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작입니다. 제가 최근에 본 영화들 개봉 연도가 다 비슷비슷하네요. ㅋㅋ 런닝타임은 1시간 44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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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쌩뚱맞게 한글 고화질 포스터 이미지가 보여서 낼름!)



 - 장소는 성당. 어리버리한 인상의 신부 아저씨가 좀 더 중후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인상의 신부 아저씨에게 말을 겁니다. 자기가 성서의 요한 계시록 분석에 성공했대요. 그래서 적그리스도가 나타나는 날을 알아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도와달라고 하고, 승낙을 받는 순간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중후한 신부 아저씨는 사망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거창한 건지 거창하게 웃기려는 건지 헷갈리는 음악을 깔고서 거의 10분간 거의 아무 대사 없이 주인공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 양반이 하는 일이란 밤중의 마드리드 시내를 헤매면서 영문 모를 소심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겁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설명되구요, 결국 그러다가 아주 하찮은 동료를 하나씩 영입하네요. 그렇게 동방박사 3인조를 구성한 후 우리 신부님은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한 거대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제한 시간은 단 하루!!! 우리 어리버리 군단은 세상의 멸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근데 정말 세상의 멸망이 닥치기는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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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어리버리 신부님.)



 - 지구 멸망 오컬트물이야 뭐 흔하죠. 정확히 말하자면 흔했습니다. 시대적 분위기상 세기말에 많이 쏟아져 나왔던 것 같고, 신세기 & 뉴밀레니엄이 펼쳐진 이후론 좀 잠잠해졌지만 그래도 잊을만 할 때마다 뭐 하나씩 튀어나오고 있구요. 그 중에 요한 계시록에 바탕을 둔 종교적 이야기는 그냥 주류 스토리여서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역시 특별할 건 없습니다. 일단 시작 부분에선 그래요.

 하지만 초반부터 뭔가 좀 이상하다... 싶은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중반쯤에 도달하면 깨닫게 되는데요. 이 영화엔 확실한 차별점이 있습니다. '하찮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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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 메탈이 사탄 숭배자들의 음악이라지? 라는 천진난만 우리 신부님)



 - 처음에 말했듯이 우리의 신부 아저씨 캐릭터부터가 문제입니다. 그냥 딱 봐도 전혀 믿음이 안 가게 생겼어요. 어리버리 신부가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에 나왔어야 어울렸을 인상인데... 음. 어리버리 신부가 주인공인 코미디 영화 맞네요. ㅋㅋ 암튼 그렇게 생겨서 내내 진짜로 어리버리합니다. 악마를 소환해 보겠다고 한다는 짓이 레코드 가게에 가서 데스 메탈 앨범을 추천 받아 구입하는 것이고. 백 워드 마스킹을 하면 뭐 나오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 양반은 요한 계시록은 해독(?)했어도 문제의 해결법은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기껏 찾아낸 '전문가'라는 게 멍 때리며 티비 보다가 발견한 티비 오컬트쇼 진행자에요. 딱 봐도 사기꾼 향기가 그윽한 이 아저씨는 당연히 진짜로 사기꾼인데, 이 사람이 좀 더 빡세게 벌어보자고 낸 엉터리 오컬트 책을 공부하며 세상을 구하려고 하니 더더욱 어설프기가 짝이 없겠죠. 


 이렇게 '적그리스도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거대한 목표와 그걸 수행하는 인물들의 허접스러움이 이루어내는 부조화, 그로 인한 유머가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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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꾼 아저씨의 그냥 막 대충 적은 책으로 열심히 그린 마법진!)



 - 아마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중 대다수가 '그래도 그것도 흔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실 텐데. 음.

 포인트는 이 영화가 이 주인공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는 겁니다. 하찮고 바보 같지만 주인공은 자신이 하는 일에 매우 진심이고 나중에 합류하는 두 명의 조력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주인공만큼 하찮고 주인공만큼 진지합니다. 그러니 이 영화의 웃음은 그냥 애초에 '가볍게 웃어보세요~' 라고 의도된 웃음과는 성격이 좀 달라요.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가 주인공에 대해 걱정하거나, 주인공이 저지르는 일들에 대해 우려를 품진 않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 녀석들은 참으로 걱정이 됩니다. 주인공들도 걱정이 되고, 주인공들이 저지르는 일도 걱정이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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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이 한 몸 바쳐 중범죄를 시전 중인 우리의 신부님!!!)



 - 영화의 이런 성격은 중반 이후에 빛을 발하는데요. 본격적으로 주인공들이 악마 맞이 준비에 나서는 순간부터 이 양반들의 계획은 아주 위험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계획이 되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져요. 그래서 단순한 찌질 궁상 코미디였던 영화가 갑자기 복잡해지죠. 맘 편히 주인공들을 응원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동시에 약간의 스릴도 생겨요. 과연 주인공들이 하는 짓이 진짜 적그리스도와 연결이 될 것인가! 가 되게 진지한 문제가 되니까요.

 결국 이 모든 소동이 다 뻘짓이라면 주인공들은 용납받을 수 없는 중범죄자가 되고, 관객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으니 애가 탑니다. 또한 마지막에,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순간에는 나름 조금은 진지한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해요. 초반의 하찮은 코미디를 보던 중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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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우리 신부님은 세상을 구하는 걸까요 그냥 미친 놈이 된 걸까요.)



 -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가 무섭지는 않습니다. 웃기다가, 불쾌하게 웃기다가, 나중엔 불길하고 어둡게 웃기는 식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잘 만든 영화에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흐르고 비주얼도 37년 세월 + 저렴 제작비 콤보를 감안할 때 정성들인 미장센으로 지금 봐도 괜찮게 잘 뽑아냈구요. 웃기기는 상당히 웃기고 막 무섭진 않아도 놀래키거나 긴장 시키는 장면들이 적지 않고. 뭣보다 결말에서 예상치 못 했던 페이소스를 뽑아내는 솜씨가 꽤 훌륭했습니다. 그 해에 이런저런 상도 타고 국제적으로 주목 받은 게 당연했던 수작이었네요.

 호러 분위기로 웃기는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본격 오컬트! 같은 걸 기대하면 조금 실망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잘 만든 영화'니까 어지간하면 재밌게들 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되게 오래 전부터 보고 싶어한 영화였는데 근래에 쌩뚱맞게 vod 서비스에 올라와서 냉큼 봤어요. 검색해보니 현재는 올레tv하고 시즌 서비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유료지만 전 제 비싼 요금제 덕에 일단 무료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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