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4 18:00
이건 정말 본받을만 하지 않나요?
제가 이 곳에도 몇 번 언급했던, 한국의 해외물 자막 번역의 문제점을 얘기하면,
"원래 자막은 짧고 간결하고 핵심만 전달하면 되고, 욕설은 순화해야 하며 블라블라....(하이고)"
이런 얘기가 많았고, 해외의 한국물에 비해, 한국의 해외물이 훨씬 오랜 기간 있었음에도,
자막 개선의 더딤은 고질병이었는데.
미국은, 이제서야 '자막 1인치 장벽을 넘기' 시작했는데,
자막의 문제점을 바로 뉴스 및 쇼(지미 팰런)로 이슈화 시켜버리고 관련 유튜브 컨텐츠도 쏟아질 정도예요.
'목숨 걸고 피가 난무하는 저 상황에서 당연히 욕이 나와야 할 거를 저렇게 순화시켰냐'
'오빠를 어떻게 올드맨으로 할 수 있냐'
등등
실제로 오겜 몇몇 영어자막을 보면,
'ㅂㅇ두쪽 달고 온갖 센 척은 다 하더니'를
'you acted like a tough guy'라고...
'ㅈ됐다'를
'i screwed up' (망쳤다)
오징어게임이나 디피에 몰입도나 현실감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전 상황에 맞게 (공감되게) 튀어나오는 온갖 욕설들이었거든요.
넷플릭스가, 전세계 컨텐츠를 안방에서 하나로 묶는 역을 하는 거엔 굉장히 성공했는데,
이제 숙제는 언어의 장벽 같아요. 최대한 작가와 배우의 의도에 맞게 번역하는 자막이,
단순 요점 전달용이 아닌, 실제 살아있는 대사가 돼야 하는 것 말이죠.
+ 물론 한국의 자막번역은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검열도 순화됐고.
개선의 속도, 문제제기 등을 얘기한 글이었어요.
2021.10.14 23:21
2021.10.15 01:23
조금 당황스러운데
1. 제 글의 초점은, '잘못된 번역에 대해 문제를 크게 제기하고 개선하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한 거지, 입에 풀칠하며 밤새고 번역일 하는 노고를 무시한 것도 아니고, 번역자의 재량 부족만 탓한 것도 아녜요. 당연히 자막 검수나 번역가 선정, 및 말씀하신 것처럼 충분한 시간을 줘서 야근을 하지 않고도 검토까지 할 수 있는 시간. 등등 여러가지 종합적인 개선에 대해서 얘기한 거죠. 욕설의 지나친 순화 문제는, '번역가 왜 그래' 가 아니라, '검열이 왜 그래'가 제 글의 맞는 의도였어요. '간결하고 핵심만 전달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 그니까 제 말이 간결하고 핵심만 전달이, (뭐 쓸데 없이 길면 간결도 좋지만), 대사의 맛이 없어진다라는 얘기를 한 거잖아요. 글자 수도 확 줄여야 하는 거면 더없이 검열의 문제가 맞네요.
2. 잘은 모르겠지만 말씀하신 내용을 보니, 한국 자막 번역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에 쫓기듯 번역해서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게 가장 큰 문제 아닌가 싶네요. 단순히 대사만 번역이 아니라 배우 표정 뉘앙스 분위기, 캐릭터의 성격 등등 디테일 수정할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이런 문제가 개선되면, 님이 욱하고 화를 낼 필요 없을만큼, 여유 있는 시간에 충분한 검토와 수정으로 더 좋은 자막이 나오지 않을까요?
2021.10.15 05:50
2021.10.15 16:50
2021.10.15 00:51
자막 번역에 대한 문제는 이미도씨 번역 논란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줄기차게 제기되었었지 않나요?
요즘 넷플릭스 번역들 보면 의미와 뉘앙스를 제법 잘 살렸다 싶어서 일부러 번역가 이름을 찾아보게 되는 경우도 있던데요.
뭐 얼마나 많은 정보와 의견을 취합해서 늘 한국과 외국을 일대일로 비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이 한국말을 잘 못써도 우리탓, 한국이 영어를 잘 못써도 우리탓.
주변 사람들과 꼰대들이 진보적이고 세련된 본인 수준 못 따라온다고 툴툴 거리시기 전에 산업과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상 이해를 먼저 해보려는 시도는 어떠세요?
