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6 15:44
The Cakemaker, 2017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라는 이스라엘 감독작입니다. 소품같이 보이지만 감독에 의하면 8년 준비했다고 하고, 내용이 풍부한 영화입니다.
토마스는 작은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파티쉐인데 한 달에 한 번 베를린에 출장오는 유부남인 이스라엘 사람과 연인관계가 됩니다. 이 사람과 연락이 끊기고 어찌어찌 겨우 이스라엘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돼요. 연인의 흔적에라도 가까이 가고자 예루살렘으로 가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내 아나트가 꾸리고 있는 찻집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인의 아들과 주변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쿠키와 케이크도 굽게 되고... 그 과정에 관객은 토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생활, 관습, 규범 같은 것을 접하게 됩니다.
말 없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이 과묵한 편이에요. 고통스런 사건 직후이니 그렇기도 하지만 발랄한 장면은 없습니다. 케이크만이 그 우울함을 누그러뜨리고 인물들을 연결해 주곤 합니다. 달콤한 것들이 그래서 좋은 거죠. 그리고 제 경우 내용 이입에 방해를 받곤 했던 주인공들의 탁월한 외모로 인한 불만이 이 영화에선 없습니다. 토마스는 살집도 있고 머리도 이른 나이에 꽤나 벗어져서 스타일이 좋은 사람이 아니고 아나트 역시 담배 많이 피우는 사람 특유의 메마른 피부에 주름과 잡티가 많은 외모죠. 그렇다고 이 사람들의 상황이나 개성이 덜 살아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토마스의 경우 독일 사람이나 북유럽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녹색? 연푸른색?의 눈빛이 아주 신비하고 매력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요. 보통 사람도 다 가까이서 보면 예쁜 부위가 있지 않습니까?
민족이나 관습이나 성적 취향 같은 것들, 우리가 갖고 있는 타인에 대한 그러한 마음의 경계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허물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민족, 관습, 성적 취향 같은 것들을 움켜 잡고 주장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무엇이 그런 경계들을 허물 수 있게 하는가 조용조용 얘기하는 듯합니다.
베를린에서도 예루살렘에서도 외출복은 오직 이 점퍼로 해결입니다.
첨으로 주방에서 일을 배우는(ㅋㅋ) 토마스.
2021.10.16 16:29
2021.10.16 16:53
'서양골동양과자점' 일본 만화죠? 한국에서 영화로도 나온 것 같은데, 전 대충만 알고 안 봐서 확실하진 않지만 이 영화와는 많이 다르지 싶어요.
이 영화는 무척 좋게 보았습니다.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2021.10.16 16:36
저는....토마스가 너무 섹시해서 정신 못차리고 몰입했던 기억이......ㅎㅎㅎ
역시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가봅니다.
2021.10.16 16:55
어,,,저도 토마스 섹시하다고 생각하고, 정신은 차릴 수 있지만ㅎㅎ 좋아요. 스테레오타입의 스타일 좋은 배우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2021.10.16 17:32
오프닝에 케이크랑 커피 사먹는 씬 보고 저도 당장 카페로 달려가고 싶었었죠. 잔잔하다가 감정적으로 마지막에 강렬하게 휘몰아쳤던 기억이 있네요. 엔딩씬도 참 좋았고
2021.10.16 19:25
영화가 규모는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에다 짜임새 있고 좋았습니다.
건강에 아주 안 좋을 것 같은 영화로군요. '서양골동양과자점'의 현실판 같은 느낌도 좀 들구요. ㅋㅋ 좋게 보신 것 같으니 이 역시 체크해두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