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8 00:03
- 196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어른들만 보세요~ 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노출씬 같은 게 한 번 나오긴 합니다만. 아마도 다른 이유가 아니었을지?)
- 미시시피주 '스파르타'라는 동네에 들어오는 밤기차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작은 역이구요. 누군가 내려서 대합실로 들어가는 걸 보여주지만 잘 보여주진 않아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양반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 시드니 포이티어가 연기하는 '버질 팁스'님이시구요.
장면이 바뀌면 좀 헐랭해 보이는 경찰관이 나옵니다. 카페에 가서 직원이랑 하찮은 농담 따먹기 하다가 차를 몰고 동네를 돌고. 그러다 어느 집 앞에 한참을 차 세워 놓고 그 집 처녀가 누드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열심히 훔쳐보네요. 그렇게 볼 일 다 보고 계속 차를 몰다가... 골목길에서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 시체의 정체는 이 마을에 큰 공장을 짓겠다고 들어와 준비 중이던 거물 사업가였구요. 당연히 동네 경찰이 다 출동해서 인근을 마구 뒤지며 '아무나 수상하면 다 잡아오자!' 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 잡아온 게 주인공 버질입니다. 일단 흑인이니까. 그리고 뒤져보니 지갑에 돈이 많아서. 어익후 범인이구먼!!! 이렇게 된 건데요.
(흑인이 돈이 많아? 범죄자구나!!!!!)
이 동네 경찰 우두머리인 보안관 길레스피... 라는 영감은 나름 자존심 있고 일도 열심히 하지만 이런 강력 범죄 수사는 평생 겪어 본 적도 없고 지식도 없어요. 그래서 무대뽀로 버질을 몰아가 보지만... 허허. 우리의 버질씨는 필라델피아의 살인 사건 전문 형사였습니다. 당연히 금방 풀려나구요. 이 과정에서 벌어진 노골적인 인종 차별 때문에 빡친 버질은 얼른 도시를 떠나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결국 이 바닥에 눌러 앉아 꼴통 영감 길레스피와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콤비... 의 모습입니다만. 이야기상으론 그냥 시드니 포이티어의 원탑에 가깝습니다. 공동 주연인 셈 쳐야 할 사정이 있었겠죠.)
- 저답지 않은 이야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에서 사람들 모아 놓고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역사적 드립을 날린 것이 1963년입니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인 시드니 포이티어가 1963년 출연작 '들백합'으로 흑인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은 게 1964년이었구요.
마지막으로... 저 마틴 루터 킹은 1968년에 암살을 당해요. 이 영화의 개봉 다음 해의 일이죠.
영화 이야기 하면서 이런 배경 같은 거 끌어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가끔은 배경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작품도 있는 법이고 이 영화가 딱 그런 케이스입니다.
('목화 농장'을 방문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배경에 서 있는 분 모습을 보면 시대가 대략...)
- 그냥 순수하게 이야기의 큰 틀만 놓고 얘길 하자면 그렇게 특별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단 버디물이죠. 한 명은 젊고 유능하며 사명감이 넘칩니다. 다른 한 명은 나쁜 놈은 아니지만 그냥 자기 동네 분위기와 원래 해 오던 일상에 젖어 타성적으로 살던 사람이구요. 그런데 어쩌다 둘이 파트너가 되고. 외부에서 온 저 유능맨이 타성맨에게 아주 새로운 깨달음을 주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이끌고. 결과적으론 사건도 해결하고 행복하게 떠나간다는 식의 이야깁니다. 뻔한 이야기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시대가 1960년대의 미국, 그것도 인종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동네 미시시피구요. 저 외부에서 온 '구원자'가 흑인입니다. 그리고 이 구원자는 이 동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동네 주민들 거의 모두에게 배척되고 멸시당하며 심지어 목숨의 위협까지 받아요.
게다가 이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버질 팁스님은 그냥 모든 면에서 이 마을 주민 중 그 어떤 사람보다도 우월합니다. ㅋㅋㅋ 더 똑똑하고 더 유능하며 더 성실하고 더 잘 생겼으며(ㅋㅋ) 결정적으로 더 정의롭습니다. 말하자면 '백인 구원자'를 뒤집어 엎은 '흑인 구원자' 캐릭터에요.
찾아보니 이 영화는 제작비의 12배에 달하는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문득 관객들의 인종 비율이 궁금해지지만 뭐 안 봐도 비디오가 아니었을까 싶구요(...)
