 시큰둥하던 우리 감독님은 잠시 후 '알프레도라는 사람이 죽었대'라는 전언을 듣고 갑자기 강렬한 반응을 보이죠. 그리고 회상 시작.
시작 시점의 연도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대략 1950년 근처의 시칠리아입니다. 아까의 그 감독님은 '토토'라는 11세 소년이지요. 아빠는 전쟁터로 나간 후 소식이 없고 엄마가 빡세게 살면서 토토와 여동생을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이 놈의 자슥은 영화에 꽂혀서 맨날 동네 영화관 '파라디소 극장'에 상주합니다. 돈도 없는 토토가 그럴 수 있는 건 이 놈이 나름 영악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극장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 아저씨가 토토를 예뻐하기 때문이죠. 나이는 최소 50대이지만 가족 없이 홀로 사는 알프레도 입장에선 토토가 자식 같기도 하고, 또 이 놈이 영화를 사랑하는 꼴이 보기 기특해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에... 뭐 별 게 없습니다? ㅋㅋㅋ 그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극장을 배경으로 영화광 소년 토토와 인자한 영사 기사 알프레도가 인생의 우정을 쌓고, 그러면서 토토가 성장해 나가고, 또 그러는 와중에 그 극장을 찾는 시칠리아 작은 마을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잔잔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에요. 근데 이걸 모르실 분이? ㅋㅋㅋㅋ
(토토와 알프레도. 이름도 참 어울리게 잘 지어놓은 두 캐릭터의 유사 부자 관계 이야기가 이야기의 중심이었구요.)
- 그러니까 세 가지 버전이 있는 영화죠. 먼저 이탈리아 국내 개봉판이 있고 이게 2시간 35분. 근데 반응이 신통치 않자 30분 정도를 덜어내고, 그러면서 아예 작정하고 재편집을 해서 그냥 짧은 버전이 아니라 '다른 버전'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국제 배급판이 있구요. 이게 2시간 4분짜리, 한국 개봉판입니다. 그리고 나아중에 감독님께서 또 욕심을 부리셔서 이탈리아 개봉판에 이것저것 착착 붙여서 만든 2시간 53분짜리 감독 편집판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저는 먼저 국내 개봉 당시 국제 배급판을 봤구요. 몇 년 후에 추가로 개봉됐던 이탈리아 개봉판도 봤죠. 감독 편집판은 있는 줄도 오늘 알았네요(...)
각각의 버전을 볼 때 소감은 주변 사람들의 소감과 그냥 같았습니다. 국제 배급판은 감명 깊게 보았고, 이탈리아 개봉판은 '아 뭐 무슨 뜻인 줄은 알겠는데 좀 깨네.' 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것들을 정말 딱 한 번씩만 봤습니다. 음악은 수천번 반복해서 들었지만 영화는 한 번씩만. 나중에 TV나 케이블에서 해주는 걸 슬쩍슬쩍 보긴 했는데 제대로 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시네마 천국? 참 좋지. 근데 기억은 안 나네..." 이런 상태로 살다가 그냥 충동적으로 다시 봤어요. 과연 다시 봐도 좋을 것인가!!!
아. 참고로 왓챠에 있는 건 한국에 개봉됐던 그 버전 하나 뿐입니다. 다른 버전은 국내에서 vod로는 볼 길이 없다네요.
(그러니까 이런 장면은 왓챠 버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게 국내 유일 OTT 버전이라는 거.)
-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전보다 더 재밌게 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어려서 볼 땐 좀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당시엔 제가 어렸다 보니 성인이 된 후 토토의 모습이나 이야기가 뭔가 칙칙하고 깨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자연스레 받아들일만한 멘탈이나 감성이 아니었던 거죠 제가. 그런데 이제 대략 성인 토토랑 비슷한 나이가 되어 다시 보니 그런 위화감 없이 그냥 자연스런 전개로 받아들일 수 있었구요. 특히나 마지막에 성인 토토가 느끼는 감정들에 예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 뭐죠. 적다 보니 슬프네요 이거. ㅋㅋㅋ
암튼 일단은 그랬구요.
