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은 안철수가 나온다고 벌써부터 설레발들을 치고 있지만 제가 2회독 한 결과 안철수는 아직까지 고민중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책이 어딘가에서 안철수가 나온다는 확신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언론들이 안철수가 '나온다'고 믿는 이유는 책의 구성이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집중되어 있어서죠. 대부분의 얘기들은 이미 언론 기사들로 전해져있기때문에 저까지 굳이 분석/해석할 필요는 없을듯하구요.


대부분의 정치인이 이런 책을 쓰면 백이면 백 대권에 나온다는 표시입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라는 것 안에는 '나만이'라는 주어가 빠져있죠. 정치인들은 본질적으로 다들 나르시스트들이고. 자기가 가장 잘난 줄 압니다. 그들에게 있어 목적은 대통령입니다. '어떤 나라를 만들것인가'는 일종의 '수단'이죠. 무엇을 성취하느냐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성취하느냐는 집권구상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정말 단 한 명을 빼곤은 이 원리에서 벗어난적이 없습니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원래 정치의 습성이 그래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뽑아야 나라가 잘 굴러가는 시대이기도 했죠. 


그래서 기존의 어법으로는 이 책이 사실상 출마선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런 해석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는 정말로 '나만이'가 없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그에게 목적은 '대통령'이 아니라 '집권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이냐' 입니다. 그를 위한 '수단'이 대통령이 되는겁니다. 


제가 '안철수의 생각'을 두 번 정독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딱 그거였습니다. 안철수에게 있어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나라에 가고자 하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안철수는 그 대통령이라는 수단 말고도 더 좋은 다른 '수단'이 있으면 얼마든지 다른 쪽으로 선회할 수 잇는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에 군더더기가 없고 변명이 없는 겁니다. 사람들은 안철수보고 왜 이렇게 재느냐. 빨리 나와야 하지 않느냐. 정치에 자신이 없느냐고 하지만 이러한 잣대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목적'인 사람들한테 해당합니다. 안철수 처럼 '집권 이후의 행동'이 목적인 사람에게는 저런 잣대는 '수단의 효율성'을 따지는 잣대일 뿐이지. '목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잣대가 아니게 되는 겁니다. 


다른 대권주자들의 책에서 나타나는 '집권구상'이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면 이 안철수의 생각에서 '집권구상' 즉, '집권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이냐'에 대한 안철수의 언어는 '목적'입니다. 그러니까 안철수의 이 책은 '내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세상을 당신들도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가깝습니다. 일반 정치인들의 수사나. 목적 의식하고는 완전히 달라요. 


안철수 누누이 얘기하지만. 이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내가 적합하느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철수의 본래 화법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안철수의 생각에 나와있는 일종의 흐름을 보더라도 이건 확실합니다.


그러니 안철수의 저 책만으로 절대 대권도전을 섣불리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안철수 본인이 수단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해서 아직 명확히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봅니다. 물론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안철수'인 것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대선 출마로 이어질지는 좀 미지수입니다. 


안철수가 이번 대선에 준 것은 단순히 야권 대통령 1위 후보라는 키워드는 아니죠.. 더 중요한 사실이 숨어져 있는데 그건 나중에 다시 한번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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