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2023.11.04 17:27

thoma 조회 수:358

좋아하는 채소입니다.

어릴 때는 물론 안 좋아했어요. 

다 커서 찐 양배추를 고추장양념장에 찍어 먹거나 밥을 싸 먹는 건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돈까스 먹으러 가면 커플로 나오는 양배추샐러드는 그냥 또 나왔니 하고 건드리다 마는 음식이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는데 양배추가 등장했어요. 

수필집 제목도 수필 제목도 잊었는데 이분이 쓴 짧은 일상 수필 특히 음식 이야기를 담은 수필이 무척 많잖아요. 금방 생각나는 음식만 해도 고로케, 굴, 메밀국수, 두부, 무슨 생선구이 등등. 

그런데 양배추를 아주 가느다랗게 채썰어서 소스(마요네즈소스였던가?)를 뿌려 먹는 거 정말 맛있지 않냐며 아삭아삭 뭐라뭐라 하면서 싱싱한 양배추채 맛을 찬양하고 너무 좋아한다는 겁니다. 

양배추에 대해 참 좋게도 써 주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 글을 읽은 이후엔 양배추가 다시 보이는 거예요. 

옆으로 새지만 하루키는 자기 책을 읽고 독자가 이런 식으로 일상에 영향을 받는 걸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저도 거기에 걸려든 것. 

완전 옆으로 새는데 하루키의 글 이외에 서양인들 글에서는 양배추가 대접받는 걸 별로 못 본 거 같아요. 좀 흔해빠진 식재료로, 나쁜 냄새를 풍기는 채소로, 음식 썩는 묘사할 때 단골인 거 같기도 하네요.

하여튼 그래서 양배추를 관심 갖고 보게 되고, 나이 들면서 양배추를 점점 좋아하게 됩니다. 

무생채처럼 한국식 양념해서 먹기도 하고 마요네즈 소스 섞어 먹기도 하고 쪄서 먹기도 하고 떡볶기 할 때 넣어 먹기도 하고, 고기 들어가는 각종 찌개에도 넣을 만하면 넣습니다. 

양배추는 맛있기도 하지만 먹고 나면 몸에 부담이 없어요. 위가 편합니다. 

다만 딱 한 가지 씻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른 채소에 비해서요. 겹겹이 둘러싼 잎을 일일이 떼어내서 씻어야 하니까요. 특히 채를 썰게 되면 부스러기 쓰레기도 꽤 생깁니다. 

그래도 한 통 사서 씻고 가늘게 채썰어서 냉장 보관해 두면 든든합니다. 이런 저런 소스 얹어가며 맛있게 며칠 먹거든요.

다이어트할 때는 양배추샐러드에 토마토 하나, 삶은 계란 하나로 한 끼 때우기도 했네요.

이상 흐린 가을 오후에 양배추 채썰고 써보는 글이었습니다. 


추가. 양배추로 만든 먹거리 중에 즙은 싫어합니다. 오래 전에 위가 안 좋은 엄마가 케일과 번갈아 갈아마시곤 했는데, 양배추즙은 미안한 말이지만 행주 삶은 맛이었어요. 행주 삶은 물 먹어 본 적은 없는데도 왜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지, 냄새 때문이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66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5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863
124691 나르샤 싱글 - i'm in love [2] 서리* 2010.07.02 2702
124690 [bap] 극단마임 '잘자요, 엄마' (인천) [1] bap 2010.07.02 2028
124689 [듀나인] 중년 남성에게 드릴 승진축하선물 추천해주세요:D [9] 피로곰 2010.07.02 4890
124688 샤말란이 언브레이커블 속편 찍는다는군요 [7] magnolia 2010.07.02 2675
124687 멕시코만 사태 어떻게 될까요? [11] 차가운 달 2010.07.02 3191
124686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캐스팅된 앤드류 가필드 [9] 보쿠리코 2010.07.02 4404
124685 [책/벼룩] 조금 오래된 책들 입니다. 궁상마녀 2010.07.02 2144
124684 민주당에서 탤런트 최종원씨를 공천했네요 [6] zivilrecht 2010.07.02 3649
124683 너무도 끔찍하게 지루했던 이틀이 지나고.... [12] soboo 2010.07.02 3145
124682 스플라이스와 Embryo(Embryo에 대한 스포일러 있음) [4] autumn 2010.07.02 4002
124681 박근혜는 왜 인기가 있을까? [25] zivilrecht 2010.07.02 4040
124680 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작 없이 폐막 [4] DJUNA 2010.07.02 2914
124679 제 절친이었던 녀석들. [8] 장외인간 2010.07.02 4010
124678 구로사와 아키라 특별전 개막 [4] GREY 2010.07.02 2360
124677 여기 내 땅이니까 이리로 다니지마~! [8] 장외인간 2010.07.02 2811
124676 어느 날 밤 낯선 자의 방문 [10] bap 2010.07.02 2525
124675 사후편지 < 스포일러 > catgotmy 2010.07.02 1883
124674 여러 가지... 게임 :) [5] 아리무동동 2010.07.02 5393
124673 [퍼옴] 오늘의 개그 - 극우매체에서 퍼온글이니 싫으시면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1] Apfel 2010.07.02 1980
124672 그간 만들어 먹은 것들 [26] 세호 2010.07.02 444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