(그 시절에 이렇게 '간지나는 멋진 흑인과 좀 모자라지만 마음 착한 백인 콤비' 이야기를 만들어 개봉 할 생각을 했다는 게 존경스럽습니다.)
- 버디물로서의 완성도도 아주 높습니다.
일단 당연히도 두 캐릭터가 다 아주 잘 만들어졌어요. 버질 팁스는 이 마을 경찰들은 일생 들어 본 적도 없는 과학 수사에 능통한 젊은 베테랑이구요. '모든 면에서 가장 우월한' 캐릭터의 특성을 늘 꼿꼿하고 위풍당당한 자세와 포스로 알기 쉽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몇 번 격한 감정에 사로잡혀 살짝 흔들리는 순간엔 당시 흑인들의 분노를 대변한다... 라는 역할까지 잘 해내주고요.
이와 파트너를 이루는 길레스피 영감님도 좋습니다. 일단 복합적이죠. 미시시피의 백인이라 흑인을 무시한다... 는 것에다가 시골 노인이 똑똑한 척(?)하는 도시의 요즘 젊은 것을 못마땅해한다... 라는 걸 조합해서 초반에 버질에게 갖는 길레스피의 못마땅함을 설득력 있게 잘 만들어 놨구요. 시골 노인답게 그냥 하던대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만 근본은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소소하게 조금씩 보여줌으로써 결국 이 양반이 서서히 버질을 인정하고 받아들여가는 모습을 되게 자연스럽게 잘 풀어줘요.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이 둘이 반목을 할 때는 그것도 매우 진심으로 보이고. 또 당연히 이럴 수밖에 없겠네. 라는 생각이 들구요. 또 둘이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과 마지막에 살짝 보이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우정 비슷한 것까지도 내내 설득력 있게 전달을 한다는 겁니다.
(이들의 수사는 사건 그 자체보다도 마을의 흑인 멸시 분위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근데 그러다 보니 수사물로서는 약간...)
- 그럼 마지막으로 범죄, 수사물로서는 어떻냐... 라고 하면. 음. 솔직히 이건 좀 아쉽더군요. ㅋㅋ
일단 분위기는 죽여줍니다. 레이 찰스가 부른 동명의 노래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우왕! 이게 1967년 영화의 비주얼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멋져요. 이어지는 끈적끈적 땀 범벅의 밤 분위기도 좋구요. 주인공 둘이서 내내 비협조적인 마을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삽질하는 모습들도 정통 형사물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야기에 집중하게 해줘요.
그리고 실제로 사건 수사 과정도 뭐 특별할 건 없어도 설득력 있게, 대체로 사실적인 분위기로 잘 풀어나가는데... 그러다 막판에 갑자기 문득문득 비약이 생기고 (버질이 갑자기 살해 현장을 발견하는데 뭘 어떻게 찾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마지막 범인 찾기도 범인이 제 발로 굴러들어오는 격으로 그냥 탁 풀려버리네요.
도입부에서 버질이 보여주는 과학 수사 기법 때문에 마지막에 범인 찾기도 그런 식으로 가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발에 땀 나게 쉬지 않고 열심히 뛰었더니 범인이 나타났습니다' 라는 식으로 끝내 버린 건 아쉬운 부분이었구요.
(이것이 그 오프닝 영상입니다. 말 그대로 오프닝이라 스포일러 같은 건 전혀 없으니 틀어 보셔도 괜찮아요.)
- 일차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고 또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건 아무래도 시드니 포이티어의 그 위풍당당 간지 포스... 였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게 완전 사기 캐릭터에다가 무려 '백인들을 구원할 흑인' 캐릭터인데요. 그냥 눈으로 딱 보기만 해도 그게 납득이 갈 정도로 멋집니다. 나는 역대 최고의 흑인 스타인 것이다!!! 라는 아우라가 넘실넘실. 잘 생겼고 체격도 완전 당당한 데다가 말투나 몸짓도 격식이 있고 우월한 느낌이 가득해요. 그냥 그 존재감 = 연기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러니 다음 해에 아카데미가 이 양반을 후보에도 안 올려 놓은 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ㅋㅋ
물론 상대역을 맡은 그 시절 대배우 로드 스타이거의 연기도 좋습니다. 사실 맡은 역할을 생각하면 이쪽이 좀 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캐릭터이고 (처음부터 완성형 히어로인 주인공과 달리 동네 찌질 할배로 시작해서 '성장'을 하니까요) 실제로 그렇게 잘 해줬어요. 시드니 포이티어가 아카데미에서 완전히 배제 되었기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리긴 했어도 로드 스타이거의 연기도 충분히 상 받을만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미개한 중생들을 위해서 사서 고생하는 우리의 히어로! 님의 모습입니다.)