(그러니까 이런 장면 말이죠. 전에는 그냥 장면이 감동적이었는데 이젠 저 표정에 격하게 공감이 되더라는 이야기.)
- 엔니오 모리코네야 뭐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거장이고 이미 수 없이 많은 명곡들을 남긴 사람입니다만. 한국에서 이 사람의 이름이 무슨 인기 팝스타급으로 유명해지게된 건 아마도 이 영화 이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이 영화의 음악이 거의 센세이션급으로 사랑 받았죠. 한동안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하는 분들이 많이 참고(?)하기도 했던 기억도 있구요. ㅋㅋㅋ 요즘엔 영화 음악 쪽의 트렌드가 바뀌어서 이렇게 음악이 선명하게 뇌리에 박히는 스타일의 영화는 접하기 어렵습니다만. 그 시절 트렌드는 또 달랐죠.
뭐 암튼 모리코네의 음악은 여전히 사기 캐릭터급의 강렬함을 자랑합니다. 아주 잘 만든 영화지만, 솔직히 영화가 이렇게 잘 만든 영화가 아니었어도 감동은 비슷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악이 강렬해요. 영화가 딱 시작되고 카메라가 쌩뚱맞게 창가의 화분 하나만 2분 동안 보여주는 동안에도 이미 음악 때문에 감동해 있더라니까요. ㅋㅋㅋㅋ 그리고 무슨 중요한 장면, 인상적인 장면이 될 때마다 테마 음악이 계속 튀어나오는데, 요즘 같으면 이런 식으로 음악 쓰면 촌스럽단 소리 듣기 딱 좋잖아요. 근데 그 노골적인 음악 사용에 매번 홀딱 홀딱 넘어갑니다. 물론 추억빨도 있겠죠. 하지만 각 장면과 영화의 정서에 찰떡 같이 맞아 떨어지면서 그 자체로도 격하게 아름다운 음악의 힘 덕이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정말 이 음악들이 없는 요 영화는 상상할 수가 없네요.
(그러니까 바로 이런 것. ㅋㅋㅋㅋㅋ)
- 사실 이탈리아는 전쟁통이고, 토토네 가족사나 마을 주민들의 스쳐가는 모습들을 통해서 중간중간 현실적, 역사적 비극과 고단함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영화는 대단히 사람 좋고 다정합니다. 영화 내내 '나쁜 사람'이 단 한 명도 안 나오죠. 단적으로 극장 화재 장면을 보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할 알프레도 잘못 아닙니까. ㅋㅋ 근데 아무도 알프레도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요. 복권 당첨된 돈으로 굳이 그 극장을 되살리는 동네 아저씨도 참 그렇고. 그 "이 광장은 내 거야~" 광인 아저씨가 30여년 후까지도 멀쩡히 살아서 여전히 그 광장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게 본인 능력이겠습니까. 그 동네 주민들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들인 거죠.
그러니까 결국 토토는 그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키운 아이였던 겁니다. 사람 좋고 푸근하고 서로서로 잘 챙기고... 결정적으로 모두가 영화를 격하게 사랑하던 그 마을 사람들 덕택에 현재의 성공한 영화 감독 토토가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알프레도의 장례식 때 그 어르신들과 재회하고 미소 짓는 토토의 표정을 보면 아마 그제서야 토토도 그런 사실을 깨달은 것 같기도 했구요.
(별로 성격 안 좋아 보이는데 보다보면 그렇게 순박할 수 없는 토토네 동네 어르신들)
(보다 보면 어느새 정들어서 장례식장의 이런 장면에서 울컥하기도 하구요.)
- 결국 주인공은 토토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알프레도가 대부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야기더라구요.
