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작인데 한국에선 1987년에 개봉을 했군요. 제 기억보다 오래된 영화였어요. 전 89~90쯤으로 기억 했는데 35년 전이었다니... ㄷㄷㄷ 

 암튼 런닝타임은 1시간 50분. 영화 특성상 스포일러 같은 걸 따지는 게 좀 민망합니다. 너무 뻔해서요.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이 글도 도입부 요약 같은 건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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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완벽하게 잘 생겨서 재미가 없어 보일 정도... 라는 느낌의 그 시절 탐 아저씨.)



 - 해롤드 팰터마이어의 'Top Gun Anthem'과 함께 항공모함의 갑판 위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움직이는 걸 간지나게 보여주는 도입부를 보며 문득 이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전에는 이 영화를 전투기 덕후들의 로망을 모아 담은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이 영화는 전투기 덕후들의 로망을 표준화해서 전파한 영화였습니다. ㅋㅋㅋ 이후에 전투기 관련해서 만들어진 간지나는 영상물들의 모든 필수 요소가 다 들어가 있는 오프닝이더라구요. 전투기는 멋져서 좋은데 어디의 무엇이 특별히 멋진지는 알지 못하던 초짜 덕후들에게 최상급의 샘플을 만들어 보여준 거죠. 보아라, 이런 것이 전투기의 매력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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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은 앞으로 평생 이런 걸 좋아하게 될 거야. 라는 토니 스콧 말씀. 명복을 빕니다.)



 - 흘러간 그 시절 유행을 아주 선명하게 담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영화가 무슨 뮤직비디오 모음집 같아요. 한 시간 오십분짜리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라고 해야 하나요. 줄거리도 있고 인물들도 있고 사건들도 있고 감정들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사건들과 감정들이 아니라 그 사건들과 감정들로 인해 보여지는 '멋짐'입니다. 대표적으로 파일럿들의 비치 발리볼 장면 같은 게 그렇죠. 몇 초만 살짝 보여주고 넘어가면 될 인서트 격의 장면을 케니 로긴스의 'Playing With The Boys'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서 노래 한 곡이 거의 다 흘러 나오도록 쓸 데 없이 길게 보여줘요. 영화 거의 전체가 이런 식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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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왜 이런 쓸 데 없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지 너무나 잘 알겠습니다?)



 - 당연히 이야기와 드라마, 캐릭터, 갈등과 그 극복,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까지 거의 모든 것이 얄팍하고 가짜 같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같은 건 문제가 아니에요. 아니 오히려 배우들은 잘 했죠. 근데 저엉말 전형적인 '안하무인 사고뭉치 천재가 철 드는 이야기'를 그냥 간신히 형태만 갖춘 레벨로 툭툭 끊어서 던져대고, 그 와중에 큰 의미 없는 장면들은 아주 간지나게 찍어서 길게 길게 보여주니 관객으로서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집중을 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것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매버릭이 자신의 과오 때문에 좌절하고 고통 받는 전개가 나오는 '진지하고 심각한' 부분의 연출이 영화 전체에서도 특출나게 구립니다. 특히 음악이 정말 최악이에요. 지이이인짜 진부하고 식상하기 짝이 없는 음악이 길게 나오며 '슬퍼하는 나도 정말 멋져!'라는 느낌으로 매버릭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데 정말... 얼른 지나가 버리기만 바라며 버텼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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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본 '원초적 본능'의 민폐 주인공 친구는 이름이 거스였는데 이번 민폐 주인공의 친구는 닉네임이 구스...)



 -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투기의 멋짐 표현에 있어서는 뭐 두 말 하면 손가락만 아플 정도로 끝내줍니다만. 정작 도그파이트 장면들은 보면서 살짝 음...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투 상황이 화면에서 보여지는 정보만으론 그렇게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아요. 만드는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등장 인물들이 쉬지 않고 상황을 설명하며 액션을 벌여주긴 합니다만. 보는 입장에선 그저 '전투기가 간지나게 난다 -> 뭐라고 설명을 한다 -> 전투기가 간지나게 공격한다 -> 암튼 뭔가 한 대가 격추된다' 의 반복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재밌진 않았습니다. 그냥 오프닝의 항공모함씬이 최고였던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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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간지나면 되는 겁니다!!!)



 - 그래서 재미가 없었니? 라고 누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순 없어요.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그 중 80% 이상은 '탈 것 영상물'의 장인이었던 토니 스콧의 간지나는 영상 연출 구경의 재미였구요. 15% 정도는 리즈 시절 비주얼을 팡팡 터뜨려대는 톰 크루즈와 켈리 맥길리스, 발 킬머에다가 무명 시절의 멕 라이언, 팀 로빈스 구경하는 재미였고. 나머지 5%는 '그 시절 영화들은 이렇게 만들어도 욕 안 먹었지! ㅋㅋ' 라는 탑골 무비 재감상의 재미였던 것 같아요. 현재 기준으로 이 걸 잘 만든 영화냐고 묻는다면, 긍정적인 대답은 절대 무리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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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참 해맑고 고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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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은 3년 뒤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 시절이 훨씬 비주얼에 물이 오르셨던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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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한국에선 톰 스커릿보다 마이클 아이언사이드가 더 네임드였죠. V의 햄 테일러는 제 최애 캐릭터였던. ㅋㅋ)



 - 제가 지금 이 영화를 칭찬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만 덧붙인다면요.

 전투기 나오는 장면들마다 티비 화면 1미터 앞으로 다가가서 최대한 화면을 크게 느끼면서 봤어요.

 얄팍한 인물들과 아무 감동 없는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투기를 좋아하거나 좋아했던 사람들, 특히 F-14를 최애 전투 병기로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들에겐 최고의 영상 선물 셋트입니다. 아마 '매버릭'을 만드는 사람들도 비슷한 놈들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이미 퇴역한지 오래인 F-14를 박물관에서 끄집어 내서 날리는 무리수까지 뒀겠죠. ㅋㅋㅋ 

 암튼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매버릭'을 기다립니다. 이야기고 뭐고 됐으니 'Top Gun Anthem' 크게 틀어 놓고 F-14 간지나 확실히 보여주면 전 만족하고 극장을 나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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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년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 글 적는 내내 이걸 재생하고 있었죠.

 


 영화 보기 귀찮으신 분들은 이것만 보셔도 돼요. 이 영화의 정수는 여기에 있습니다. ㅋㅋㅋ



 ++ 사실 할 말은 더 많지만 오늘은 다 생략하고 짧게(??) 마무리합니다. 오자크 파이널 시즌이 드디어 떴거든요!!! 루스!!!!!!



 +++ 아 맞다. '매버릭' 기다리는 건 기다리는 거고, 이걸 어제 본 가장 큰 이유는 넷플릭스에서 곧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정말 곧 맞아요. ㅋㅋ 4월 30일 종료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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