-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처음에 얘기했던, 이 영화가 나올 당시에 이 이야기가 가졌던 존재감과 반향이었겠죠.
애초부터 흑백 인종 차별에 대해 작정하고 까는 이야기인데. 일단 그게 굉장히 세다는 거. 시대가 이러니 좀 쉬엄쉬엄 가죠? 이런 느낌 없이 아주 강력합니다. 의롭고 유능한 흑인 한 명이 무능하고 부패하며 모자란 백인 마을 전체와 맞서고 그 중에 말 통하는 자들을 계도하는 이야기니까요. ㅋㅋ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빛을 발하는 게 주인공 캐릭터입니다. 그러니까 '흑인도 백인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인간이에요! 우리를 존중해주세요!!' 이런 게 아니구요.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야 이 시대에 뒤떨어진 하얀 원숭이놈들아!!' 라는 느낌이랄까요. ㅋㅋ 중간에 이 마을의 권력자 할배가 주인공의 당당한 태도에 빡쳐서 갑자기 싸대기를 날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때 주인공 캐릭터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냥 바로 맞서 후려 갈겨 버려요. 니들이 아무리 저열하게 굴어도 난 최대한 매너 있게, 품격 있게 행동하겠지만 선을 넘어 버릴 시엔 좌시하지 않겠다. 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느꼈고. 당시에 극장에서 이 장면을 본 흑인들이 여기에서 얼마나 큰 희열을 느꼈을지는 상상이 안 가네요.
(보안관 나으리는 좀 더 격하게 놀랐어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드네요. ㅋㅋ)
- 대충 종합하자면요.
일단 잘 만든 버디물입니다. 지금 봐도 연출이나 연기가 촌스러움이 없고 세련되고 깔끔하고 멋져요. 그림도 정말 폼나게 잘 뽑았고 퀸시 존스가 맡은 음악도 좋구요. 전반적으로 건조하면서 할 말만 한다... 라는 식의 태도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둘이 우정 비슷한 걸 살짝 나누는 장면도 전혀 과함 없이 쏘쿨하게 지나가요.
본격 형사물로 본다면 앞서 말했 듯 좀 아쉬운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 외의 거의 모든 것들이 깔끔하고 훌륭해서 굳이 크게 지적하고 싶지 않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혹시 저처럼 아직도 이걸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도 잘 했어요 왓챠!
+ 옛날에 한국 개봉 당시 이미지를 찾아보니 제목이 '밤의 열기 속에서'라고 되어 있더군요. 원작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이 저 제목을 달고 나왔던 모양입니다. 요즘엔 어딜 봐도 다 '밤의 열기 속으로'가 되어 있는데. 저도 '속으로'가 더 맘에 들긴 하지만 바뀌게 된 사정이 궁금해졌습니다.
++ 문득 든 뻘생각입니다만. 이 영화를 그냥 배경만 2024년으로 바꾸어서 완전히 그대로 리메이크한다면 아마 장르가 호러가 되겠죠.
+++ 다 보고 나서 주인공 캐릭터가 딱 시리즈용인데 아깝구먼... 했는데. 시리즈로 나왔었군요? ㅋㅋㅋ 속편들도 똑같이 시드니 포이티어가 주연을 맡고 캐릭터 이름도 똑같고 그렇습니다만. 이 영화만큼 인정받고 잘 풀린 후속작은 없었던 걸로.
덧붙여서 티비 시리즈도 있었네요. 1988년에 시작해서 8 시즌이나 나왔으니 히트작이었나 봅니다. 당연히 배우들은 싹 다 바뀌었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근데 이번엔 좀 격하게 대충이에요.
우리의 주인공 버질씨는 멀리 있는 엄마를 만나뵙고 필라델피아로 돌아가다가, 중간에 기차를 갈아 타려고 잠시 머물다 이 꼴을 당한 거였죠. 그냥 사건 현장 주변에 있는 흑인이니까, 그리고 지갑에 돈이 많았으니까... 라는 이유로 붙들려왔지만 금방 자기는 범행이 불가능했다는 걸 증명하고 풀려나구요.
길레스피 보안관님은 다음 날 바로 피해자의 지갑을 가진 부랑자 하나를 붙잡아다 집어 넣고 사건을 해결했다고 기뻐하지만... 과학 수사맨 버질씨가 '사체를 봤을 때 범인은 오른손잡이인데 얘는 왼손잡인데?' 라고 반박하는 데다가 또 다른 증거까지 나와서 범인의 정체는 다시 오리무중에 빠져요.