사실 되게 환타지 캐릭터입니다. 결국 토토 인생에서 결정적인 장면들은 싹 다 알프레도의 조언과 조력으로 이루어지거든요. 토토를 극장에 들여보내주면서 영화에 대한 사랑을 더 키워주고. 전쟁터에서 못 돌아온 아빠 역할도 다 해주고요. 학교 때려치우겠다는 토토에게 잔소리를 해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게 한 것도 알프레도인 데다가 토토 인생의 첫 연애에도 큰 도움을 주고. 결정적으로 가만 냅두면 결국 평범한 시골 아저씨가 될 팔자였던 토토를 로마로 보내서 성공하게 만든 게 또 알프레도잖아요. 지나치게 상냥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일 정도로 현명하고 지혜로워서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인데요. 필립 느와레 옹의 비주얼과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 의심 안 하고 그냥 훈훈하고 애틋한 맘으로 지켜보게 되더군요.
물론 토토 3인방도 좋습니다. 어린 토토는 사실 아주 귀엽기만 해도 괜찮을 캐릭터인데 아주 귀여워요. 청소년 토토는 혈기 넘치는 인상에 적당히 로맨스에 잘 어울리면 될 캐릭터인데 딱 그렇게 생겨서 적절히 연기 해 주고요. 나이 먹고 나서 다시 보니 정작 '연기가 좋구나!' 싶었던 건 현재 시점의 아저씨 토토였던 듯 합니다. 초반의 찌들고 싸늘한 인상에서 점점 감화(?)되고, 그러다 마지막엔 눈물과 함께 감정을 터뜨리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었어요. 30년 전에 칙칙하다고 구박해서 죄송했습니다 배우님(...)
(잘 생기면 되는 역할과 예쁘면 되는 역할에 잘 생기고 예쁜 분들을 뽑아다 세워 놓았습니다.)
- 영화 팬이라면 좋아하지 않기도 힘든 영화로 만들어 놨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예전에 봤을 때는 토토와 알프레도가 함께 하는 귀여운 장면들이나, 아님 엘레나와 함께 하는 로맨스 장면들 같은 게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요. 이번에 다시 보다가 헉. 하고 감탄했던 장면은 그런 게 아니라 알프레도가 야외로 스크린을 투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술을 부리듯 얍! 하는 순간 영화가 영사실의 벽을 타고, 사물들 위로 넘실거리며 움직이는 그 장면 있잖아요. 정말 아름답구나. 진짜 낭만적이구나. 라는 생각이 마구 드는데, 그만큼 감독도 그 장면에 애정을 듬뿍 담아 공들여 연출했단 얘기겠죠. 그로 인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시칠리아 주민들의 행복한 모습들도 마찬가지구요. 물론 그 뒤에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심지어 엘레나도 토토가 마구 찍어 놓은 필름 속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오는 극장 안 풍경들이 있잖아요. 바깥 세상이야 어쨌든 간에 그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는 동안의 주민들은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고 다정합니다. 그 장면들 속에서 영화란 말 그대로 '마법'이고, 그것도 사람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해주는, 그러면서 하나로 묶어 주는 마법으로 표현이 되더라구요. 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않을 수가 없...
(아브라 카다브라!!!! 영화는 '마법'이라는 걸 이렇게 보여줍니다.)
- 그리고 뭣보다 좋았던 건.
이 영화가 그렇게 영화에 대한 사랑, 전쟁시 시칠리아 사람들의 고단한 인생, 그 안에서 피어나는 휴머니티, 토토라는 소년의 고단한 성장기 겸 로맨스... 등등 참 다양한 걸 건드리면서도 그걸 참으로 조화롭게 잘 배치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잘 엮어 놓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무엇 하나 모난 것 없이 따스하고 애틋하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격하게 잘 유도하더라는 거. 당연히 그 중심엔 영화, 그리고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체험'이 놓여져 있구요. 영화를 마치고 나니 집에서 OTT 보는 패턴에 적응을 마치고 극장을 멀리하던 저 자신을 막 반성하고 뉘우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랬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한 번 들인 버릇은
(뭐 어차피 요즘 세상 극장 풍경과는 전혀 다르긴 합니다만. 영화를 보다 보면 저 관객들 즐거워하는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 뭐 다들 너무나 잘 아시는 영화에 대해 새삼스레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하는 것도 좀 웃기네요.