2021.10.15 01:08
이미도, 조상구씨 뭐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번역한다고 했겠지만 제가 그 당시에 받은 느낌은 영화계 줄 잘 타서 지 멋에 사는 그런 사람들이었죠. 조상구씨가 '히트'에서 로버트 드니로 캐릭터의 대사를 고의로 오역하고 나서 그걸 언론에 자랑하듯이 얘기한 건 유명했죠.
2021.10.15 01:28
(님 뭔데 그렇게 삐딱해요? 좀 많이 당황스럽네요)
제 본문은 하나도 안 빠지고 잘 읽기는 하셨는지요.
1. 자막 번역의 문제가 제가 언제 한국은 심하고, 외국은 좋다라고 했나요?
한국도 외국도 둘 다 안 좋은데, 그 문제점을 외국은 저렇게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한단 글을 쓴 건데요?
그리고 제가 언제 '미국이 한국말을 잘 못 써도 우리탓' 을 했죠..?
'미국이 한국말을 잘 못 쓴 건 미국 탓'예요... 왜 그러세요.
2. '넷플릭스 자막 좋은 것도 있던데요' 네, 좋은 것도 있어요. '데드 투 미' 번역 너무 좋았어요.
예전보단 많이 개선 됐고, 그게 엄청 오래 걸렸지만.
3. 그니까 그 산업의 실상에 문제가 많아서 만족스럽지 못한 자막이 나온단 얘길 하는건데,
실상이 어떤지 공부를 하라느니, 뭔 돌림노래를 하세요.
아니 이 글에 왜 욱하고 내셔널리즘을 끌어들이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구요.
뭐라구요? 잘못된 자막 개선 얘기하는 게 '세련'될 일 씩이나 될 일인가요?
왜 시비조냐구요
2021.10.15 01:18
우리나라도 박모 번역가 때문에 이미 자막 문제가 뉴스에 크게 보도가 됐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다 비슷할 거에요. 넷플은 컨텐츠 쏟아져나오는 양도 워낙 많고 시간 맞춰서 완성하는 것에 급급하니 자막 퀄까지는 엄청 신경써주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겁니다.
2021.10.15 01:30
물론 넷플릭스가 전세계 유저들이 많다보니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도는 보이는 거기도 하겠죠.
뜻밖의 오징어게임 인기를 계기로 당연히 개선될 거라 생각돼요.
2021.10.15 01:34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당시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도 별 소용 없었던 걸 생각하면 히트 컨텐츠를 계기로 그게 될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물론 박모 번역가는 워너, 디즈니 코리아에서 싸고 도는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넷플릭스도 규모가 너무 커서 이걸 신경쓸 수 있을런지
2021.10.15 09:13
욕설을 한글의 수위에 맞게 영어로 번역하는게 일반 번역가가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죠. 네이티브 수준에 영미권에 오래 살아야 가능할테니 국내파 번역가가 하면 맛을 못살리는게 당연합니다.
제가 몇년전에 모 만화 사이트의 번역 요청을 거절한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구요.
2021.10.15 16:54
2021.10.15 09:33
위에 여러분이 말씀하셨지만,
저도 히트친 작품 한두개로 번역쪽 상황이 바뀔 것 같진 않고요,
그것보다는 번역 작업에 자부심을 가진 전문인력이 현장에 있느냐의 문제겠죠.
번역작업에 대한 (금전적인) 보수나 컨텐츠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한 업계 내 존중 등등이 근본적인 문제겠지만 그거야 어떻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그냥 황석희 처럼 훌륭한 번역가들이 몇 있는 데에 감사하면서 응원해주는 게 최선이지 싶긴 합니다.. 황석희가 어떤 영화를 작업하는 지에 대해 본인의 의향이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알 수 없어서.. 번역하는 작품까지 매번 취향에 맞아서 감사하는 중이죠.
데드풀 등 욕설과 희한한 대사가 난무하는 영화도 선을 조절하면서도 재기넘치게 번역했던 게 좋았어요.
