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3 00:24
- 이런저런 사정으로 1995년에 한국 개봉한 걸 분명히 기억하지만 1994년산이었군요. 런닝타임은 102분. 역시 스포일러 있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머릿 속에 울려퍼지는 캘리포냐 드림. ㅋㅋㅋㅋ)
- 다들 아시는 이야기지만 습관적인 무쓸모 설명 타임.
두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에 각각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형식이죠. 두 이야기는 야식 파는 식당을 고리로 아주 느슨하게 연결되구요.
1번 이야기는 실연당한 경찰이자 통조림 성애자 금성무씨와 어둠의 금발-레인코트-선글라스 여성 임청하의 짧은 인연을 그리구요. 2번 이야기는 야식 가게를 배경으로 실연당한 경찰(또?) 양조위씨와 지구 최강 '캘리포냐 드림' 찐팬 왕정문씨가 엮이는 이야기... 라고 뭐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다 아시는데. ㅋㅋㅋ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라면 네 주인공이 엮이는 식의 전개가 나올만도 한데 그런 거 없습니다. 각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다른 이야기에 살짝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만. 옛날에 어디서 읽었던 바에 따르면 마지막에 네 주인공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장면을 찍긴 했는데, 그냥 내다 버렸대요.
(1번 주인공 팀. 이 분들도 분명 센세이션이긴 했지만...)
- 일단 이 또한 '동사서독'이 낳은 작품이라는 거, 역시 다들 아시겠지만 그냥 언급해 봐요. 결국 '동사서독' 하나 때문에 '동성서취'도 나오고 '중경삼림'도 나왔으며 이 두 편의 흥행이 '동사서독'보다 훨씬 나았으니 결국 왕가위는 '동사서독' 프로젝트에 집착하길 잘 한 거네요. ㅋㅋ 특히나 이 중경삼림 같은 경우엔 한국에선 완전 문화 현상급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이후 왕가위 영화들 흥행에도 도움이 됐구요. 이 영화가 없었다면 이후 왕가위의 커리어가 훨씬 퍽퍽해지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2번 주인공 팀의 인기가 워낙 압도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아비정전'을 보고 이 영화를 이어서 보니 뙇! 하고 먼저 와닿는 건 가볍고, 심지어 종종 활기까지 느껴지는 분위기입니다. 촬영 방식도 헬드핸드를 기본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아졌구요. 아니 뭐 여전히 주인공들은 아비정전 인물들의 변형이긴 해요.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현실의 공간 속에 진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줍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비정전은 마치 주인공들만 살고 있는 세계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그나마 그 주인공들 조차도 유령 톤이고(...)
암튼 요 중경삼림에는 왕가위식 간지 없이 걍 평범하고 심지어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모습들이 계속 나와요. 그래서 결국에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을지라도 훨씬 보기가 편하더군요.
(이게 임청하의 은퇴작이었다는 걸 이제사 알았네요. 근데 은퇴작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얼굴 한 번도 안 보여줌...)
- 덧붙여서 주인공들도 '아비정전'이나 이후에 완성된 '동사서독'의 주인공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뭐 놓쳐 버린 사랑 때문에 우울 느릿하게 분위기 잡고 늘어지는 인간들이고 이 또한 비평가들이 '홍콩 반환에 대한 블라블라' 공식에 집어 넣고 싶어지는 캐릭터들인 건 맞는데요. (특히 남자들.)
그래도 얘들은 그 상처를 덮고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요. 본인이 하지 않으면 상대 여자 캐릭터가 멱살 잡고 캐리하더라도 어쨌든 분명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두 이야기의 결말 모두 나름 희망적이고. 특히 양조위-왕정문의 이야기는 대놓고 로맨틱 폭발하는 해피 엔딩 아닙니까!!! 우왕!! 당신도 할 수 있군요 왕가위!!!!