암튼 수십 년만에 다시 감상을 시도한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련하게 남아 있던 좋았던 기억은 오히려 더 강화가 되었구요.
평소 제 취향과는 잘 맞지 않는 참으로 착한 영화인 동시에 '좋은 영화'입니다만. 이 정도로 잘 만들어 놓으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가더라구요. 잠깐 보다가 애매하면 다른 걸로 갈아타야지... 하고 틀었다가 그냥 한 번에 죽 집중해서 달렸어요.
당연히 안 보신 분이 없는 영화겠습니다만. 저처럼 본지 오래된 분들이라면 한 번 다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 감상을 마치고 나서 남는 그 기분이란 게 연말연시와도 은근 어울리는 느낌이고 해서 더 좋았네요. ㅋㅋㅋ 잘 봤습니다.
+ 배우 나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알프레도의 극중 나이는 대략 50대 중반, 후반 정도인데요. 토토가 마을을 떠나고 30년 후에 세상을 떠나니 거의 90까지 장수하고 간 셈인데... 정작 필립 느와레옹은 2006년에 76세의 나이로 암으로 세상을 뜨셨죠. 명복을 빌구요. 어린 토토를 맡았던 배우님은 2002년까지 배우 활동을 하다가 그만 두고 고향에서 수퍼마켓을 한다는군요. 그리고 그 고향이 바로 영화 속 그 곳이랍니다. 10대 토토와 엘레나를 맡으신 분들은 지금도 배우로 꾸준히 활동 중인 모양이지만 제가 알만한 작품은 더 없군요. 어른 토토를 맡으셨던 분은 바로 작년에 떠나셨어요. 역시 명복을 빕니다.
++ 왓챠 자막은 뭐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제겐 그냥 괜찮겠거니... 였는데 막판에 한 번 거하게 삑사리를 내더군요. 알프레도의 장례식 중에 동생이 토토에게 하는 대사를 엄마가 토토에게 하는 걸로 적어놨어요. 갑자기 엄마가 정정해져서 깜짝 놀랐... (쿨럭;)
+++ 30분이 추가된 버전으로 재개봉을 했을 때 워낙 실망했던 사람들이 많아서 '원래 극장판을 수입했던 업자들의 편집 실력이 쩔었던 거였어!'라는 드립도 유행하고 그랬는데요.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죠. 원래 한국 개봉판을 편집한 게 수입 업자가 아니라 원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었다는 걸. ㅋㅋ 그냥 잘라낸 게 아니라 잘라낸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수준의 편집을 정성들여 한 거였더라구요. 다시 보면서 느꼈지만 정말 이 버전도 그냥 이대로 자연스럽고 완벽합니다. 그래서 오리지널 버전을 다시 보면 어떨지도 궁금한데... vod로 볼 곳이 없으니 걍 넘기는 걸로!
++++ 근데 이게 전체 관람가인데 말입니다. 코믹하게 넘어가긴 하지만 영화 상영 중에 관객 둘이 객석에 앉은 채로 섹스를 하는 장면도 나오고 청소년들이 주루룩 앉아서 자위 행위를 하는 장면도 나오고 마지막 키스씬 퍼레이드 장면에선 여배우 가슴 노출도 나오고 그럽니다. 으음...;;
+++++ 화면의 좌우가 아주 조금 잘려서 레터박스가 생깁니다. 왓챠의 문제가 아니라 블루레이 버전이 애초에 그렇게 나왔다는군요. 원작 대비 상하가 살짝 늘어나고 좌우가 조금 짧아진 화면비래요. 왜인지는 모르겠고 암튼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2023.12.31 00:03
2023.12.31 00:24
화면비 관련해서 검색해 본 글에서 작성자가 'dvd는 안 이랬는데 블루레이에서 바뀌었다'라고 적어 놓아서 무슨 사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 듀나님 댓글 보고 영어로 검색해보니 그냥 원래 이 화면비가 맞는 거였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12.31 00:33
2023.12.31 09:13
그렇죠? 저만 그런 거 아닌 거죠? ㅋㅋㅋ
저도 이렇게 애정이 있는 줄 몰랐는데요.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의외로(?) 잘 만든 데다가 추억까지 밀려와서 이렇게 되더라구요. 허허...