그래도 어쨌거나 버질은 흑인이니까, 그리고 여긴 인종 차별이 끓어 오르는 미시시피 시골이니까... 여러모로 버질을 그냥 보내버리고 싶은 길레스피지만 잠시 버질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본 피해자의 아내가 "그 형사가 사건을 맡지 않으면 내가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버질에게 고개를 떨구고 간청을 합니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동네를 돌며 탐문 수사를 펼치는 버질입니다만. 길레스피는 그게 영 맘에 안 들어요. 본인도 인종 차별 의식이 있는 인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동네 분위기상 이 양반이 설치고 다니면 어떤 반응이 생길지 뻔히 아니까 버질을 보호하려는 맘도 있는 거죠. 게다가 이 놈이 증거를 수집하다가 글쎄 마을 최강의 권력자를 후보로 점찍고 만나러 가겠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 권력자는 무려 목화 농장을 하는 사람이라구요. 흑인들 데리고서요. ㅋㅋㅋ
암튼 버질은 '아 참고인 진술 좀 받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임?'이라는 식으로 길레스피를 끌고 권력자의 집을 향하고. 처음엔 매너 있게 인사를 건네던 권력자는 슬슬 이죽거리며 버질을 무시하고 조롱을 하죠. 백인에게 빌붙지 않으면 절대 홀로 설 수 없는 흑인놈. ㅋㅋㅋ 이라구요. 불끈하는 맘을 참고 버질은 그 양반에게 '혹시 어젯밤에 피해자가 이 곳에 들르지 않았습니까?'라고 묻고요. 권력자님은 아니 지금 이 깜댕이가 나를 죄인이라고 심문하려는 거? 하고 울컥해서 싸대기를 날려 버리고, 버질은 즉각 이를 악물고 똑같이 후려쳐 줍니다. 권력자는 격하게 당황해서는 길레스피에게 "당장 이 놈을 쏴 버리지 않고 뭐해!!!?"라고 따지지만 길레스피는 당황해 망설이다가... 그냥 버질을 데리고 자리를 떠납니다.
이 사건의 소문이 퍼지자 시장님이 출동해서 길레스피에게 버질을 쫓아내라고 요구하구요. 또 권력자님의 사주를 받은 동네 잉여들이 버질을 쫓아와 살해 시도를 하는 일까지 벌어져요. 그래서 또 다시 '제발 좀 떠나주지 않겠나'라고 간청하지만 끝까지 버티다가 그럼 딱 하루만 더 머물게 해달라는 버질이네요.
그런데 갑자기 마을 아저씨 하나가 여동생을 데리고 경찰서로 찾아와요. 이 여동생은 도입부의 그, 동네 경찰이 순찰 돌다 말고 훔쳐보던 동네 섹시녀(...)인데요. 아저씨 말론 얘가 미성년인데 임신을 했다네요. 그리고 그 범인은 순찰 돌던 그 경찰이랍니다. 그런데 마침 길레스피가, 피해자가 죽던 그 날 거액의 돈을 인출한 걸 알고서 은행을 찾아가 조사한 내용에 그 날 순찰 경찰이 거액을 입금한 걸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아, 그 놈이 저 여자애 중절 수술 비용 마련하려고 사람 죽였구나"라고 생각하고 또 바로 철창에 쳐넣어 버리고 (뭐 하나만 걸리면 이 사람 저 사람 정말 신나게 잘 쳐넣습니다 우리 길레스피 영감님 ㅋㅋㅋㅋ) 사건 종결을 자신하지만... 그렇게 조연 맘대로 마무리될 리가 없겠죠.
버질은 처음에 자기가 살인 혐의를 벗겨 준 동네 부랑자에게 가서 "이 동네에서 남몰래 낙태 하려면 어딜 찾아가나?"라고 묻고. 그 자가 알려준 곳을 찾아갑니다. 그곳에 사는 동네 불법 낙태 시술자는 흑인 할머니였는데, 버질을 보고선 백인들의 개니 뭐니 하며 비난하구요. 버질은 '그냥 난 사건을 수사하는 것 뿐이다'라며 다그치는데...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려요. 버질이 숨어서 지켜보니 아까 그 여자애가 들어오구요. 어익후 대박일세! 하고 뛰쳐나가는 버질입니다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얘 남자 친구가 총을 쏘아대네요. 그래서 목숨이 위험해지는 순간, 부아아앙하고 자동차 몇 대와 동네 불한당들이 들이닥칩니다. 그 중엔 그 여자애 오빠도 있구요.