(사랑을 쟁취하는 우렁각시... 라는 건 결과론이고 행동을 도통 종 잡을 수 없는 게 그냥 미친 분이라는 느낌. ㅋㅋ)
- 이야기의 톤이 이렇게 상대적으로 가볍고 밝아지다 보니 같은 '왕가위 스타일'도 좀 다른 느낌을 주는 게 재밌었습니다.
'아비정전'이 유럽 아트 필름의 왕가위식 해석이라는 느낌, 많이 무겁고 가라앉은 느낌이었다면 이 '중경삼림'의 이야기들은 종종 팬시하게 어여쁜 느낌들을 줍니다. 그게 일단 시각적으로도 미장센이나 작품 속 소도구 같은 것들을 예쁘고 귀여운 것들로 배치한 영향이 크구요. 대사들도 뭔가 간질간질한 느낌으로 로맨틱한 게 뭔가 무라카미 하루키 옛날 단편 대사들 같기도 하구요.
덧붙여서 금성무, 왕정문의 캐릭터들 힘이 커요. 금성무는 아무리 왕가위식 나레이션을 읊어도 생긴 것부터 넘나 순둥하고 귀여운 느낌이라 울적해지지가 않구요. 이 영화의 왕정문은 그냥 존재 자체가 활력, 발랄함이니까요. 특히 나중에 양조위 집에 숨어들어가 우렁 각시 놀이하는 장면들은 대책 없이 그냥 귀엽고 사랑스러웠죠. 그게 기본적으로 범죄라는 건 일단 눈감고
(팬시하게 술잔을 쌓고 팬시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팬시한 얼굴의 금성무씨라든가)
(팬시한 인형과 팬시한 어항 사이에서 팬시한 연기를 시전 중이신 양조위씨라든가... 를 맘껏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뭐 까놓고 말해서 지금 이 시국에 이 영화를 보는 제 또래 한국인들이라면 아마 다른 측면으로의 재미를 가장 크게 느낄 겁니다.
이후 수년간 이어졌던 한국에서의 인기, 그 영향력을 확인하는 재미가 가장 컸어요. ㅋㅋ 정말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이후 한국의 대중 문화에서 끝도 없이 카피되고 반복되고 현지화되며 이어졌었죠. 스텝프린팅 같은 촬영 기법에서부터 이야기 구조, 영화의 정서, 그리고 뭣보다 두 여자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정말 민망할 정도로 그대로 카피되어 수많은 영화, 드라마, 광고 속에서 생명을 이어갔구요.
그 중에서 지금 와서 볼 때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왕정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캐릭터가 이후 한국의 수많은 영상물들에서 여성 캐릭터의 표현 범위를 넓혀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수억 개의 변종들이 떠오르더라구요. ㅋㅋ 그만큼 그 시절엔 참 신선한 캐릭터였고, 동시에 지금 봐도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말은 안 되는 환타지 캐릭터지만요. <-
(저 헤어 스타일, 저 옷까지 모두모두 넘나 익숙한 것...)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게 봤습니다.
아주 밝고 희망찬 버전의 '아비정전'이었어요. 심지어 영화가 귀엽고 예쁘기까지 해서 팬시한 영화라는 기분까지 드는.
사실 (이 또한 좀 위험한 발언이지만) 지금 보기엔 정말로 많이 간질간질한 대사나 장면들도 많습니다만. '거장 왕가위님하!!!' 같은 생각 비우고 애초에 가벼운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것도 충분히 즐길만 했어요. 특히 양조위가 비누와 수건에게 날리는 대사와 나레이션 같은 건. ㅋㅋㅋㅋㅋ
결과적으로 전 '아비정전'보다 이 영화를 훨씬 즐겼습니다. 역시 전 가벼운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듯.
혹시 아직도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그냥 한 번 보세요. 달착지근 갬성을 격하게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21세기 관객들도 대부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냥 대중적으로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 '캘리포니아 드림'이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나오고 또 나오고 다시 나온 후에 또 또 계속해서 나왔을 줄이야. ㅋㅋㅋㅋㅋㅋ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더라구요.