2023.12.31 01:13
2023.12.31 09:15
그게 놀랍게도(?) 이 영화의 경우엔 감독판의 평가가 가장 안 좋습니다. ㅋㅋ 그리고 국제판과 오리지널판 중에서도 국제판 평가가 더 좋아요.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사람들은 대부분 성인 토토와 엘레나의 만남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깨는(!) 행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거죠.
2023.12.31 03:13
감독판보다는 원래 버전이 훨씬 좋아요. 감독판에서 엘레나가 왜 오지 못했는지 이유가 나와서 궁금증은 가셨다 해도 중년의 첫사랑 상대들이 만나서 울고 짜다가 갑자기 섹스하고 그런 걸 보니까 좀 뜨아하긴 했어요. 엘레나는 결혼해서 딸까지 있는 유부녀였는데 말입니다.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 영화는 그냥 아름다운 추억으로 끝나는 게 낫지 감독판은 구질구질해서 못봐주겠더군요.
2023.12.31 09:17
알고 보니 알프레도가 토토를 위해 빌런 역할을 자처했다... 라는 사건의 진상(?)까진 개연성도 있고 괜찮은데 (지금 다시 보니까 엘레나가 토토 보러 오는 장면이 짧게 나오는데 그 후로 아무 설명 없이 못 만나 버리는 어색함이 있더라구요) 나이든 후의 해후는 아무래도 좀 깨긴 하죠.
지금 생각해 보니 '건축학개론'이 이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젊은 시절에 미스테리를 안고 끝난 첫사랑을 나이 먹고 다시 만나서...
2023.12.31 05:21
2023.12.31 09:19
ㅋㅋㅋㅋㅋ 그것이 10대 아니겠습니까!!
비슷하게 전 대학 신입생 때 '너희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라는 투로 현자 같은 표정을 하고 세상 걱정하던 운동권 선배들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대체 니들은 뭘 알았던 거니? 하하.
2023.12.31 09:18
글 감사합니다.
모리코네의 음악이 정말 사기죠. 제 생애 처음으로 샀던 카세트 테이프가 이 영화 OST였습니다.
그리고 사진 캡션 (아브라 카다브라!!!! 영화는 '마'이라는 걸 이렇게 보여줍니다.)에서 '마'는 '마법'의 오타겠지요?
2023.12.31 09:20
저는 처음은 아니지만 아마 인생에 가장 많이 들었던 OST일 겁니다. 테이프로 샀다가 LP로 샀다가 매체 변화에 따라 나중엔 CD도 샀어요. 하하.
앗. 그렇네요. '법'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을까요. ㅋㅋㅋ 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2023.12.31 09:35
나중에서야 감독판을 찾아보고 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감독판이 국제버젼용보다 훨씬 더 좋더군요. 엔딩의 몽타쥬씬을 비교해보면 국제버젼은 고향에 왔더니 그 당시의 추억을 남겨놓았더라~ 라는 의미만을 담고 있지만 감독판은 훨씬 인생 전반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토토가 엘레나와 맺어질 수 없던 이유는 그저 우연히 엇갈린 게 아니라 알프레도가 엘레나의 쪽지를 전달해주지 않으면서 의지를 가지고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았던 게 감독판의 스토리니까요. 그 결대로 따라가면 마지막에 몽타쥬씬은 알프레도가 토토의 인생을 편집했던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도 띄게 되죠. 본인이 비록 토토의 가장 아름답고 격정적인 순간을 멋대로 편집해버렸지만, 그래도 그 순간은 영원히 간직되어있을 거라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도 이런 의미에서 감독판이 훨씬 더 크고 절절하게 느껴져요. 사랑하던 영사 기사님도 잃었고 첫사랑과도 헤어졌지만 그래도 영화만은 토토의 곁에 잘려진 채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니까요....