이 깜둥이놈 죽여버리겠다!! 라며 사람들이 달려드는 순간 버질은 "야! 니 동생 지갑이나 확인해 봐. 중절 비용 100달러가 들어 있을 거야!"라고 외치고. 오빠가 확인해보니 그게 맞네요. 그래서 미성년 임신 & 부자 살해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이구요. 야 이 놈 죽여버리겠어!! 라고 달려드는 오빠에게 범인이 총을 발사해서 오빠는 사망. 그리고 범인은 버질에게 제압 당하고 연행됩니다. 참고로... 좀 하찮아서 그동안 설명을 안 했지만 이 범인은 영화 첫장면부터 등장하는 동네 식당 점원이었어요. 여자 친구 낙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러 놓고 맨날 자기 가게를 방문하는 꼴보기 싫은 경찰에게 다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것. 좀 하찮은 진상입니다.
그래서 사건은 해결되구요. 버질은 마을을 떠나겠죠. 그리고 버질을 배웅하러 나온 길레스피는 버질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등 처음과는 완전히 태도가 바뀌어 있습니다. ㅋㅋㅋ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버질은 기차에 타고요. 초반엔 계속해서 버질을 '보이'라는 흑인용 멸칭을 사용하며 부르던 길레스피는 '버질씨'라고 똑바로 부르며 "항상 잘 지내시오."라고 가볍지만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요. 그리고 히어로답게 여유로운 미소를 씩 보이며 인사하는 버질. 미시시피를 떠나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멀리서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2024.01.18 03:37
2024.01.18 20:54
여러모로 60년대가 미국 사회에 있어서 엄청난 격동의 세월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 남의 나라 역사라 이것저것 들어도 별로 안 와닿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됐네요.
2024.01.18 03:51
84~85년 무렵인가에 MBC 주말의 영화에서 이 영화와 속편 영화를 방송하긴 했는데, 당시에 어렸지만 해문당 팬더 시리즈로 "세계의 명탐정 44인"을 읽어서 버질 팁스와 이 영화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이 영화를 분명히 챙겨 보긴 했습니다만, 막상 그 때엔 어렸기 때문에 내가 뭘 봤었는지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난다는 슬픔이… 하지만 시드니 포이티에의 포스 넘치는 존재감은 당시에도 상당했고 시골 마을의 사건을 캐는 도시 형사라는 식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이후 살인의 추억에서 도시 형사가 망가질 때까지는 가장 멋진 시골 수사 영화란 인상으로 남았지요 ㅎㅎㅎ
2024.01.18 21:00
아 속편까지도 국내 방영이 되었군요. 생각해보면 재밌네요. '블랙 죠'! 같은 걸 만들어 팔며 티비 광고도 하던 시국에... ㅋㅋㅋ
시드니 포이티어는 정말 멋지더라구요. 이 분 나온 작품들을 아주 옛날에 보고 오랜 세월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그야말로 스타의 아우라가!
시골 마을의 사건을 캐는 도시 형사라니. 어린 시절에 너무 정확하게 정리하고 받아들이신 것 아닙니까. ㅋㅋ 명철한 어린이셨던!
2024.01.18 05:49
2024.01.18 21:00
물론 전 그런 건 전혀 몰랐습니다!! ㅋㅋㅋ 역사 무식이라 이런 영화들 보면 다 보고 나서 공부부터 해야 하고 그렇습니다(...)
2024.01.18 17:57
이 영화도 좋았어요. 어릴 때 티브이에서 보고 지지난해인가 왓챠에선가(모든 것이 흐릿-) 보았습니다. 말씀대로 연기는 보안관 맡은 배우가 나은 듯도 하지만 보는 중에도 보고 나서도 인상에 남은 건 시드니 포이티어. 정말 멋지게 나왔습니다.
당시 흑인들에게 시드니 포이티어는 얼마만한 스타였을지 짐작이 안 되죠. 위에도 언급하셨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이 즈음 '투 써 위드 러브'까지 나왔으니 그야말로 인기 폭발의 대스타였을 거예요.
2024.01.18 21:04
그렇죠. 연기는 조연이 (결국 주연 취급이었습니다만) 열심히 하고 아우라와 존재감은 대세 스타 시드니 포이티어가!! ㅋㅋㅋ
타고난 스타성도 있는 데다가 뜨면서 활약한 시기와 사회상이 정말 종합적으로 기가 막히게 맞물렸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정말 당시 미국 흑인들에겐 흑인 예수님(...)급이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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