++ 최근에 왕가위 영화들의 각종 리마스터, 리덕스 버전들이 올라왔는데. '열혈남아', '아비정전'은 그런 버전이 아니었구요. 요 '중경삼림'은 리마스터링 버전 딱지가 붙어서 그런지 확실히 화질이 좋습니다. 다만 사운드는 여전히 그냥 스테레오네요.
+++ 계속 왕페이, 왕비가 아니라 왕정문이라고 적은 건 걍 라떼부심으로 이해해주십... (쿨럭;)
++++ 갑자기 이 영화에 재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중경삼림보단 타락천사에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만)
몇 년 전에 재생하다가 초반 몇 분만에 꺼버렸는데요. 어차피 어색하고 별로겠지만 그냥 풀지 못한 호기심 같은 걸로 남아 있는 영화네요.
2022.04.13 04:21
2022.04.13 10:43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 ㅋㅋㅋ 요즘 보기엔 많이 간지러운데요. 당시엔 참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갬성을 울렸던 대사죠.
워낙 '고독한 나' 들이 우루루 나와서 고독을 자랑하는 영화들이라 나레이션 기법이 필요했기도 하고, 또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2022.04.13 10:56
2022.04.13 13:04
그 대사는 오히려 중경삼림보다 이 영화에서 더 잘 써먹은 것 같아요. 아마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원조이고 중경삼림이 다음인 걸로 착각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거겠죠. ㅋㅋ
2022.04.14 02:57
2022.04.14 03:23
2022.04.13 10:11
2022.04.13 10:46
'타락천사'는 애초에 '중경삼림'에 포함될 이야기였다고 하니 그래도 변명(?)의 여지는 있죠. ㅋㅋ 아비정전 같은 거(?)를 만들어 놓고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 놓고서도 끝끝내 동사서독을 완성해버린 그 의지는 정말 뤼스펙 할 수밖에 없는 것 같구요.
진짜 엑스세대 힘이 컸죠 중경삼림은. ㅋㅋㅋㅋ 맨날 언론에서 '나는 남들과 다르다! 는 엑스세대!!!' 이러며 추켜주고 붐업 시키던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뭐 이제 다시 봐도 뭐가 나오진 않겠죠. 다시 나올 게 있었다면 진작에 발굴되고 재평가 됐을 테니까요. 그냥 호기심입니다. ㅋㅋ 아직도 iptv 무료 vod에 있는지 확인부터 해봐야겠어요.
2022.04.13 10:51
왕가위 영화 한국에서 카피된 거 말씀하시니까 이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타락천사에서 이가흔의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가 난다"를 카피한 광고로 김선아씨가 얼굴을 알렸던 것도 생각나네요 ㅋ 홀리데이 인 서울은 비디오로 빌려봤었는데 아직 영화보는 눈이 그닥인 시절에 보기에도 심각한 열화판 모방품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더라구요.
왕가위 필모에서 그래도 역시 가장 대중적이고 입문작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전체 정주행 안하고 그냥 한 편만 생각날 때 고르는 작품도 이거네요. 말씀대로 가장 밝고 희망적으로 끝나는 왕가위 영화이기도 할 것이고
진짜 첫번째 이야기에서 임청하가 마지막으로 남긴 캐릭터의 포스도 대단했고 금성무도 귀엽고 훌륭한 완성도인데도 불구하고 두번째 이야기가 강해도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ㅎ 분명 둘 다 좋은데 감상평 얘기하라면 자연스럽게(?) 두번째를 많이 하게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작품 전까지 양조위를 동시대 다른 홍콩 남자스타들 중에서 그렇게까지 특출나게 느끼진 못했었는데 여기서는 진짜 어후.. 그냥 너무 멋있고 잘생겼고 연기도 죽이고 이런 단순한 표현밖에 못하겠네요. 마지막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눈빛에 영화 보고있는 제가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었죠. 박찬욱도 깠던 손발 오그라드는 방안 물건에다가 독백하던 대사도 양조위니까 그나마 저정도 이해되는 수준에서 살렸지 싶네요 ㅋㅋ
왕정문 표기 이거 좋은데요? 저도 라떼감성을 은근히 그리워하는 사람인지라... 예전 로맨스물 같은데서 주인공이 상대역의 마음을 얻기위해 나름 과감하게 한다는 짓들이 요즘의 상식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폭력적이거나 스토커 수준이었던 경우가 참 많은데 여기서 왕정문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그냥 그 때 감성으로 봐도 사이코 스토커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때도 지금도 일말의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연출을 교묘하게 잘한 것일 수도 있고 왕정문의 매력이 이 모든 걸 무시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둘 다겠죠.