2023.12.31 10:47
갑작스런 혼란과 궁금증. 알프레도가 빌런(...)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게 감독판(2시간 53분) 뿐이었나요. 아님 오리지널판(2시간 35분)에도 나오던가요. 분명히 알프레도가 엘레나와 토토를 갈라 놓는 걸 보긴 했는데... 음... 그럼 제가 나중에 본 게 오리지널이 아니라 감독판이었던 걸까요. 것 참 헷갈리네요. ㅋㅋㅋㅋ
근데 전 '그게 알프레도 때문이었다'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는 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그 일이 아니었어도 이미 알프레도는 토토의 인생을 다 설계(...)해주고 있었으니까요. 국제판만 봐도 시작부터 둘의 연애를 탐탁지 않아 했고 토토가 로마로 떠나서 안 돌아오게 되는 건 충분히 100% 알프레도 때문이구요. 게다가 엘레나 남편이 그 자전거 타고 필름 나르던 & 엘레나 물건 주워주려고 토토와 레이스 하던 친구라는 건 괜히 좀 깨는 기분이기도 했어요. ㅋㅋ
2023.12.31 13:41
토토의 인생이 갈리는 결정적 계기를 알프레도가 제공했다는 것이 감독판의 묘미죠. 엘레나가 안나타났으니 어차피 넌 네 갈길 가야한다고 하는 것과 엘레나의 쪽지를 아예 전해주지 않고 토토를 이별시킨 다음에 네 갈 길을 가라고 하는 건 전혀 다르니까요. 두 청년이 원했던 대로 알프레도가 이어줬다면 토토의 인생이나 그가 만든 영화는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엔딩씬의 편집된 화면들이 새로운 의미를 갖는거죠. 편집버젼에서는 그냥 유년기 시절의 추억 정도이지만 감독판에서는 알프레도가 토토의 인생을 영화 편집하듯이 잘라낸 걸 알고 토토와 관객들이 그 몽타쥬씬을 보는 거니까요. 뭐 이런 거 없이도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냥 다들 감동받곤 하지만...
2023.12.31 15:14
그 장면에서 말씀대로 관객들을 무작정 감동시키는 깡패 음악이 사실은 엔니오가 아니라 그 아들래미 안드레아 모리코네 작품이라는 것도 나름 소소한 이야기 거리였는데요. 그게 (그러니까 다른 거 말고 사랑의 테마만) 이 분의 영화 음악 데뷔라서 앞날이 더더욱 창창... 할 줄 알았는데 결국 그냥 그게 대표곡이 되어 버렸네요. 뭐 그래도 지금까지 현업으로 일 잘 하며 살고 계십니다만. ㅋㅋ
2023.12.31 10:17
오.. 어렸을 때 여러번 봤는데도 잘 기억이 안났는데 정성스러운 리뷰 잘 봤습니다. 전 감독판 극장판 다 봤던 것 같기도 한데.. 엘레나 다시 만난 버전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씨디를 저도 여러 장 가지고 있었죠. ㅋㅋ
특히 씨네마천국은 음악만 나와도 거의 파블로프의 개처럼 눈물이 줄줄 나왔었죠.
마지막 장면이 되게 좋았어요.
2023.12.31 10:51
그쪽 버전이 좀 더 현실적이고 (원래 현실이란 구질구질... ㅋㅋ) 어른스럽다고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긴 했습니다. 이게 절묘한 게, 본문에도 적었듯이 그냥 분량을 쳐내는 식으로 단순 편집한 게 아니라 아예 이야기 자체를 바꿔 버리는 식으로 정성들여 편집을 해놓았다 보니 단순하게 뭐가 더 낫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파블로프의 개... ㅋㅋㅋㅋ 맞아요. 영화 시작되는 순간 저 화분과 음악 딱 들으면서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조건 반사냐! 왜 시작부터 감동인데?? 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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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은 유럽에서 자주 쓰였던 비율입니다. 우리나라 영화 중엔 [거미줄]이 그 비율을 쓰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