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때 저 표어로 학생들 계몽을 많이 했죠. 급식 시작하기 전이라 도시락 싸 올 때였는데도 교실 뒤에 붙어있고 그랬어요.
열심히 지은 벼농사로 생산한 쌀인데 버려지면 농부 아저씨가 슬퍼한다구요.

전 조숙한 열한살짜리로서 저 표어를 볼 때마다 궁금했어요.
"농부 아저씨는 쌀이 낭비돼서 원수요보다 많이 팔면 좋은 거 아냐?"



지금도 저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_-;;


그리고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높은 비율로 존재하더라구요. 사유를 물어보면 대개는 가정교육이라고 하더라구요. 그건 존중.
하지만 전 집에서 엄마한테 "배부르면 그만 먹어라"라고 교육받았습니다. 병원비가 더 나간다고. 꾸역꾸역 먹어서 살 밖에 더 찌냐고.
그렇다고 밥을 적게 하시진 않았어요.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데 모자라느니 넉넉한게 낫다구요. (손 작은 할머니 밑에서 시집살이 허시면서 밥이 모자라면 본인이 덜 먹어야 하는 며느리 생활이 좀 기셨어요.)

그래서 전 아직도 밥먹다가도 배 차면 그만 먹습니다. 상대방과 먹는 속도를 맞추는데에 신경을 쓰거나 윗분과 함께 있거나 얻어먹을 때 복스럽게 먹는 식사예절을 지키기는 하지만 그릇에 담긴 모든 걸 먹어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부페도 마찬가지에요. 가져온 게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중간에 배가 찰 수도 있고, 그냥 질릴 수도 있잖아요?
이건 부페에 가는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부페라는 장소의 형식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행동 유도의 결과에요. 돌면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접시는 계속 치워 주고, 과금은 일정하고, 요금 자체는 비슷한 퀄리티의 음식을 적당하게 먹었을 때보다 높죠. 이건 사치/낭비하고 싶은 욕망을 풀어놓으라고 만들어진 구조잖아요. 저기서 (평소에 환경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그 돈 내고) 아껴먹고 배부를 때까지만 먹고 접시에 놓인 건 싹싹 긁어먹고 나오는 건 상당한 수준의 인격도야가 필요할걸요.

음식낭비가 싫으면 부페에 이미 들어간 개인을 탓하지 말고 부페 자체을 탓하거나, 그냥 개인적으로 음식낭비가 되는 현장에 있는 것이 괴로우면 다른 형식의 음식점에 가야죠. 보통 반찬 리필은 계속 되지만 한 번에 나오는 찬의 양은 적은 백반집이 제일 음식물 쓰레기를 안 남기고 먹게 되더라구요.

구조를 바꾸면 해결되는 일을 개인의 도덕성에(혹은 비난에) 의해 해결하려고 하는 건 비효율적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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