이 영화 덕분에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뜬금없이 어느 때라도 귓속에서 재생될 수 있는 잊혀질 수 없는 곡이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영화 안에서 라디오는 꺼졌는데 드림스의 왕정문 버젼이 나오면 엔딩으로 이어질 때의 폭발하는 감성도 대단하죠. 왕가위 영화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도 이건 거부하기 어렵지 않을지
2022.04.13 23:47
그 광고 아주 히트였죠. ㅋㅋ 방금 타락천사를 다 봤는데 그 장면 보고 살짝 웃었어요. 다만 옛날 기억과 달리 그렇게까지 간지나는 장면은 아니더군요. 아마도 대사빨의 효과가 컸던 듯.
아무래도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려면 좀 가볍고 밝은 내용이 좋겠죠. 중간중간 봐도 '명장면'스러운 장면이 꾸준히 나오고 좋은 음악이 계속 흘러 나오고요.
제 기억에도 양조위의 한국 인기에 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이 영화 전까진 양조위 좋아한다는 사람을 별로 못 봤어요. '천녀유혼3' 주인공이 왜 양조위냐고 화내는 사람은 본 적 있습니다만. ㅋㅋㅋ
왕정문 캐릭터의 만행에 대해선 그 당시 사람들은 범죄라고까지 생각은 안 하고 봤던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당시 기준으로도 당연히 범죄 맞긴 한데, 당시 사람들 갬성은 진정한 사랑을 위한 순수한 행동이라면 뭘 해도 대략 괜찮다... 이런 식이었기도 하고. 또 세기말 젊은이 정서상 어느 정도 일탈은 범죄가 아니라 낭만이자 간지 같은 것으로 보였던지라.
어쩔 수 없는 타협으로 나온 결과물이었던 '열혈남아'와 달리 왕가위 본인의 의도로 뽑혀 나온 발랄 달콤 감성 영화라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존재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 우울 정서로만 너무 꽂히지 말고 이런 풍의 영화도 가끔 하나씩 뽑아줬음 참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좀 이상한 얘기지만 '화양연화' 시절 정도의 감성 레벨로 중경삼림풍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2022.04.14 00:37
묘하게 엇갈리거나 애초부터 답이 없는 남녀관계를 자주 다루는 주제에 막상 왕가위 본인은 첫사랑인가 하여간 젊은 시절에 만난 애인이랑 결혼까지 골인해서 백년해로 하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자기는 안그러면서 본인영화 주인공들은 괴롭히는 참 나쁜? 사람이네요 ㅋㅋ
2022.04.13 12:59
2022.04.13 23:49
예쁜 건 금성무, 폼 나는 건 양조위인데 오늘 직장에서 제 또래 사람들과 이 영화 얘길 하니 여성분들은 거의 금성무 얘기만 하시더라구요. ㅋㅋ 그만큼 당시에 참 임팩트 있는 비주얼이었죠.