한국작품에 대해서 영어 자막을 만드는 쪽에도 비슷하게 훌륭한 번역가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번역되는 컨텐츠가 많다보면 미국판 황석희 같은 분도 언젠간 나오겠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ㅎ
2021.10.15 14:29
번역 자막의 문제점이 일부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고 다수가 그건 뭘 모르는 이야기다라는 분위기였다는 것처럼 글을 쓰셔서 삐딱한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많은 번역가분들이나 업계의 노력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자막의 퀄리티 문제는 검열 문제, 가독성과의 트레이드오프, 번역에 주어지는 시간, 무엇보다 저렴한 번역비 등 쉽게 풀 수 없는 요인이 있고, 무엇보다 좋은 번역이 무엇인가는 매우 주관적이라는 문제가 있죠.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실상 무제한의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팬 자막을 만들어보아도, 제한된 글자수 내에 원문의 모든 내용을 담아 뉘앙스까지 문자로 전달하여 만족할만한 자막을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시청자가 그냥 눈과 귀에 들어오는 자막 몇개만 콕 찝어서 이런 내용이 빠졌다 저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다 지적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깔끔하게 가독성 유지하면서 좋은 번역을 하려면 한줄 가지고 30분씩 고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번역해서는 생계 유지가 어렵기도 하고, 납기 시한 맞추기도 어렵겠죠. 그러다보니 정말 욕먹어야 마땅한 성의없고 오역난무하는 자막도 참 많고, 경험이 훨씬 적은 한영번역은 그런 부분이 더 하겠죠. 개인적으로는 완벽한 자막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보단 그냥 내가 사랑하는 작품의 원어를 공부하는 게 더 빠르지 않나 싶네요.
그와 별개로 한국 작품을 해외에 계속 수출하고 싶으면 번역가 양성이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물론 오징어게임 번역이 저랬기 때문에 떴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문학번역원은 꽤 오래전부터 매해 한국문학번역상과 번역신인상을 수상하고 있는데, 영상 쪽에서도 이런 지원사업이 있으면 좋긴하겠네요.
2021.10.15 16:54
2021.10.15 22:37
왜 오징어 게임의 스페인 어나 이탈리아 어 자막은 제대로 번역되었나 따지지 않으시나요? 그 쪽은 아예 더빙을 하는 걸까요?
2021.10.16 03:53
이건 또 무슨 내셔널리즘이람....
제가 그걸 봤어야 좋은지 별론지 알죠. 뭐 별로겠죠 거기도. 발달하지 않았을테니. 전세계 누가누가 잘했나 무슨 올림픽 하나요..
과거에 영상 번역 일을 10년 넘게 해왔던 1인으로서 진짜 오랜만에 로그인을 하게 만드시네요. 뭐 특별히 딴지 걸려는 건 아니고요. 먼저 말씀하신 '자막은 짧고 간결하고 핵심만 전달하면 되고 욕설은 순화해야 하며'가 말은 쉽지만 진짜 힘들다는 걸 어느 정도 아시는지 모르겠고요. 뭐 욕설은 순화해야 하는 건 제가 번역일을 할 당시엔 삼성의 케이블 방송인 캐치원에서 방영한 사우스파크를 번역하면서 욕설로 랩송을 부르는 내용을 번역하는 고역은 둘째치고 번역의 90%가 검열 때문에 날아가서 거의 같은 순화된 단어들로 돌려막기할 때 뼈저리게 느꼈었는데 넷플릭스 정도이고 지금은 검열이 많이 순화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전 오징어 게임을 영어 자막을 틀어놓고 보지 않아서 번역 수준이 어떤지는 알지 못하지만 예시로 드신 걸 일단 보면 핵심은 전달했지만 그 느낌은 전달 못해서 까이는 것 같은데 이건 일단 번역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어떤 번역자를 선택하느냐는 제작진 혹은 넷플릭스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적인 번역자라면 양쪽 언어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잘 해야 하는데 그런 실력이라면 변역 일보다는 다른 일을 할 거란 생각이 들고요.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번역자라면 일단 한국어보다는 완성되는 영어쪽 표현을 더 잘 하는 번역자를 쓰는 게 맞겠죠. 다시 말해서 한국 문화와 언어를 잘 이해하는 영어 원어민 번역자를 썼어야 하는데 예시하신 번역을 보니 아마 영어를 잘 이해하는 한국어 원어민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암튼 과거 번역을 좀 했던 사람으로서 엄청난 오역을 저질렀거나 의도적으로 내용을 바꾸는 번역/오역을 하지 않은 이상(네 실제로 과거엔 그런 번역자가 있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를 자기가 일부러 바꿨죠) 너무 번역자를 욕하지는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번역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2,30년 전만 해도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정도의 봉급에(물론 같은 번역을 해도 극장용 영화는 꽤 많이 받았죠) 야근 식대도 못받는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밤샘을 밥먹듯이 했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물론 이건 제가 작은 번역 회사 소속으로 일할 때였으니 더욱 안 좋았던 거지만요. 암튼 좀 더 낫은 번역으로 우리나라 작품들이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