인기 많은 대세 영화인 경우엔 개봉 당시에 확 봐버리지 않으면 나중엔 오히려 안 보게 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영화가 엄청 많아서요. 작년부터 그런 영화들을 조금씩 해결해주고 있는데 목록이 하도 길어서 봐도 봐도 끝이 없네요. ㅋㅋ
2022.04.13 22:23
2022.04.13 23:50
실제로 보실진 모르겠지만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ㅋㅋ 완성도와 관계 없이 왕가위식 쓸쓸 고독 갬성과 안 맞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영환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 가장 거부감이 적을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당도가 좀 높아서 그 쪽이 문제가 될 순 있겠습니다.
2022.04.14 03:23
2022.04.14 13:44
직장에서 또래 동료들에게 이 영화 얘길 꺼냈더니 다들 반색을 하더라구요. 그 세대 사람들에겐 다들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세대의 명작(?)인 것 같아요. 다들 금성무 양조위 칭찬하고 왕정문 귀여웠다며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니깐 당장 봐야겠다고까지. ㅋㅋ 물론 동사서독 같은 얘길 꺼내면 전혀 다른 반응이(...)
저도 캘리포냐 드림보단 드림스를 더 좋아했어요. 제 경우엔 애초에 크랜배리스 버전으로 알고 있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가사가 중국어네? 하고 놀랐던 기억이.
편의점 막 생기던 시절 얘길 하시니 갑자기 아련해지네요. 난생 처음 들어가봤던 편의점 생각도 나구요. 학교 앞이었는데 슬러시가 대히트였어요. 컵 하나 들고 가서 셀프로 떠오는 시스템이라 다들 잔뜩 떠서 입에 가득 넣고 다시 받아서 계산했던(...)
뭔가 시대별로 젊음의 모습이나 느낌이 다 다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젊었던 시절에 기억에 새긴 젊은 모습들에 특별한 애착과 감흥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가 그냥 단순한 꼰대질이 아니라 그런 감정이 담겨 있는 거였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ㅋㅋ
2022.04.14 11:06
1. 이 글을 '듀게체' 의 최종진화형으로 자리시키고 싶습니다.
2.금성무 대사를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싶다.' 식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군요. 이건 선리기연 대사고 중경삼림의 대사는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해야지." 입니다.
3. 극장 개봉버전과 VHS버전에서는 양조위가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유명한 장면에서 <몽중인>이 큰 볼륨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후의 DVD나 블루레이 버전에서는 이 장면에서 음악이 제거된 채 거리 소음과 비행기 소리만 들리죠. 2020년 리마스터링 버전에서 다시 이 장면에 <몽중인>이 울려 퍼지는데, 오리지널 버전을 본 사람 입장에선 이게 주는 감흥이 꽤 큽니다.
2022.04.14 13:51
1. 듀게의 문체를 대표하기엔 저속한(!) ㅋㅋㅋㅋ의 빈도가 너무 높지 않을까요.
2. 와. 영화를 보고 바로 다음 날 적은 글인데도 그걸 틀렸네요.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통조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분명하게 '기억'의 유통기한이었는데 왜 그걸 제 멋대로 사랑으로 바꿔 기억한 걸까요. 선리기연 파워인가... ㅠㅜ
3. 저는 이후의 DVD나 블루레이 버전을 본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의 감흥은 놓친 게 되어 버렸군요. 다시 돌아온 줄은 모르고 그냥 봤어요. 물론 그 장면 자체는 아주 좋았구요.
2022.04.14 11:07
4. '홀리데이 인 서울' 은 어떻게 볼 수 있나요?
2022.04.14 13:52
각종 iptv에 vod로 서비스 되고 있는 걸로 알구요.
네이버 시리즈 온에도 있네요. 대여 1540원이라는데 아마 제가 예전에 iptv에서 무료로 봤던 기억이 나서. iptv로 볼까 생각 중입니다.
유통기한 관련된 대사가 잘못 기억되는 영화같습니다 왕가위 영화는 나레이션을 꽤 오래 써먹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